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5주년, 교회는 세상과 다른 가치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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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칼럼] 오늘도 들리는 종교개혁자들의 외침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크투 DB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크투 DB

올해는 종교개혁 505주년이다. 종교개혁은 성경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5세기부터 15세기까지 1천 년 동안 로마가톨릭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상징인 라틴어라는 언어로 세계 교회를 통치했다.

라틴어는 당시 사람들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특권층을 위한 언어이고, 보편적이지 못한 죽은 언어였다. 언어의 기능이 서로 소통하고, 전달되는 것에 있다면, 읽지도 쓰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언어로는 교회를 세상 속에서 드러낼 수도, 전파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복음이 세상 속에 전파돼야 하지만, 교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복음이 전파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오면서 고전어에 관한 관심이 활발해져 연구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하나님 말씀을 전파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교회로 인해 죽어 있었던 성경이 인본주의의 부흥을 통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종교개혁 이후 자신의 모국어로 성경을 번역했다. 당시 로마가톨릭은 교회의 권위가 세상의 권위보다 앞서 있고, 성경 번역 권한은 오직 교황에게, 공회를 소집할 권한도 오직 교황에게만 있다고 했다.

일반인은 성경을 번역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교황과 황제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당해 튀링겐주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피신한 루터는 11개월 만에 독일어로 된 ‘9월의 성경(1522년 9월)’을 출간한다. 올해는 ‘9월의 성경’ 출판 5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영국 비국교도들에 의해 최초 영어 주석 성경인 제네바 성경(1560년)이 출간됐고, 영어로 번역된 성경을 통해 청교도들이 깨어나는 계기가 됐다.

종교개혁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스스로 성경을 해석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들 나름의 시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타인에게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종교개혁은 죽어 있던 교회에 성경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고, 성경의 보편화를 통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은 다른 문제를 우리에게 안겨줬다. 14-16세기 르네상스, 17세기 경건주의,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합리주의(이성주의), 20세기 실존주의를 지나면서 성경은 인간 이성에 의해 인문학으로 돌아갔다.

성경은 역사와 시대의 절대적 가치를 상실해 성경의 권위와 세속국가의 규범이 충돌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그 결과 교회의 힘이 세상 권력을 통치하는 중세의 가치를 역행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북아일랜드 성공회 신부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는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에서 “성경으로 교회를 개혁한 개혁교회가 왜 그토록 예배에서 음악에 심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교회가 성경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이다. 성경이 교회에서 절대적 지위를 상실하고, 교회가 계시에서 이탈하며 교회는 본질인 생명력을 잃어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비텐베르크 대학 구약성서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는 ‘면죄의 힘에 관하여’라는 제목 아래 95개 논제를 비텐베르크 슐로스 교회 정문에 걸게 된다. 종교개혁의 신호탄이었다.

비텐베르크 슐로스 교회 정문에 써 붙인 ‘95개 조항의 질문서’ 핵심은 “성경 어느 곳에 면죄부를 사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구절이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바티칸 대성당 건축 비용 마련을 위해 판매된 면죄부를 구매할 때, ‘헌금함에 은전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찰나의 시간은 부모의 죄가 용서받고, 자식의 죄도 용서받아 지옥에서 연옥으로, 연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것이, 과연 성경에 있는 가르침인가?’라는 질문에서 종교개혁의 운동은 시작했다.

루터가 말하는 죄 용서의 은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총이지, 면죄부를 구매함으로 지옥에서 연옥으로 올라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500여 년 전 루터가 용감하게 들어 올린 종교개혁의 횃불은 프랑스의 칼빈, 스위스의 츠빙글리로 이어지며 유럽 기독교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그 후 신구교 간 종교적 갈등이 꽤 오랜 시간 지속됐지만,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신교와 구교는 화해하고 유럽 남쪽은 대다수 로마 가톨릭으로 남고 북쪽 국가들은 대체로 신교를 택했다.

신교를 택한 사람은 로마가톨릭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보다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밝고 선하고 적극적으로 살아서, 구교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보다 더 진취적 인생이 되었다.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개척한 개척자들은 청교도(Puritan)들인데, 이들은 영국 국교인 성공회에서 박해받던 장로교 계통의 신교도들이다.

미국은 장로교적 배경을 가진 퓨리턴(Puritan)들이 첫 발걸음을 내디뎠으나, 재세례파에 뿌리를 둔 침례교인들이 미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파했고, 곧이어 존 웨슬리의 영향을 받은 감리교도들이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와서 큰 부흥을 이루게 되었다.

종교개혁의 달인 10월, 우리의 교회는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대 교회는 세상의 가치와 타협하고 있다. 세상의 가치는 숫자의 가치와 맞물려 있다. 많고, 거대하고, 큰 것을 숭상하고 있다. 더 많이 모이는 교회, 더 많은 헌금을 하는 교회, 더 많은 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 많은 프로그램과 헌신을 강요하며, 임직 때마다 임직 헌금이라는 명목하에 돈을 걷고 있다.

9월 있었던 각 교단 총회에서도 교회 권력의 거대함을 볼 수 있었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세습을 정당화하는 교회를 옹호하는 총회도 있었다. 목회자의 안수와 논문 표절, 거대한 예배당 건축이 불법이라고 하는 대법원 판결에도 한국교회를 섬기겠다고 수십 억 원을 사용하며, 노트북과 태블릿PC, 승합차 등으로 시골 교회 목회자들을 유혹해 물량으로 자신의 위엄을 자랑하는 교회도 있다.

이런 일은 과거 로마가톨릭에서 행한 ‘세상 법 위에 영적인 법이 있다’는 그들의 힘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불법 부동산 문제와 논문 표절은 오늘날 세상에서도 엄밀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기준인데, 교회에서 이런 일을 자행하고 있으니 교회의 자정능력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회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회는 봉사단체도 아니다. 교회는 NGO도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는 자들이 각 지체로 모여 서로 사랑하고, 하나 되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주의 몸 된 공동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부당한 교회 권력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숨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피 맺힌 절규를 외친 종교개혁자들의 외침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동일하게 들리고 있다.

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세상과 다른 가치를 보여줄 수 있고, 그 가치를 어두운 세상 속에서 비출 수 있다. 돈이 아니고, 권력이 아니고, 모이는 수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말씀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교회는 다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상진 목사.

▲서상진 목사.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대구 미래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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