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성도, ‘폭격에 훼손된’ 교회 수리하려다 숨져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양떼 위해 대가 치른 것”… 순교자로 인정하고 유족 지원

우크라이나의 한 성도가 동절기를 대비해 교회 건물을 수리하기 위해 1,300㎞를 이동해 동부 시베르스크에 갔다가 미사일 파편에 맞아 숨졌다고 한국순교자의소리(VOM Korea)가 전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에 따르면, 미하일 마흐니크(Mikhail Makhnik)는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크에 있는 ‘구원의 반석’(Rock of Salvation)교회 집사였다.

▲미하일 마크니크 집사.

▲미하일 마크니크 집사.

현숙 폴리 대표는 “마흐니크 집사는 지난 2월, 아내인 릴리(Lily)와 다섯 자녀 가운데 세 자녀를 데리고 폴란드와의 국경에 인접한 트루스카베츠(Truskavets) 지역으로 갔다. 그는 그곳에 잠시 머무를 예정이었지만 전쟁이 터져 버렸고, 결국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흐니크 집사는 가족들과 함께 트루스카베츠에 있는 기독교 선교단체에 머물고 있었지만, 지난 2월부터 아내와 함께 고향인 시베르스크를 몇 차례 방문해 현지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품을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베르스크의 인구는 대략 13,000명이었는데, 그 지역이 상당 기간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주민이 피난을 가야 했다. 그러나 마흐니크 집사 부부에게는 그곳이 고향이었다. 그 부부는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고, 전쟁이 터지기 전 그들의 집은 말 그대로 마을 주민들이 매일 모이는 곳이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집사 부부의 자녀 중 한 명은 순교자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매우 친절하고 온화하고 개방적인 분이었다. 모든 사람을 사랑했고 항상 도와 주었다. 아버지는 누구든지 차에 태워 주었고, 망가진 물건도 뭐든지 고쳐 주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자주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고, 집은 항상 손님들과 친척들과 청소년들로 북적거렸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 집은 항상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부모님은 모든 사람들을 돌봐주고 대접하고 섬겼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매일 부모님 집에 모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집에서 청소년을 위한 성경 공부를 인도했다. 마을 청소년들은 부모님 집에서 새해를 함께 맞이했고, 제 부모님이 참석한 가운데 다른 행사도 많이 열었다. 제 아버지는 많은 청소년들의 아버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흐니크 집사는 고향 교회의 지붕을 비닐 방수포로 덮기 위해 최근 식량과 구호품을 들고 시베르스크를 방문했다”며 “교회 지붕은 마당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의 파편으로 손상된 상태였다. 그는 지붕에 난 구멍으로 비가 새어 들어와 본당이 훼손될까 봐 걱정했다. 그 교회의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코브자르(Alexander Ivanovich Kobzar) 목사는 마흐니크 집사가 주민들이 겨울철에 와서 먹고 자며 피난처로 삼을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곳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지난 10월 8일 토요일 저녁, 마흐니크 집사가 현지 의사 한 명과 오랜 이웃인 친구와 함께 있을 때, 그 친구의 집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흐니크 집사와 그 의사는 파편으로 인한 부상으로 사망했고, 이웃 사람은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순교자의소리에 따르면, 마흐니크 집사의 아내는 남편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여보, 당신은 이 집(교회 건물)을 사랑했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수리할 필요가 없는 영원한 집을 마련해 주셨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

순교자의소리는 마흐니크 집사를 순교자로 인정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란 주님을 섬기기 위해 생명을 바치기로 의식적으로 결단하는 기독교인이다. 순교자는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언하기 위해 죽기까지 헌신하며, 자신들이 생명을 걸고 섬기는 이들에게 주님의 은혜를 증거한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때로 우리는 어떤 성도가 핍박을 받아 순교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볼 때 ‘순교자’라는 단어는 ‘증인’을 의미한다. 성경적으로는 신실한 증인(순교)이 되는 것이 항상 먼저다. 그 결과로 핍박을 당한다. 때로 그 핍박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기도 하고, 영적인 영역에서 오기도 한다. 마흐니크 집사의 경우에는 주 예수님께서 돌보라고 맡겨 주신 양떼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핍박을 당했다. 최전방 전쟁터에서도 말이다. 전쟁이 터지기 전 마흐니크 집사의 집은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사람들이 오면 그는 복음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전쟁 중 여기저기서 들리는 포탄 소리에도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교회 문을 열어 두려고 노력했다.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언하려면 언제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기쁨으로 기꺼이 담당할 때 기독교인이 순교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순교자의소리는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프로젝트에 들어온 기금을 마흐니크 집사의 가족에게 사랑의 헌금으로 보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역은 신앙을 위해 순교하거나 투옥된 성도의 가족을 보살피는 것”이라며 “순교자의소리는 ‘우크라이나 긴급 후원’ 기금에 들어온 헌금 또한 시베르스크에 위치한 마흐니크 집사의 교회에 사랑의 헌금으로 보냈다”고 했다.

순교자의소리는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언하다 살해된 우크라이나 성도들의 가족 및 러시아의 강압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언하는 우크라이나 교회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프로젝트나 ‘우크라이나 긴급 후원’ 프로젝트로 후원하면 이 사역에 동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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