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교인들, 점령군이 버린 성경 목숨 걸고 회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전쟁 중에도 성경 귀하게 여기며 신실한 증인 사명 감당

지난 7월 초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리시찬스크(Lysychansk)가 러시아 군대와 친러 분리주의 동맹 세력에 의해 함락됐을 때, 그 도시의 6개 개신교회 사역자들은 피신할 수밖에 없었고 현지에 남은 성도들은 지하로 내몰렸다.

그 지역에서 가장 큰 개신교회인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Lysychansk Christian Center)의 기도의 집은 당국에 몰수당했다.

그러나 이 교회의 에두아르드 노사쵸프(Eduard Nosachev) 목사는 순교자의소리에 “남아있는 교회 성도 몇 사람이 교회 옆에 위치한 이웃집 마당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당국자들이 그 교회 소유의 모든 성경 및 어린이 성경을 포함한 교회 도서관에 있던 모든 책들을 이웃집 마당에 내던져 무더기로 쌓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국자들이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도서관에 있던 책과 성경을 모두 버렸지만, 일부 여성도들이 그 중 상당수를 회수했다.

▲당국자들이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도서관에 있던 책과 성경을 모두 버렸지만, 일부 여성도들이 그 중 상당수를 회수했다.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여성도들은 성경과 책들을 회수해 분류하고 포장했다.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여성도들은 성경과 책들을 회수해 분류하고 포장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골로스 무치니카프 꼬레야’(Голос Мучеников – Корея: 한국 순교자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관한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중이다.

특히 리시찬스크 같은 도시의 교회들 및 성도들과 접촉을 계속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 페이지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그 도시에 남아 있던 리시찬스크기독교센터의 일부 여성도들이 버려진 성경책을 회수하는 임무를 은밀히 시작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모든 성경책과 도서를 회수하여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하는 것이 성도들의 목표였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것이 시간이 걸리는 위험한 작업이었다. 점령 당국은 교회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uhansk People’s Republic, LPR) 국기를 게양하고, 군사 및 민간 정부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을 보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쟁 전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

▲전쟁 전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

▲러시아 점령 당국은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을 몰수한 뒤,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했다.

▲러시아 점령 당국은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을 몰수한 뒤,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했다.

그리고 “그 보수 공사에는 건물 첨탑에서 십자가를 철거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이웃집 마당에서 매일 조금씩 성경책을 회수하는 사역은 매번 시도할 때마다 위험이 뒤따랐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을 감금하고 심문해 온 점령 당국에 의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될 위험도 수반됐다”고 말했다.

노사쵸프 목사는 “2014년 그 도시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었을 때 많은 기독교인이 그곳을 떠났지만, 200명 이상이 6개 교회에 남아 서로 교제하고 봉사하며 다른 주민들을 돕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곳 주민들은 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오자 주민들이 즉각 기독교인을 신고하고 기독교인들이 사는 곳을 당국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노사쵸프 목사는 리시찬스크가 7월 3일 함락된 후 25명에서 30명의 기독교인이 다양한 이유로 리시찬스크에 남아 있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사역자들이 이곳을 떠난 이유는 사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남아 있었다면 그냥 살해당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2014년 리시찬스크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통제 하에 놓이게 되었을 때에도 계속 그 지역에 남아 사람들을 섬겼지만, 당시에는 도시에 러시아 병사들도 없었고 그들이 지금처럼 잔인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노사쵸프 목사는 순교자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월 초, 러시아 군인들이 내 아파트를 샅샅이 수색했다. 창문들이 모두 깨져 있었다. 사역자들도 가족들을 데리고 전부 떠났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역자들은 도시로 가서 인도적 구호품을 배포하면서 사람들을 돕고 대피시켰다”고 했다.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 8월 보고서에 따르면, 리시찬스크 주민 10만 명 가운데 80%가 피난을 간 것으로 추정된다.

리시찬스크가 대대적으로 파괴됐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은 리시찬스크와 그에 인접한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가리켜 ‘죽은 도시들’이라고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대가 리시찬스크 주변 영토를 탈환하고 리시찬스크로 다시 진격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노사쵸프 목사가 집과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을 기회로 삼아 인근 지역의 우크라이나 성도들을 심방하고 격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사쵸프 목사는 순교자의소리에 그의 교회 교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한 한 자주 서로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여성도들은 교회 옆집 마당에 무더기로 버려져 있던 성경책과 도서 상당수를 회수했다. 한편 당국은 리시찬스크 교회 건물을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는 사안에 대한 국민투표 장소로 이용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교회 건물이 몰수되고 사역자들이 도시 밖으로 추방되고 도시 대부분이 폐허로 방치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귀하게 여겼으며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에서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계속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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