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초기 한국교회가 경험한 성령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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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46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성령론적으로 볼 때, 특히 성령세례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경험한 대부흥운동의 성령론은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과는 상이하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개혁파 성령운동 노선에서는 웨슬리안 성결운동의 죄성에 대한 제거설(Eradication)을 부인하고 일반적으로 죄의 경향성에 대한 반작용설(counteraction theory)이나 또는 억제설(Suppression)에 입각한 성결 관념을 따랐다. 이 노선에서 두각을 나타난 인물들 중에는 홉킨스(Evan Hopkins), 모울(Handley C. G. Moule), 마한(Asa Mahan), 피니(Charles Finney), 무디(Dwight L. Moody), 토레이(Reuben A). Torrey, 고든(Adoniram J. Gordon), 심슨(A. B. Simpson) 등이 있다. 그래서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은 성령의 능력을 받아 살아갈 때 지속적으로 죄로부터 승리할 수 있다는 차원으로 성결의 문제를 풀어나갔으며,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봉사의 능력’(power for service) 중심의 성령세례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은 카이퍼(Abraham Kuiper), 핫지(Charles Hodge), 워필드(B. B. Warfield), 개핀(Richard Gaffin), 스토트(John Stott) 등으로 대표되는데, 이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인 신학자들을 통해 성령 은사의 중단성(中斷性)과 함께 중생과 연관하여 성령세례의 단회성을 강조하는 성령론의 한 노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도 대부흥운동 당시에는 이러한 성령론적 논제는 전혀 문제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선교사들이 가르친 성령세례가 주로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경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노선 사이의 갈등이 부닥치기 시작한 것은 해방을 전후로 해서 정통 개혁주의 신학을 배우고 돌아 온 한국인 신학자들이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을 가르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한국 신학계는, 종전의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이나 웨슬리안 성결운동의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관념에 대항하여, 중생을 성령세례와 동시적으로 보는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과의 마찰이 심하게 일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교회 대부흥운동의 성령론은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보다는 오히려 웨슬리안이나 오순절주의에서 말하는 성령세례 관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교회에 성령운동이 시작된 첫 시기는 우리나라에 신학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어지지 못하던 시기였다. 신학 부재(不在)의 상태에서, 그리고 아직껏 성령운동의 여러 급진적인 양상에 대한 분별력도 키우지 못하던 상태에서 몰아닥친 영성운동은 수많은 문제점들을 발생케 했다.

그것은 곧 신비주의와 이단이라는 별명을 따라붙게 했으며, 타종교 특히 우리나라의 샤머니즘(Shamanism)과 불교, 도교, 신선술(神仙術) 등지에서 행해지던 영적 능력 행사와 거의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행해지는 극단적인 경우도 많았다. 그러므로 기독교 내에서도 많은 지도자들이 혼합주의적인 영성운동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 당시에 특히 급진적인 영성운동으로서 당시 교회를 긴장시켰던 것은 특히 난무하는 거짓 계시(啓示)와 종교혼합주의의 영향이었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 성령론의 보수적 틀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그것은 선교사들이 전해 준 성령론의 내용, 그 지역의 특정한 정치-사회적 상황, 그리고 그 민족의 재래적 심성의 세 가지다.

첫째는 선교사들이 전해 준 성령론의 내용으로서, 어떤 내용의 성령론을 전달했느냐가 그 이후 그 지역의 성령론의 보수적 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여러 가지 변수를 만나 상응하면서 나름대로의 구형을 갖추게 되는데, 그 하나의 요소가 그 지역의 특정한 정치-사회적 상황이다. 안정된 상황 속에 성령론이 들어올 때와 불안하고 위기적 상황일 때하고는 전혀 그 해석이나 적용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위기적 상황에 복음이 들어왔기 때문에, 성령론 역시 매우 급진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세 번째 요소는 재래적 심성의 요소다. 재래적 심성과 성령론과의 관계는 한국 민족이 지닌 심성의 틀 속에 성령에 대한 신앙이 부어지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의 재래적 심성은 어떠했는가? 우리의 민족성에는 오랜 동안 유불선(儒彿仙) 종교와 샤머니즘을 수용한 탓에 혼합주의적 영성이 삶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종교 문화의 영향으로 이기주의, 타계주의, 의타주의, 권위주의적 계율주의, 기도만능주의, 신선의식 등이 심성 속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영훈도 역시 한국교회가 받은 재래적 종교의 영향을 소개하면서, 샤머니즘으로부터는 현세적, 물질적 축복의 기복주의, 불교로부터는 타계주의 또는 도피주의, 그리고 유교로부터는 권위주의와 율법주의 그리고 배타적 보수주의 등을 그 요소로 들었다. 그러기에 이런 정치-사회적 상황과 재래적 심성의 영향 그리고 선교사들의 부흥운동적 성령론, 이 세 가지 요소가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어 한국적 성령론의 보수적 정형을 일구어 가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교회 내에는 복음적 성령론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극단적인 영성운동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우선 1917년에 발생한 정도교(正道敎)를 들 수 있다. 교주 이순화는 1924년에 소위 계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추종자들과 함께 계룡산에 터전을 잡았다. 이순화는 신도들로부터 대천주님 또는 주님이라고 불렸다.

그런가 하면 나중에 이단으로 정죄된 황국주는 1933년경 백일 간의 기도를 마친 후에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고, 자신을 신언(神言)의 대변자로 자처하였다. 그리고 백남주의 성령론에서도 기독교와 타종교의 모든 영적 제현상을 혼합한 양상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용도의 경우에는 비록 신비주의적 신념이 많이 지적되긴 하였으나, 위의 인물들에 비해 훨씬 복음적 신앙에 근접한 것을 본다. 일반적으로 볼 때, 현재까지 많은 교계의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은 이용도를 한국교회를 교란시킨 이단의 범주에서 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용도 목사에 관한 적지 않은 저술과 논문들을 중심으로 그의 신앙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한편, 오순절주의 계통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사역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전후로서, 당시 한국교회는 위에서 언급한 신비주의적 신앙에 대해 심한 정죄와 이단 선언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장감성(長監聖)으로 대표되던 당시 한국교회 주류에서는 방언이나 예언 등에 대한 명백한 부정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던 터라, 1928년에 내한한 미국 오순절교단의 럼시(Rumsey), 1930년에 내한한 팔선(Parson), 그리고 1931년에 영국 오순절교단에서 파송한 메르딧(Meredith), 벳시(Vessey) 등 방언을 강조하던 오순절 선교사들의 활동을 이단으로 의심하는 등 그들의 사역 시작부터 큰 탄압을 하였다. 그러자 이 오순절 선교사들의 활동은 결국 황국주, 백남주 등이 거짓 계시와 방언, 예언을 동반하는 종교혼합주의적 영성운동을 확산하던 것과 연관되어 기존 교단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한국교회가 ‘기독교의 성령론을 타종교의 영성으로부터 구별해 내야 할 사명’을 갖게 되었던 것이고, 이 작업은 결국 일제시대 신학자들의 손에 의해서 정리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성령운동에 대한 지나친 경계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또 이에 대한 반동으로서 말씀 강조, 교리 강조 운동이 해방 전후의 교계를 휩싸게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신학적 가속화가 해방 이후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진(新進) 신학자들에 의해서 진행되었고, 이는 곧 한국 전 교계를 교리 논쟁으로 물들게 하였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유튜브 채널 : 배본철 www.youtube.com/user/bonjour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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