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2)
한국적 정황 맞지 않는 넷플릭스 반기독교 콘텐츠 왜?
넷플릭스, 동아시아·동남아 일부 국가들만 성장 여력
한국 콘텐츠, 서구권도 어필 요소들 갖추게 집중 투자
교계, 기독교 문화 끼친 선한 영향력 콘텐츠 만들어야
이번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전편에 이어 10월 7일 10부작 시리즈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글리치>를 분석합니다.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노덕 연출, <아이리시 어퍼컷>, <인간수업> 진한새 각본의 이 드라마는 15세 관람가로 전여빈(홍지효), 나나(허보라), 이동휘(이시국, 홍지효의 남자친구), 고창석(김찬우), 손숙(백윤선), 김명곤(좁), 태원석(값대위)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 넷플릭스의 반기독교화: 사세 확장을 위한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반기독교화
최근 <오징어 게임>, <수리남>, 그리고 <글리치> 같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유독 기독교 신앙 및 기독교 계열 이단종파에 대한 비하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 풍자가 성행하는 데는 넷플릭스의 경영상 계산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넷플릭스는 현재 기업 성장이 멈춰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 성장과 직결되는 가입자 수는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디즈니+, 애플TV+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이미 OTT 서비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해서,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더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은 경제력 부진으로, 중동 지역은 종교적·정서적 괴리감으로 인해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그나마 넷플릭스가 사세 확장을 노릴 수 있는 지역은 초고속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경제 성장 여력이 있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인데, 그 가운데서 가장 잠재 수요가 많은 중국은 미국에 본거지를 둔 OTT 서비스 업체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결국 넷플릭스가 현재 적극적으로 사세 확장을 노릴 수 있는 지역은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각국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서구권에서의 사업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던 2016년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지역 콘텐츠 발굴 및 제작에 상당한 힘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6년 <굿모닝 콜>을 시작으로 넷플릭스와 현지 방송국이 합작한 드라마 혹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한국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최근 넷플릭스의 사업 규모 유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2000년대부터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한류 문화의 영향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한국의 드라마, 영화, 그리고 K팝 등이 이 지역에서 크게 선호되어 온 덕분에,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또한 비교적 손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201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서구권에서도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세계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런 추세는 <킹덤>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작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에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이에 넷플릭스 본사는 최근 제작되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이 서구권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반종교, 반기독교 메시지를 적극 담아내고 있다.
◈한국 넷플릭스의 실책: 한국의 근현대 역사 속에서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문화의 위치
넷플릭스는 포스트모던 문화의 기본 이념인 다원주의를 선도적으로 표방하고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 유통사이다. 당연히 배타주의 종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데, 아무래도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인 까닭에 배타주의 종교의 전형으로 기독교 신앙을 지목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반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표면적 원인으로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 기독교계의 사회적·문화적 영향력 반감을 지목할 수 있다.
하지만 심층적으로는 전통과 보편적 기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즉 혁신과 일탈을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여기는 포스트모던 문화이념의 득세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구인 관점으로 볼 때, 기독교 신앙과 문화는 서구 문화사와 정신사를 지탱하던 전통의 핵심이다. 따라서 서구인들 사이에는 삶의 혁신과 개별화를 위해 반드시 기독교 신앙과 문화를 비판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
이는 우리 한국인들이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유교적 정신문화 유산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는 콘텐츠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반기독교 정서를 조장한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옥>, <수리남>, 그리고 얼마 전 공개된 <글리치>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적극적인 반기독교 정서는 서구의 문화사적 정황에는 약간이나마 들어맞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문화사적 정황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을 넘어 부당하고 부적절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문화는 한국 사회의 인권 신장과 평등, 그리고 문화 수준과 삶의 질 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1800년대 초, 정조 시절부터 한국에 유입된 서학과 천주교는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띄워주고, 중인 이하 하층민들에게 평등한 공동체적 삶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1800년대 말 시작된 개신교 선교는 한국 근대화와 신식 교육, 평등, 그리고 윤리적 삶의 실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인의 자주독립 정신을 지켜내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서구에서는 기독교 신앙 전통이 오래된 억압의 사상체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우리 한국 역사에서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문화는 해방, 인권, 계몽의 주된 원동력이었다.
비록 1990년대 이후 한국 기독교계가 급격한 양적 성장의 부작용 때문에 교회 내부 비리나 이단 문제 등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바가 많았지만, 이전까지 기독교 신앙은 우리 사회에서 짧게는 100여 년, 길게는 200여 년 넘게 한국의 근대화, 문화발전, 생활개선을 이뤄내는 데 이바지했고, 윤리적 삶을 독려하는 데 앞장서 왔다.
즉 현재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선보이는 반기독교 메시지는 서구 다원주의 문화정서 속에서는 수긍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한국의 근현대 역사 정황 가운데서는 부당하고 편향적인 측면이 많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옥>, <수리남>, <글리치>에 선보이는 기독교 비하 및 풍자는 지극히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단 종파들의 특성을 가져와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게 비트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해당 작품의 각본가나 감독들이 우리 한국 사회의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문화에 대해 교의적으로, 철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글리치>의 경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에서 주장하는 외계인 신앙까지 끌어들여, 한층 더 서구 기준에 맞춘 반기독교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성장이 정체된 넷플릭스의 현 사업 전략에 맞춰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반기독교 정서, 그리고 신비적이고 개별화된 종교성을 억지로 부각시키는 꼴이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기 위해 우리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반기독교 메시지를 억지로 집어넣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제작될 것이다. 이는 곧 넷플릭스의 편향된 반기독교 정서가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진적으로 증대된다는 뜻이다.
이런 잘못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독교계가 단순히 반기독교 콘텐츠 범람을 무력하게 지탄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절감할 수 있게 해주는 수준 높은 콘텐츠 제작과 배급에 힘써야 하겠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