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과도한 체험중심주의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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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50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1990년대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1990년 구소련의 붕괴 등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거센 조류에 편승하게 된다. 민족국가로서의 경계가 약화되고 국가 간의 상호 의존성이 급증하는 세계화의 표적이 국내 모든 차원과 영역에 나타나게 되는 때, 한국교회의 신앙이나 신학 역시 세계화의 범주에서 그 가치가 평가되는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초월적인 성령의 사역에 대한 설명은 특히 인터넷과 SNS의 초시간적, 초공간적 기능을 수반하는 세계화의 개념과 함께 더욱 설득력의 여지가 있게 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내에서의 성령론의 논제들은 시대를 거쳐 가면서 좀 더 심도 있는 주제들에 접근해 간 것을 보았다. 해방 이전에는 성령의 능력 체험에 관한 논제, 그리고 기독교 성령론과 재래적 영성과의 갈등의 논제였다면, 해방 이후 근대화 시대에는 성령의 은사 문제와 방언 논쟁 그리고 성령세례 관념에 대한 갈등이 심화된 것을 보았다.

이제 세계화 시대를 맞은 한국교회는 성령론의 새로운 과제를 부여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곧 과도한 체험중심주의로부터 복음의 본질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현대인들의 의식이 이전 세대에 비해 기존의 교리를 신뢰하거나 논리적 귀결을 따르기 보다는 감성이나 직관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현상을 더 의존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성은 오용될 경우 복음의 내용을 손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일은 복음적 성령론을 확립해 가는 일에 있어서 필수적 과제라고 본다. 이 논제는 역시 신자의 영적 체험에 비중을 높이 주는 성령운동의 향후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한국교회 내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영성운동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여 확장되어가게 되었다. 홈페이지의 접속을 통해 문자의 교신뿐만 아니라, 음성이나 동영상으로도 세미나 집회의 참여, 상담, 치유, 기도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1990년대를 맞이하면서 한국교회는 북미에서 일어나는 빈야드운동(Vineyard Movement)에 실시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빈야드운동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운동이 체험과 현상을 추구하는 경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빈야드운동 기관 중의 한 곳인 Toronto Airport Vineyard의 참석자들에게 나뉘어진 간증문(Testimony Form)을 예로 들 수 있다.

거기에는 구원, 새로운 헌신의 열정, 육체의 치유, 정신적 상처의 치유 중에 어떤 체험을 경험했는지를 기록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언제 그와 같은 체험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와 같은 체험이 나타났는지’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참석자 또는 질의 응답자로 하여금 무의식중에 이와 같은 육감적(肉感的)으로 나타나는 체험 현상에 신앙의 표준을 삼게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그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 보면, 집회 시작 전에 이미 이 같은 육감적 현상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자들이 대단히 많으며, 집회 중에는 하나의 집단적인 최면(催眠) 현상과 유사한 연쇄적인 현상이 번져가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육감적인 행동에 빠져들게 되며,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은 자는 심한 정죄감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빈야드운동이 한국교회에 미쳐온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장단점을 말할 수 있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검증과 비평을 해나가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운동이 한국교회 영성운동 속에 과도한 체험과 현상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자극했다는 점은 지적해야만 할 일이다.

이처럼 세계화 시대 영성의 최대 당면 과제는 극단적 체험과 현상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힘 있는 지침은 영성운동 속에 일어나는 어떠한 체험이나 현상이라 할지라도, 복음의 본질적 정신을 통해 마땅히 그 진위성(眞僞性)을 분별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이 시대에는 예언과 계시의 개념을 크게 오해한 대표적 사례가 발생했으니 곧 1992년에 발발한 다미선교회 사건이다. 그들은 성경의 교훈보다도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나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등의 미래에 대한 예언과 계시의 체험을 더욱 신뢰하여 종말론을 해석하였다.

더군다나 그들은 어린 소년들이 받았다고 하는 주관적 체험의 내용들을 성경의 권위와 견줄 수 있는 객관적인 계시로 간주하였으며,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성경의 여러 구절들을 분별없이 인용하여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다미선교회는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신념 속에서 기독교계로부터 스스로 고립된 집단적인 신비주의를 형성해 나갔으며, 뿐만 아니라 임박한 시한부 종말의 위기감 속에서 비정상적인 형태의 금욕주의를 발전시켜 나갔다.

신학적으로 공인하는 ‘계시’라는 용어는 하나님의 전 인류의 구원과 창조의 질서에 대한 초시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진리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로서,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진정한 계시는 기록되어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물론 신자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개인적인 인도하심과 진리에 대한 교훈을 주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현상을 ‘계시’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며, 또 각자에게 주어진 이 같은 깨달음이나 인도하심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그러므로 복음적 신학계에서는 대부분 계시라는 용어는 초시대적이며 범인류적 계시인 성경의 객관적 진리에 국한시켜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유튜브 채널 : 배본철 www.youtube.com/user/bonjour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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