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명태국인교회 홍광표 목사, 이주민 선교·BAM 등 경험 나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213만여 명인 것으로 10월 31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했다. 유형별로는 외국인근로자·결혼이민자·유학생 등이 164만9,967명(77.3%)으로 가장 많았다. 타문화권에 정착한 외국인근로자들과 유학생 등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그 나라의 리더로 세우는 사역은 시대적인 소명이다.
한국선교사자녀교육개발원(KOMKED)는 최근 ‘BAM(Business As Mission) Trend & Needs 2022’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200만 이주민 시대에 그들의 사회·경제 정착을 돕고 다시 현지로 역파송하며 지속가능한 사역을 지원하는 이주민 사역에 실제적인 사례를 나눠 관심을 모았다.
이주민 근로자, 긍휼함 넘어 특별한 존재로 봐야
기독교인 불과 0.7%… 세계관까지 바뀌어야 생존
안산에서 태국인 근로자들을 섬기고 있는 홍광표 목사(새생명태국인교회)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교회를 ‘군대’와 비교했다. 병장이 제대하면 이등병을 받아야 군대가 유지되듯, 체류 기간이 지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특성상 새로운 리더를 지속적으로 세우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귀국 후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어렵게 세운 신앙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기에, ‘비지니스 애즈 미션(BAM)’은 이주민 선교의 필수적인 요소다.
그가 생각하는 이주민 사역은 크게 4가지다. 이주 근로자 사역, 난민사역, 유학생 사역, 결혼 이주여성 가족사역이다. 그 중 유학생과 근로자 사역은 ‘역파송의 원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하는 그들은 마치 광야와 같은 한국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순종을 배우고 온전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도전하다가 돌아가서 ‘본 게임’을 치른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가난하고 힘들어 타국에 왔다’는 ‘긍휼히 여기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사야 66장 말씀처럼 그들은 열방의 제사장, 열방의 레위인으로 부름을 받은 특별한 존재다. 하나님께서 세계선교를 위해 사용하시는 이들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길어봤자 3년 반,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말씀과 기도로 훈련됐다 할지라도 본국으로 돌아가면 반경 100km 이내에는 단 하나의 교회도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과연 그러한 환경에서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그는 “물리적 시간과 장소를 확보해 저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가 깊이 뿌리내려 세계관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스스로 예배자로, 스스로 교회가 되지 않는 한 믿음을 지켜낼 수 없다”고 했다. 큰 교회 안에서 태국인 예배 부서 사역을 하다가 개척을 나서게 된 이유였다. 말씀을 함께 나누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함께 살아가며 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명확한 비전의 선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그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핵심 가치와 사명 선언문을 나누며 매주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할 때, 그들이 하나님 선교의 완성을 위해 헌신하고 그 삶을 드리는 주님의 제자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근로자들 주경야독으로… 70명 신학생 배출
경제 자립 못하면 다시 해외로, 신앙도 실족
태국에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1%가 안 된다. 그렇기에 현지에서 교회를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 우선이다. 현재 새생명태국인교회가 세운 현지 교회는 6개. 그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예배 공동체가 세워져야, 그들이 돌아가 흔들리지 않고 믿음으로 복음을 붙들 수 있다”고 했다.
현지 목회자를 세울 때 핵심요소는 ‘자신학화(self-theologizing)’로, 현지만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신학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 거주하는 동안 태국 현지 신학교들과 연계해 태국어 교재로 공부할 수 있도록 했고, 근로자들은 주경야독하며 지금까지 70여 명의 신학생을 배출했다. 현지 교계와 연합해 복음주의 연맹 산하 교단도 설립했다.
평신도 사역자를 세울 때는 자립(自立), 자치(自治), 자전(自傳, self-propagating)을 기조로 했다. 여기에는 ‘비즈니스 애즈 미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14개의 커피숍과 1개의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는 현지 사업에 한국인 스태프는 단 한명도 없다. 현지 성도들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책임경영이 원칙이다.
태국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일을 하며 현지보다 6~8배의 소득을 받는다. 이는 대부분 가족들에게 송금되고 현지 생활과 사업을 위한 제반 비용에 사용된다. 몇 년간 충분한 소득을 얻었다 해도 본국에 돌아가면 다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 다시 대만과 일본 등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어렵게 세워진 신앙은 실족하기 일쑤였다.
오래 전 ‘쫄딱’ 망했던 커피사업, 다시 들어 쓰셔
BAM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예배공동체’ 설립
“경제적 자립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들이 그 땅에 정착할 수 없다.” 눈물로 기도했을 때 떠오른 것이 ‘커피’였다. 신학도가 되기 전 커피사업을 했던 그는 카페에 불이 나 잿더미가 되는 경험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셋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동시에 IMF가 터졌다. 이름조차 떠올리기 싫은 ‘커피’를 통해 주님은 다시 길을 내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저주스러웠던 시간을 보낸 것이 이 때를 위함이었던 것이었죠”.
1년간은 하루에 2잔만 팔 정도로 처참했다. 하지만 1년을 버티고 나니 법인 회사와, 로스팅실을 둔 정식 카페를 세우게 됐다. 1호점은 10개월 만에 8배로 확장됐다.
그는 “비지니스의 성공 속에 미션의 실패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비즈니스의 실패 속에 미션의 성공이 있다”고 전했다. 손님이 100미터씩 줄을 설 정도로 잘 나가던 때, 카페를 담당한 자매의 마음 속에 복음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이 일었다. 경영은 뒷전으로 미루고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매주 화요일 저녁예배를 드렸다. 그러는 사이 매출은 점점 떨어지고 급기야 카페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카페 대신 온전한 교회로 거듭나게 됐다.
그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사업은 망했지만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진 위대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즈니스 애즈 미션을 할 때 반드시 비즈니스가 성공해야 한다는 목적만 가져선 안 된다.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예배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이 방향을 전환하실 때 기꺼이 순종하고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자매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 대신 풀타임 복음 전파 사역을 택한 것이다.
반면 처음에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으나, 장사가 잘 되어 비즈니스에 몰두하다 점차 주일예배마저 빠지고 결국 실족했던 사례도 있다. 그는 “비지니스가 성공하니 미션에서 실패하는 온갖 사례도 일어난다. 그렇기에 계획 초기부터 로드맵을 세워 ‘공동체 비즈니스’로 이끌어가야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를 세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지 목회자 혹은 선교사들과 연합하라. 그래서 견고한 교회를 세우는 일에 비즈니스 애즈 미션이 보다 효과적으로 쓰이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