[배본철 칼럼] 성령세례를 받은 한국교회 대부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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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45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한국교회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성령운동의 특성은 어떤 것인가? 또 이에 근거하여 앞으로 복음적 성령론의 바람직한 방향은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한국교회 성령운동의 시기를 사회적 변화의 큰 격동을 따라 크게 해방 이전 시대, 근대화 시대, 세계화 시대의 세 시기로 구분하였다.

그중 ‘해방 이전 시대’는 한국 초대교회 부흥기인 1900년대 초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까지로 보고, ‘근대화 시대’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 근대화의 물결 속에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다. 그리고 ‘세계화 시대’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물결과 인터넷에 개방되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시기이다. 필자는 각 시기가 한국교회 성령운동의 역사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특성과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조선의 개화와 함께 개신교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고, 한반도 전역에는 교회와 기독교 학교들의 설립뿐 아니라 신문이나 간행물 등 문화 매체들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한편으로는 일본의 한반도를 향한 제국주의적 침탈의 야욕이 가시화되어가는 시기였다.

일본은 조선의 모든 분야에서 지배력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군사 및 외교적으로 일본은 조선을 완전히 장악해 갔으며, 1905년에는 을사늑약(乙巳勒約)을 통해 정치권을 수탈했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은 1907년 국유미간지이용법(國有未干地利用法)을 제정하여 우리 국토에 대한 야욕을 달성하였다. 그러다가 1910년에 조선은 일본에 의해 결국 병술국치(庚戌國恥)를 당하게 된다.

이 암울하고 위태로운 국내의 정세 속에서 조선의 교회도 내일에 대한 소망을 잃고 쇠퇴해져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큰 시련 속에서 오히려 회개와 갱신의 신앙운동을 준비하는 동기를 부여 받게 되었다. 즉, 민족의 위기, 국모 시해(國母 弑害), 청일전쟁, 고종의 퇴위(退位)와 같은 연이은 슬픔과 두려움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오직 소망이 하나님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통회자복의 자리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크나큰 반전이 가능하게 된 것이 바로 성령운동의 역사였고, 마침내 한국교회는 대부흥운동의 시기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조선에 내한(來韓)한 선교사들이 초기에 나름대로 사역의 만족을 누릴 수 있었던 근거가 있었다면, 그것은 한반도 내에서 교인 수와 교회당들이 급증하는 일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가면서 선교사들의 마음속에 깊은 회의와 질문이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과연 한반도에 진정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에 온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19세기 후반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부흥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성령께서 베푸시는 회개의 역사가 무엇인지, 거듭남의 은총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성령세례의 능력이 어떻게 경험되는지에 대한 체험적인 간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의 눈으로 조선의 교인들을 볼 때, 조선 사람들이 교회를 가까이 하는 이유는, 이런 영적 체험보다는 오히려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목적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조선 교회의 진정한 복음적 회개와 갱신을 위해 기도해야 할 필요를 갖게 되었다. 그들은 교파를 초월하여 연합기도회를 갖게 되었고, 마침내 성령께서는 이 기도회를 통해 먼저 선교사들의 내면의 죄악을 회개하게끔 하시고 새로운 성령의 충만을 경험하게 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성령의 역사는 곧 조선교회 속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이렇게 한국교회의 대부흥운동은 성령의 회개와 거듭남 그리고 성령으로 충만히 세례 주시는 능력의 체험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성령운동의 특징 중의 하나가 오순적적 성령의 능력 체험이었다는 점은 우선 선교사들이 한반도에 오기 전 경험했던 성령의 능력이 어떤 성격이었는가를 알게 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선교사들이 강하게 체험했던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의 부흥운동을 중심으로 한 성령세례의 능력이었다. 당시 부흥운동 속에 나타난 성령론의 성격은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과 ‘근대 웨슬리안 성결운동’으로 크게 분류된다.

이 두 성령운동은 19세기 후반 영미 부흥운동의 두 축이었다. 전자는 신학적으로 개혁파 전통에, 그리고 후자는 웨슬리안주의에 근거를 둔 운동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시작된 현대 오순절주의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이나 근대 웨슬리안 성결운동보다 비교적 늦은 1920년대 이후이다. 그러므로 1910년 이전 대부흥운동 당시에는 아직 직접적인 오순절주의의 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한국교회 대부흥운동에 있어서 성령세례 또는 성령의 능력 경험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한국교회 초기 내한 선교사들이 성령세례를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조사함에 있어서 The Korea Mission Field는 근본적인 사료(史料)를 제공해 주었다. 장로교와 감리교를 막론하고 초기 한국교회 부흥운동에 대한 선교사들의 기술은 이 부흥운동이 명백히 기도의 능력과 철저한 죄의 통회와 성령의 권능의 임재로 특징 지워진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은 단지 평양 대부흥운동에서만의 일이 아니고, 그 이후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부흥운동의 전반적인 특징이었다.

이에 대한 많은 참고 자료들이 있다. 예를 들어, 1912년도 The Korea Mission Field에는 이화학당 학당장이었던 감리교 L. E. Frey(富羅伊) 선교사의 이화학당 여학생들에게 나타난 성령의 역사에 대한 보고가 있다. 그리고 1915년도 The Korea Mission Field에는 충청도 지역에 나타난 성령의 능력에 대해서 1898년에 내한한 감리교 선교사인 Swearer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특징들을 기술하였다.

대부흥운동은 명백히 중생과는 별개의 경험으로서의 성령세례 혹은 성령의 능력을 받는 일을 중시하였다는 점을 또한 확인하게 된다. 성령의 역사 속에서 심령의 변화를 체험했을 때 대부흥운동에서는 대부분 ‘성령이 임했다’, ‘성령을 받았다’, 또는 ‘성령세례를 받았다’고 표현하였다. 초대 선교사였던 미국 북장로교 소속의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도 평양의 대부흥운동을 가리켜 “한국교회가 성령의 세례를 받았다.”고 했으며, 홀(E. F. Hall)은 미 북장로교 선교부 브라운(Arthur Brown)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길선주가 평양부흥운동 기간에 성령세례를 받았다고 적었다.

또 북장로교 선교사인 무어(J. Z. Moore)는 명목상의 크리스천이었던 어떤 젊은이가 성령세례를 받고 난 후 즉각 자기의 부모를 주님께로 인도하고, 또 여름 성경학교를 이용하여 많은 어린이들을 주님께로 인도하였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브레어(William Newton Blair), 프레스톤(J. F. Preston) 등 대부분의 장로교 선교사들이 중생과는 별개의 체험으로서의 성령세례, 성령 강림과 같은 단계를 전제하고 기술하였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유튜브 채널 : 배본철 www.youtube.com/user/bonjour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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