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독교 박해 심화 요인 중 하나, 서구의 ‘외면’”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기독교 인권단체, ‘박해받고 잊혀지다?’ 보고서 발표

▲극단주의 무슬림인 풀라니 목자들에게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묻고 있는 나이지리아 교인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극단주의 무슬림인 풀라니 목자들에게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묻고 있는 나이지리아 교인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

기독교 인권단체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는 ‘박해받고 잊히다?’(Persecuted and Forgotten?)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종교 자유와 평안을 누리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박해 속에 고통받는 교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24개국의 상황을 조사한 ACN의 최근 보고서는 “전 세계 4분의 3의 지역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억압이나 박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국가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에 위치해 있지만, 상황 악화의 요인 중 하나는 ‘기독교가 가장 박해받는 종교’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서양 국가들”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박해 상황은 아프리카 7개국에서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CN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산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포함한 비정부 무장 활동가에 의한 대량 학살의 급격한 증가”를 언급했다.

특히 우려되는 국가는 나이지리아다. ACN은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 박해 수준이 분명히 ‘집단 학살’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했다. 보고서는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은 나이지리아가 실패한 국가가 되기 직전인 이유 중 하나다. 납치, 사제 살해, 교회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이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올해 25세 기독교인 여성 데보라 사무엘(Deborah Samuel)이 ‘불경스러운 왓츠앱(WhatsApp)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돌에 맞아 숨진 뒤 불태워진 끔찍한 살인 사건을 조명했다.

보고서의 서문을 작성한 온도주 ‘성 프랜시스 자비에르 교회’의 앤드류 아데니이 아바요미 신부는 “세계가 나이지리아를 외면했다. 대량 학살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공격이 최소 20분 동안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보안 요원과 경찰은 우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교회는 오순절 주일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40명의 교구민을 잃었다. 

그는 “우리 고통받는 교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 살해를 멈추기 위해서는 ACN과 같은 조직들이 많이 일어나,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의 진실을 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박해를 받고 잊힐 것”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폭력은 종종 기독교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발생하며, 지난 2년 동안 기독교인들은 비정부 무장 활동가들의 조직에서 가장 악랄한 박해 캠페인의 희생자가 됐다. 

에티오피아의 티그레이(Tigray) 지역에 위치한 악숨(Aksum)에서는 최대 1,000명의 기독교인이 에리트레아 군대가 저지른 학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ACN은 “이라크,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에 위치한 주요 기독교 공동체의 생존이 계속되는 이주로 위협받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IS 점령 당시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기독교인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상당히 심화되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밝혀졌다. 보고서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11년 150만 명(인구의 10%)이었던 현지 기독교 인구는, 10년 만에 30만 명(인구의 2% 미만)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탈출 속도는 더 느리지만 교회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라크의 경우, 기독교인 인구가 IS 점령 이전의 2014년 약 30만 명에서 오늘날 그 절반 가량으로 감소하는 등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다.

ACN은 “이라크와 다른 중동 국가의 기독교 공동체들이 지하디스트의 근본적인 위협에 따른 위험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시리아 북부에서 계속되는 이슬람의 폭력은 극단주의에 대한 고위급 무슬림 지도자들의 비판조차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실제로 극단주의의 위협은 지역 전체에서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IS가 군사적으로 패배한 후 5년이 넘도록 전면적인 부활의 위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지하디즘의 부활은 고대 심장부에 있는 기독교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시아의 경우 국가 권위주의는 미얀마, 중국, 베트남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다. 보고서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북한에서처럼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민족주의에 의해 박해가 주도되는 곳 중 아프가니스탄은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에 대한 탈레반의 강경 해석으로 기독교인을 ‘최악의 범죄자’로 묘사한다.

보고서는 “지표들은 검토 기간 동안 주요 관심 국가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며 “종교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권력을 되찾아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민족이 탈출을 시도하는 등, 신자들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했다.

이어 “조직적인 폭력과 통제 분위기는 북한, 중국, 인도, 버마와 같은 다양한 국가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억압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동시에 정부가 종교나 믿음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의 증거는 전 세계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민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문제의 일부는 기독교인이 가장 널리 박해받는 종교 집단이라는 사실을 계속 부인하는 서구의 문화적 오해”라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온도의 주드 아로군다데(Jude Arogundade) 주교는 상원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며 영국의 기독교인들이 이 같은 일에 목소리를 높일 것을 요청했다.

아로군다데 주교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는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고, 교회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민들 중에는 테러로 심각한 척수 손상을 입어 더 이상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여성도 있었다. 이 교구는 또 폭력으로 가장을 잃은 가정의 20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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