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62] 제1차 전도여행(16) 구브로
사이프러스 북부 해안 가장 큰 도시 키레니아
키레니아에서 바다 건너면, 다소 가는 교통편
성 앤드류 영국 성공회 교회 유일한 기독교회
14세기 프랑스 뤼지냥 왕조 세운 망대 아직도
바울과 바나바는 함께 구브로(사이프러스) 섬 동해안에 있는 살라미 항구에 도착한 뒤, 그곳 여러 유대인 회당에서 복음을 전하고 섬의 가운데를 통해 바보로 가서 복음을 전한 뒤 배를 타고 사이프러스 섬을 떠났다.
그러므로 바울은 지난 회 연재에서 언급한 파마구스타 항구와 이번 회에 이야기하려는 키레니아(Kyrenia) 항구를 방문한 사실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바울의 흔적을 찾아 사이프러스 섬에 온 김에 두 항구도 둘러보는 것이다.
바울이 도착한 살라미 항구를 기준으로 파마구스타는 바로 남쪽 해안에 있고, 키레니아는 멀리 북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기르네(Girne)라고 부르는 키레니아는 사이프러스 섬 북부 해안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섬 동남부 파마구스타에서 차를 타고 키레니아를 향하여 달리면, 왼편에 끝없이 보이는 평야가 나타난다. 이 광경을 보면 사이프러스가 섬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한참 달리다 보면 산맥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키레니아 산맥이다. 산을 오르는 도로 주위와 산에는 큰 나무는 보이지 않고 건조지대에서 생육하는 작은 관목만이 보인다. 산을 넘어가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서 산을 넘으면 멀리 왼쪽에 도시가 보인다. 키레니아다.
필자는 바울이 태어난 다소를 방문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키레니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터키(튀르키예) 남해안 타수쿠 항구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다소까지 가는 교통편이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와 북부 해안에 닿은 뒤, 이번에는 해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니 한참 뒤에 키레니아 시내 외곽에 들어갈 수 있었다.
키레니아는 고대에 만든 항구도시답게, 항구 입구에는 서기 1세기에 로마군이 만든 성채가 있다. 그 후 이곳을 점령한 베네치아군이 15세기에 이 성을 개축하였으나, 1570년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서 점령됐다.
시내에는 서기 1300년대 프랑스 뤼지냥(Lisignan) 왕조가 이곳을 통치하였을 때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성벽의 망대도 남아있고, 16세기에 이 섬을 베네치아군으로부터 탈취하려고 벌어진 전투에서 전사한 오스만 제국 군인들의 묘지가 있다.
19세기 오스만 제국이 사이프러스 섬을 영국에 넘겨주었을 때 자연히 이 도시도 영국의 통치 아래 들어갔다. 그때는 영국의 영향으로 도시 인구의 약 절반이 기독교인이 되었으나, 도시에 터키계 주민이 증가하면서 기독교인은 거의 없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이 도시에는 기독교 교회로는 유일하게 성 앤드류(St. Andrew) 영국 성공회 교회가 항구를 내려 보는 고성(古城) 옆에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이 교회가 1983년 독립한 북(北)사이프러스 튀르키예계 공화국에 있는 유일한 기독교 교회이다(2개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슬람이 사실상 국교인 이 나라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래된 성공회 교회당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키레니아 항구 뒤편에는 베스팔막(Bes Parmak)이라는 이름의 산이 항구를 둘러싸고 있다. 이 산에는 5개의 봉우리가 있으므로 베스팔막은 ‘다섯 개의 봉우리’라는 뜻이다.
앞은 지중해의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뒤에는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을 배경으로 밝은 지중해의 햇살을 받고 있는 아담한 키레니아 시내와 항구는 여행자의 마음을 잡는다.
시내 중심에는 14세기 뤼지냥 왕조가 세운 망대가 아직도 남아 있다. 필자는 그 옆에 있는 노천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곳 사람들은 마음이 풍요로운지 접시에 나오는 음식량이 넉넉하다. 덕분에 필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동부 지중해의 부드러운 해풍을 벗삼아 구브로 섬을 떠나기 전에 추억에 남는 식사를 하였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