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으로 보는,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 반기독교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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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반기독교 논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2)

마약상 전요환, 넷플릭스 반종교 대변 한국 페르소나
악질 범죄자와 사이비 목회자, 매우 조잡한 방식 결부
사이비 종교 조롱 이어 기독교 자체 거부감 심는 효과
기독교 ‘맹목적이고 일방적 체계’라는 비판의식 담겨

▲한국인으로서 남미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활동했던 범죄자 조봉행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lt;수리남&gt;.

▲한국인으로서 남미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활동했던 범죄자 조봉행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수리남>.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지난 회에 이어 ‘마약왕 목사’를 등장시켜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드라마) <수리남>을 분석합니다. <공작>, <군도>, <범죄와의 전쟁>, <비스티 보이즈>,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의 영화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이 시리즈에는 하정우(강인구), 전요환(황정민), 최창호(박해수), 변기태(조우진), 데이빗 박(유연석), 장첸(첸진), 김민귀(이상준), 추자연(박혜진), 현봉식(박응수), 이봉련(정 권사) 등의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편집자 주

◈종교비판과 기독교: 기독교에 집중된 미디어의 종교비판

전 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적 고등종교인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그리고 불교는 각각 나름의 도덕 혹은 윤리 체계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신 앞에서 인류의 전적 평등을 원칙으로 삼아 타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금하는 종교로는 기독교와 불교를 지목할 수 있다.

이슬람과 힌두교는 이 두 종교를 믿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에 대한 차별이 교리적으로 정당화된다. 따라서 해당 종교 신자들끼리는 나름 치밀한 도덕 및 윤리 체계가 정립되어 있는 반면, 해당 종교를 믿지 않는 자들에 대한 도덕 및 윤리적 책임에는 비교적 둔감하고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무슬림들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동이나 힌두교인이 대다수인 인도에서 유독 외국인들에 대한 불친절이나 사기 사례가 빈발하는 데는 이런 종교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

반면 기독교와 불교는 해당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 교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기독교는 ‘이방인과 객’에 대한 환대를 중시하는 유대교의 신앙정서를 계승한 데다, 선교의 책무를 중시하기에 교회 바깥 이들에 대해 차별없이 선대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불교 역시 만상(萬象)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근거로 들어 만물에 대한 대자대비의 마음을 강조하므로, 불교도가 아닌 이들에 대해서도 차별 없는 선행을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기독교와 불교 양측을 비교해 본다면, 기독교 편이 불교보다 외인(外人)에 대한 도덕적 혹은 윤리적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편이다. 불교는 자신 안의 불성(佛性)을 찾으려는 가르침에 따라 내향적 성향을 갖는 데 반해, 기독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온전한 신앙인이 되는 기준이 되므로 근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는 특유의 도덕과 윤리 체계를 가장 외향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친다. 그런데 이는 기독교 신앙의 강력한 힘인 동시에, 자칫 기독교에 대한 환멸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떤 기독교인이 자신이 소개하는 신앙의 양심을 스스로도 잘 지킬 경우, 기독교회의 외향적인 도덕 및 윤리 체계는 많은 이들을 쉽게 이해시키고 빠르게 감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반면 어떤 기독교인이 자신이 가르치는 말과 다르게 위선적으로 행동할 경우 주변인들은 그 표리부동함을 쉽게 감지하고서 기독교인들에 대해 직관적으로 실망하게 된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유독 기독교 신앙인들을 비판, 풍자, 조롱하는 일이 많은 데는 이런 뒷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수리남>의 기독교 비판 및 희화화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과 교회의 속사정이 다른 어떤 종교들보다 외부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알려진 만큼, 그 안의 부조리나 위선적인 모습 역시 외부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이로 인해 기독교 신앙은 반종교 성향을 보이는 모더니즘, 그리고 무종교 성향을 보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양측으로부터 종교적 부조리의 대표사례로 지목된다.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교인들을 조롱, 희화화하려는 넷플릭스의 의도를 반영한 드라마 &lt;수리남&gt;.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교인들을 조롱, 희화화하려는 넷플릭스의 의도를 반영한 드라마 <수리남>.

◈종교비판과 뉴미디어: 반기독교 성향을 기본 기조로 천명한 뉴미디어

이처럼 종교계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각종 부조리나 비윤리 혹은 비합리 사례들에 대한 미디어의 비판이 기독교인들과 교회들에 집중됨으로써, 기독교회는 부당한 난관을 겪고 있다.

미디어에 의해 종교들의 부조리와 비윤리를 대표하는 믿음의 체계로 지목된 기독교 신앙은 모든 종교들 가운데 가장 배타적이고, 사이비로 변질되기 쉬우며, 사람들을 기만하고 착취하는 데 특화된 것처럼 대중에게 소개된다.

<수리남>의 두 주연 가운데 하나인 마약상 전요환(황정민 분)은 뉴미디어 기업 넷플릭스의 반종교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한국적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전요환이라는 캐릭터 속에는 악질 범죄자와 사이비 목회자의 형상이 매우 조잡한 방식으로 결부되어 있다. 이로써 전요환과 그의 종교집단 추종자들이 벌이는 촌극은 시청자들에게 일차적으로는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교들에 대한 조롱의 정서를, 다음으로는 기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무엇보다 전요환이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폭력배의 수뇌라는 점은 <수리남>이 명백히 반기독교적 의도를 가진 각본가 혹은 감독에 의해 연출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러 범죄 유형 가운데 가장 피해자가 많고, 살인과 같은 다른 강력범죄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것이 마약 제조와 유통이다.

근래 미국 대표적인 범죄 관련 대작으로 <브레이킹 배드>나 <나르코스> 시리즈가 지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미국에서 마약범죄가 모든 유형의 범죄들 가운데 가장 저열하고 악질적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게다가 한국 역시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탓에, 사회적으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수리남>은 굳이 마약상과 사이비 목회자를 종합한 캐릭터를 창조해서 기독교 신앙인들의 이미지 추락을 유도하고 있다.

▲마약범죄의 악독함을 고발하는 넷플릭스의 &lt;나르코스: 멕시코&gt;.

▲마약범죄의 악독함을 고발하는 넷플릭스의 <나르코스: 멕시코>.

이처럼 <수리남>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간접적이지만 악의적인 희화화 사례로 볼 수 있는 동시에, 넷플릭스를 위시한 뉴미디어가 기독교 신앙에 우호적인 작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여타 OTT 서비스 업체들의 이런 의지에 편승한 국내 각본가들이나 감독들 역시 향후 기독교 신앙에 우호적인 작품을 내놓을 리 없다.

2017년 <구해줘>를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과 <지옥>처럼 본격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드라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던 와중에, <수리남>은 향후 그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은 국내 기독교인 시청자들을 의식한 듯 기독교인들을 직접적으로 풍자하기보다, 사이비 교역자나 신앙인들을 악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리남> 속 강인기(하정우 분)의 아내 박혜진(추자현 분)이 나름 순진하면서도 선량한 인물로 그려진 것도 기독교에 대한 간접적 희화화에 대한 기독교인 시청자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순화하려는 장치로 보인다.

하지만 작중 박혜진에 대한 묘사도 순전히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신앙에 별 관심이 없는 남편을 억지로 예배에 참석하게 만드는 모습에는 기독교 신앙이 타인의 생각과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믿음의 체계라는 비판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결국 국내에서 제작된 넷플릭스나 다른 뉴미디어 작품들도 일정 시점부터는 정상적인 교회와 교인들마저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희화화와 조롱을 시도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넷플릭스의 <메시아>를 통해 그 포문을 열었다.

▲&lt;수리남&gt;에서 선량한 기독교인으로 등장하는 강인기의 아내 박혜진(추자현 분).

▲<수리남>에서 선량한 기독교인으로 등장하는 강인기의 아내 박혜진(추자현 분).

그나마 국내 감독들에 의해 제작된 작품들은 사이비 교역자들이나 교인들의 부도덕 및 비윤리 실태를 비판하는 데 주력하여, 기독교의 윤리적 갱신에 대한 일말의 미련을 남겨두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서 제작된 뉴미디어 기업들의 반기독교 콘텐츠는 아예 기독교 신앙이 인간의 삶에 근본적으로 무가치하며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데 원천적인 장애물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한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반기독교 작품들도 향후에는 미국에서 제작된 뉴미디어 반기독교 콘텐츠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부당한 조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독교인 시청자들의 경각심과 전문화된 기독교 변증 콘텐츠 제작이다. 특히 반기독교 영화, 드라마의 재미와 작품성을 뛰어넘는 기독교 변증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일반 미디어 기업들이 <십계>나 <벤허>처럼 기독교인 이외의 대중에게도 호평을 받을만한 성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주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무종교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반종교적 성향의 뉴미디어가 미디어 업계의 대세로 등극한 현 상황에서 기독교계가 수준 높은 콘텐츠 제작에 힘을 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미디어 업계 그 어느 편에서도 교회와 신앙인들의 편을 들어줄 곳은 없을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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