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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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 정부와 글로벌리스트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피난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크투 DB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피난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크투 DB

1.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두고 세계 지도자들이 연이어 ‘아마겟돈 전쟁’을 언급하고 있다. 바이든(Biden) 대통령, 트럼프(Trump) 전 미국 대통령까지 “이러다 아마겟돈 전쟁이 발발하겠다”고 우려했다. 아마겟돈 전쟁은 종말의 전쟁을 의미하지만, 계시록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인류 종말의 전쟁이면서 지구적 세계관 전쟁임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기간 내에 잘 해결되든 그렇지 않고 장기간 계속되든, 세계 공동체에 미친 여파가 지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태는 돌발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리스트들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추진해온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이제야 수면 위로 부상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엘리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통합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 왔으며, 근래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은 이러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 것이다.

2.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세계는 이렇게 끝없이 갈등하며 전쟁이 끝없이 계속되는가?’라며 그 원인은 세계가 여러 국가들로 분열되어 있어 그런 것이니, 세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정치적·경제적 평화를 이루고, 세계는 완전한 인류 사회(perfect society)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대 글로벌 비전은 2천 년 넘도록 서구 정치인 및 지성인들에 의해 부단히 확산되고 심화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 비전이 글로벌 엘리트들의 보편 비전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공부한 그리스 황제 알렉산더는 무력으로 세계를 통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어 12세기 단테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조건으로 세계 절대군주론 및 세계 보편제국 필요성을 역설하며 강력한 세계통합제국의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알렉산더 이후 무력 정복에 의한 세계 통합 야망은 여러 제국들에 의해 시도되었으나, 세계 평화가 아닌 ‘제국의 평화’ 야망이 작동하면서 결국 실패로 끝났고 그 결과 제국은 붕괴했다.

성급하게 무력으로 세계를 통합하려는 방법을 비판한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Kant)는 “단번에 무력으로 세계 통합을 추구하려 하지 말고, 전 단계로 법적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국제법 강화를 제안했다. 그래서 마침내 국제연맹과 유엔(UN)이 창설되었다. 세계 통합을 위한 선 모델로 유럽연합(EU)이 등장했다. EU가 성공하면 세계 통합은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나 UN은 리더십이 약하여, 보다 강력한 G7, G20이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이전에는 각 국가가 고유의 문화적 규범으로 통치됐으나, 지금은 국제법, 세계평화 및 국제인권 규범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평화 염원은 절실해졌고, 세계 통합 기제는 부단히 구축되어 온 것이다.

▲2018년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왼쪽)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복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Orthodox Church 유튜브

▲2018년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왼쪽)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복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Orthodox Church 유튜브

3. 이와 같은 세계주의(globalism) 사상에 기반한 세계 통합 실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도처에 자리잡은 민족주의(nationalism)와 오랜 전통을 가진 거대 종교 세력들이다. 종교집단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세계 통합을 저해하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세계 종교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종교를 거세하는 방법이 있다.

글로벌리스트들은 일찍이 UN에 세계종교 통합위원회를 만들고 종교 통합을 추진해 왔다. 가톨릭이 앞장서고 개신교 내에서는 WCC가 치밀하게 작전을 펼쳐왔다. 이슬람에서는 튀르키예 페튤라 귤렌(Fetullah Gullen)을 앞세워 이슬람권을 설득해 왔는데,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에르도안(Erdogan) 대통령이 2015년 “귤렌이 미국 CIA의 지령을 받고 국가를 글로벌리스트들에게 갖다 바치는 작전을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여 귤렌의 ‘Green Generation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이후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귤렌의 배후로 미국을 비난하며, NATO 동맹이면서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과 WCC의 노력으로 성과는 적지 않았다. 2019년 가톨릭 교황과 이슬람권 지도자가 UAE에서 만나 종교 간 평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리는 형제이며, 진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화”라고 선언했다.

문제는 개신교 내 복음주의자들과 러시아정교회가 세계종교 통합 운동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러시아정교회와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푸틴(Putin) 대통령은 “정신나간 서방 지도자들이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종교를 해체하려고 한다”며 공공연히 강력 반발해왔다.

개신교 내 복음주의자들의 반발은 너무 강력하고 막무가내라 글로벌리스트들 입장에서는 아예 거세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글로벌리스트들의 의도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노골적으로 나타나자,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이제서야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트럼프 대통령 후보를 적극 지지하며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조건은 미국 개신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적극 반응하며 복음주의자들과 연대했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수 년 전부터 트럼프 진영이 자기들끼리 모였을 때 바이든 진영을 ‘사악한 글로벌리스트들(evil Globalists)’이라 부르고,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 진영을 ‘정신나간 복음주의자들(psycho Evalgelists)’이라 부른다.

4. 한편 세계주의(globalism) 사상에 헌신된 글로벌리스트들은 민족주의(nationalism)를 강력히 거부한다. 민족주의는 한 민족국가(nation state)의 번영과 영광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근본적으로 세계 통합에 반대한다. 글로벌리스트 관점에서는 인류의 무궁한 평화와 번영보다 자민족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족주의는 제거해야 할 인류 공공의 적이며 악이다.

한 국가에서 민족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군부이다. 군부는 청년 때부터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목숨 걸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글로벌리스트들 입장에서 군부는 거세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부가 빠르게 거세당했다. 한국은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때 기세가 꺾였다.

여전히 군부 세력이 지배하는 국가는 중동 아랍 국가들 중 아랍연맹 진영이었다. 2011년 미국 오바마 정부는 소위 ‘아랍의 봄’ 민주화 프로젝트로 아랍 민족주의자 군부가 지배하고 있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군부를 전복시켰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군부 정권은 이전에 제거당했다. 시리아 하나가 남았는데, 러시아 개입으로 실패했다. 중동의 왕정 국가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소련 해체 이후 동구 유럽을 유럽 진영으로 끌어들인 글로벌리스트들이 우크라이나를 NATO에 편입시키려 하자, 러시아가 글로벌리스트들의 프로젝트에 강력 저항하며 우크라이나에 무력 공격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같은 민족으로 여기며, 글로벌리스트들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5. 지금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세계주의와 민족주의의 ‘세계관 전쟁’이며, 진리가 우선이냐 평화가 우선이냐의 ‘가치 전쟁’이다.

민족주의자들이나 복음주의자들은 서로 입장이 다르지만, 이들 안티글로벌리스트들은 근본적으로 글로벌리스트들을 불신한다. 그들은 글로벌리스트들이 세계 평화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명분일 뿐이고, 그들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사악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제이미 래스킨은 “러시아가 전통적 기독교 국가이니 끝까지 파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그의 주장은 민주당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푸틴은 최근 “서방 세계 엘리트들이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종교를 해체시키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푸틴은 자신과 러시아에 글로벌리스트들의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기 때문에 타깃이 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은 동성애, 트랜스젠터 문제 등 젠더 이데올로기에 강경하게 반대해 왔다. 실제로 이런 젠더 이데올로기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국가 지도자는 푸틴 대통령과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총리가 유일하다.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지난 여름 텍사스 미국 트럼프 지지자 모임에 참석해 글로벌리스트들을 강력히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트럼트의 안티글로벌리스트(state nationalism)을 적극 지지하고 헝가리는 기독교 국가 정체성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수년 전 오르반 총리는 글로벌리스트 엘리트그룹의 금융권 좌장으로 알려진 거물급 조지 소로스를 ‘감히’ 헝가리에서 몰아내 세계 정치권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6. 지금 세계는 지구적인 세계관 전쟁에 돌입해 있다. 한국은 독특한 민족주의 주사파, 사회주의 좌파, 글로벌리스트, 우파, 복음주의자 등 아직 정리되지 않는 과도기적 행태로 난잡하게 혼재돼 있지만, 글로벌 세계관 전쟁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는 면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한국도 조만간 글로벌리스트 정치세력, 그들과 공조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기술거부들) 및 글로벌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결국 글로벌리스트와 안티글로벌리스트 양대 진영으로 수렴될 것이다.

팬데믹 때 본사를 네오마르크스주의 글로벌리스트들이 득세하는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기고 최근에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직원 50% 이상을 해고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자기 혼자 잘났다고 비난받는 일론 머스크는 양대 진영에서 초월하여 홀로 우뚝 서려고 하지만, 양대 진영 사이에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것 자체가 미국 대통령 바이든 진영이나 빌 게이츠 등 글로벌리스트들에게는 달갑지 않는 것이다.

7. 계시록 16장에는 아마겟돈 전쟁이 임박한 종말의 표적으로 기술돼 있다. 내용을 보면 사탄, 적그리스도, 거짓 선지자가 힘을 합해 세계 국가들을 연대시켜 하나님께 대항하여 세계 전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탄의 세력이 배후를 조종함으로 결국 세계 국가 연대가 구축되고, 세계 국가 연대 세력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각 국가들이 소멸되고 세계가 한 국가가 되어 ‘세계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들이 존립하고 그 국가들의 안티 기독교 연대가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세계 정부(global government)’가 아니라, 글로벌 엘리트들에 의한 ‘글로벌 통치(global governance)’가 이뤄지는 것이다.

세계 국가 통합을 추진하는 작금의 글로벌리스트 세력들이 하나같이 안티 기독교 세력의 특성을 가진 점은 이 예언의 말씀과 맥락을 같이 한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6년 전 대통령이 된 후 “푸틴과 내가 손을 잡으면 세계를 변화시킬 수있다”고 발언한 것은, 둘이 손을 잡으면 글로벌리스트들을 소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재임 기간 내내 신좌파 글로벌리스트들이 짜놓은 ‘러시아 커넥션’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번 11월 중순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제2 라운드가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세계는 글로벌리즘과 안티글로벌리즘의 세계관 전쟁이 치열하여, 갈수록 아마겟돈 전쟁의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최한우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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