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92조 6의 의미와 트랜스젠더 군복무 관련 포럼 개최
대법원은 지난 4월 21일 군형법 제92조 6(추행)을 축소 해석해 “사적 공간에서 합의로 이뤄진 동성군인 간 성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 합법화를 넘어, 궁극적으로 동성애자의 군복무 허용을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군 동성애 및 젠더 군복무 문제에 대한 포럼’이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국회 국방위원장 이헌승 의원과 바른군인권연구소(소장 김영길)이 주최하고 동반연, 한국정직운동본부, 복음법률가회,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인사말을 전한 이헌승 의원은 “대한민국 국가 안보 상황이 위중하다 못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군 내부의 기강 확립을 통한 전투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대법원과 지방법원의 (군이 고 변희수 하사의 복무를 중지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3번의 결정에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군의 특수성과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력 보존’ 측면에서 현행 군형법이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며 “군기강 확립을 통해 국방력이 강화되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토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 의견에서 “군형법 제92조의 6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사적 공간에서 합의로 이뤄진 동성 군인 간 성행위에 대해서도 가벌성을 인정해 온 종래 대법원 판례(2008, 2012년)를 변경한 것으로,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군형법 제92조의 6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세계 동성애주의자들의 숙원이자 국제적 운동의 일환”
음선필 교수(홍익대)는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의 폐지가 세계 동성애주의자 내지 동성애 지지자의 숙원이자 국제적 운동의 일환임을 알아야 한다”며 “이러한 시도의 배경에 이른바 ‘성소수자의 마그나 카르타’로 불리는 ‘욕야카르타 지침’이 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11월 제정된 욕야카르타 지침은 전 세계적으로 성혁명을 위한 기본 전략과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인권위도 결정문에 이를 인용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이에 따른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2지침(평등과 차별금지의 원리) 중 국가 의무로 제시된 것에 “동의연령(age of consent) 이상의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금지하거나 사실상 이를 금지하기 위해 활용되는 형법 및 기타 법적 조항을 폐지하고, 동의 연령은 동성 간 및 이성 간 성행위를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음 교수는 “여기서 보듯 동성애주의자들은 성교에 대한 동의 연령을 넘은 동성 간의 성행위를 전적으로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며 “군형법 제92조의 6을 폐지 내지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상현 교수(숭실대 법대 국제법무학과)는 “이번 사법부의 접근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권에 따라 합헌 결정을 내린 법률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성을 언급하며 축소해석한 점, 명확한 법문언과 달리 그 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한 점, 특히 이러한 사법적극주의를 채택한 것이 군형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위헌법률심판권을 가진 미 연방대법원이 민간인의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주 형법을 위헌으로 결정했음에도 군인간 항문·구강성교를 처벌하는 미국 군형법 규정에 대해 합헌을 인정해 왔으며 축소 해석을 행한 예가 없음을 볼 때, 규범적 평가의 변화나 보호법익에 기반한 대한민국 최고 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좀 더 설득력 있는 논증과 국가 안보 측면의 규율 및 보건적 유해성 관점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군복무의 문제점을 지적한 명재진 교수(충남대 법학전문대)는 故 변희수 하사의 사망과 관련, “안타까운 일이고 모든 국민이 주목해야 할 사건이고 애도를 표해야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대한 정확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전역위원회는 병역법과 관련 법규에 따른 재량적 판단으로 명백한 법적 하자가 없는 결정이어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명 교수는 “2심 법원은 일부 주장에 편들어 관련 군전역 법규들을 살펴보지 않고 단순히 이 사건 부사관을 여성으로 보아 전역조치를 불법이라고 보는 것은 법관으로서 법규에 기속되는 의무를 거부하고 정책적·입법적 판결을 한 것이다. 이는 법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입법행위이며, 현행 법규를 무시하는 반법치적 판결”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 군인이 남부사관으로 임명되어 여성으로 성전환하는 경우 관련 법규에 의해 심신 장애로 보는 것이 관련 법규의 제정의도 및 집행에 맞는 결정이다. 성별 변경으로 여성이 된 남부사관은 전역하고 다른 절차에 따라 여군으로 복무하는 것은 다른 절차인 것이고 남군에서 여군으로 변경 복무시키라는 것은 권한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입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김영길 대표(바른군인권연구소)는 군형법 92조 6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조배숙 복음법률가회 대표가 축사 및 격려사를 전했다. 또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김용준 변호사, 이명진 원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혜성 사무총장(바른인권여성연합)이 토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