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대속자를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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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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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첫 번째 죄’는 ‘죄 삯 사망(롬 6:23)’을 지불하면 해결받을 수 있도록 하나님이 경륜해 주셨다. 하나님은 인류로 하여금 그의 ‘첫 번째 죄’ 때문에 멸망하지 않게 해 주셨다는 말이다. 이는 하나님이 범죄 한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혀 주신 사건(창 3:21)’을 통해 이미 예시됐다.

그것은 장차 하나님이 택자의 죄를 속하려고 그리스도를 보내 그들에게 ‘구속의 의(righteousness by redemption)’를 입혀주실 것을 예표한 것이다. 인류로 하여금 그의 ‘첫 번째 죄’ 때문에 멸망하지 않도록 해 주신다는 약속은 다음 구절에도 나타난다.

“이를 인하여 그는 새 언약의 중보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히 9:15)”.

그러나 여기서 ‘그리스도가 ’첫 언약 때 범한 죄를 속하려고 죽으셨다’는 말은, 어떤 사람들의 말처럼 단지 그리스도가 ‘아담의 첫 범죄(original sin, 원죄)’와 ‘인류가 그에게서 물려받은 그것(원죄)’만이 아닌, 그것으로 인해 파생된 ‘자범죄(actual sin)’까지 속하려고 죽으셨다.

‘자범죄’는 ‘원죄’를 해결받은 후에도 그들의 연약성으로 그들이 죽는 순간까지 지속되는데, 그리스도의 피가 그 죄들을 단번에 다 속(贖)했기에, 평생의 그들의 죄에 대해 어떤 정죄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첫 번째 죄’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된 그리스도의 속죄(贖罪)를 받아들이지 않는 ‘불신의 죄’는 정상참작이 안 되는 ‘궁극적인 죄’이다. 이것은 ‘율법적인 죄’완 달리 그 죄를 중지시키지 않는 한 정죄(condemnation, 定罪) 아래 있게 된다. 그것은 ‘그의 연약성으로 말미암은 어쩔 수 없이 범하는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이 멈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멈출 수 있는데, 그의 ‘악심(히 3:12)’이 고의적으로 그것을 범하게 한 것이다. 성경은 이것을 용서받지 못할 ‘고범죄(willful sin, 故犯罪, 시 19:13)’로 명명했다. 전자는 ‘인간의 나약함’에 의해 발생하지만 후자는 ‘마귀적인 악함’에서 나온 것이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저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 내가 진리를 말하므로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는도다(요 8:44-45)”.

◈대속자를 가졌느냐?

인간의 문제는 ‘그에게 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죄값을 지불해줄 대속자’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비록 인간의 불행이 ‘율법을 어기는 범죄’로 시작이 됐으나, 하나님이 그들에게 대속자(Redeemer, 代贖者)를 주셨기에, 그 ‘첫 범죄’는 종국적인 불행이 아니다. 대속자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의 ‘종국적인 불행’은 그를 살리려 보낸 대속자를 거부한 데서 비롯된다. 예수님이 “저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의 이름을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요 3:18)”고 한 것은 ‘대속자를 갖지 않은 자’는 ‘종국적인 불행’ 곧 ‘심판(審判)’을 맞닥뜨린다 는 뜻이다.

‘죄의 심각성’ 역시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심각하느냐’ 혹은 ‘그것이 윤리적이냐 종교적이냐’가 아닌 ‘대속자를 가졌냐 안가졌냐’‘에 달렸다. 다음은 기독교 안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인간은 대속자를 가지면 자기 죄 때문에 안 죽고, 대속자를 갖지 않으면 자기 죄 때문에 죽는다.’

‘죄·대속·심판’의 원리를 짧은 한 구절로 함축성 있게 잘 표현했다. ‘그리스도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한다’는 말은 ‘그가 우리의 죄값을 대신 갚아준다(대속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대속자’가 되심으로 ‘우리의 구원자’가 되셨다.

그런데 ‘구원’은 ‘능력’이고, ‘구원자’는 ‘능력자’라는 도식이 일반의 인식인데, 그리스도가 목숨을 지불하는 대속자가 됨으로 구원자가 됐다는 것은 ‘능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겨우 빚을 갚아줌으로 구원한다고?’라는 비아냥을 불러 일으킬만 하다.

그러나 이 ‘대속’은 전능자(全能者)에게만 가능하고 ‘무능자’에겐 불가능하다. 그것은 심판자가 피(被)심판자가 되고, 깨뜨려질 수 없는 ‘뜨인 돌 그리스도(단 2:34-35)’가 깨뜨려짐으로(시 78:15)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대속물로 드린 희생도 누구의 강요에서가 아닌, 스스로 버림으로 된 것이다(요 10:18).

이는 오직 ‘그의 죽음’만이 우리의 유일한 ’죄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의 유전한 망령된 행실에서 구속’된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한 것이니라(벧전 1:18-19)”.

◈죄인과 채무자

앞서 언급했듯 ‘구속(대속, redemption)’이라는 말은 ‘값을 치른다’는 뜻으로, ‘제의적(祭儀的)인 용어’이면서 ‘경제적 의미’도 함축한다. 구약에선 gā’a1, pādāh, ‘금전 지불로 본래 소유주에게로 돌아가는 과정’을, 신약에선 kipper로 ‘보상한다’를 뜻한다.

예수님도 ‘범죄한 인간’을 채무자(a debtor, 債務者)로, ‘죄 사함’을 빚의 탕감(the cancellation of the debt)에 비유했다.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처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게 하라 한 대 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마 18:24-27)”.

‘구속 개념’을 싫어하는 일부 신학자들은 ‘죄’를 채무(debt, 債務)에, ‘죄인’을 채무자(a debtor, 債務者)에 비유한 것은 죄를 ‘경제 문제’로 전락시켜 죄의 엄중함을 격하시킨다고 그것을 비판한다.

또 그것은 죄를 값(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어 로마가톨릭의 ‘면죄부(indulgence, 免罪符)’ 같은 것을 고안할 빌미를 제공했다고 한다.

나아가 사람들에게 죄를 남용하면서 ‘죄값인 그리스도의 구속에 미루면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어 사람들에게 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하는 윤리적 문제를 파생시킨다고도 비판한다.

그러나 이 ‘구속’의 도리는 근본 죄는 인간이 해결할 자격과 능력이 없으며, 오직 죄의 유일한 구속자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지불된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성경이 ‘죄’의 해결 방식을 ‘사유·덮음·불인정’의 방식으로만(롬 4:7-8) 되게 한 것도 그것(죄의 해결)이 오직 하나님의 ‘구속의 자비’에 의존됐음을 뜻한다.

곧 이러한 사실들은 앞의 비판처럼, ‘그리스도의 대속’이 ‘죄의 엄중함’을 약화시키거나, 사람들로 하여금 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할 수 없게 한다. ‘죄삯 사망’이 없어 영벌을 당할 죄인이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자신이 살림 받았을진대, 오직 감읍함과 경외심으로 몸둘 바를 몰라 할 뿐, 다른 어떤 생각도 들지 않게 한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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