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교수의 Engagement] 미래 선교와 만인 선교사론
만인 제사장론 넘어… 이제 만인 선교사론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 부름받고 보냄받은 선교사
우리 파송하신 땅끝, 가족과 이웃, 일터와 도시
은사와 재능, 경험과 지혜, 지식과 물질 활용을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벧전 2:9-10)
이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구주로 믿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 말씀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택함을 받은 족속, 즉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다. 그리스도인은 왕이요, 제사장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구별하여 당신의 소유로 삼은 나라요 백성이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은 이 본문에 기초해 ‘만인 제사장론(priesthood of all believers)’을 주창했다. ‘만인제사장론’에 따르면 안수받은 목회자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 모두가 영적 제사장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며,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 안에서 그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담대함과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감을 얻느니라”(엡 3:12).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히 4:16).
종교개혁자들의 이 주장을 따라 로마가톨릭 교회에 속했던 신자들 중 50퍼센트가 개신교로 넘어왔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인간 중보자가 필요 없다는 ‘만인 제사장론’은 사제주의와 공로주의에 빠져 있던 가톨릭 교회에 퍼부어진 핵폭탄과 다름 없었다.
놀라운 것은 같은 본문에서 우리는 ‘만인 선교사론’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 베드로전서 2장 9절 후반부에서 주님은 주님께서 우리를 택하신 족속, 왕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된 백성으로 삼으신 목적을 밝혀주신다.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우리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주신 목적이 바로 “하나님의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 즉 우리를 복음의 선포자로, 복음의 증인으로, 현대어로 표현하면 “선교사”로 살게 하려 하심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혁명적 원리를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선교사”라는 원리, 즉 ‘만인 선교사론(missionaryhood of all believers)’ 원리다.
소위 풀타임으로 일하는 전임 선교사들뿐 아니라, 모든 보통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에 의해 부름받고 보냄받은 선교사이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전문 선교단체에서 파송되어, 전임으로 사역하는 사람들만이 선교사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에 의해 부름받고, 예수님에 의해 훈련받아, 예수님에 의해 파송된 선교사들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일터로 보냄을 받았고, 그들의 삶터로 파송되었다. 주님은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든 영역 즉 가정, 직장, 지역사회, 국가, 온세계로 그들을 보내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각자에게 명령하신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마 28:18-20).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
물론 이 명령들을 직접 받은 사람들은 사도들이었지만, 모든 그리스도인 역시 이 명령을 따라야 할 주님의 제자들이다. 주님께서 우리를 파송하신 땅끝은 바로 우리의 가정과 가족, 우리의 이웃, 우리의 일터와 사업장, 우리가 사는 도시, 우리가 사는 나라, 우리가 사는 대륙, 우리가 사는 전 세계이다.
오늘날 우리는 주님 재림의 징조들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3년 간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당연히 재림의 징조였다.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 21:10).
주님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전염병 창궐이 주님 자신이 재림하실 것에 대한 확실한 징조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도 재림의 징조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재림의 마지막 징조는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고 하신 대로, 세계 선교의 완성이다. 세계 선교가 마무리될 때 주님은 오실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선교의 완성을 기준점으로 잡을 때, 현재 선교는 어떤 상황에 와 있는가? 여전히 미전도 종족이 많이 남아 있다. 지상에 있는 모든 언어들 중에서 절반보다 조금 넘는 정도의 언어로 성경 일부가 번역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진행 중인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려할 때, 많은 선교학자들은 세계 선교완성이 짧으면 한 세대, 길면 두 세대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선교 완성을 위해 집중해야 할 미래 과제는 더 많은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것, 미전도종족들에 대한 선교, 젊은 세대들 가운데 미래 선교사들을 동원하고 훈련하는 것, 각 지역 이주민 선교와 난민 선교, 인터넷 선교와 메타버스를 비롯한 온라인(online), 버추얼(virtual) 선교, 선교사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선교하는 BAM 활성화 등이 될 것이다.
이런 매크로한 선교 사역도 계속되어야 하지만, 이 시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 자신이 선교사라는 ‘만인 선교사 의식’을 심어, 그들의 일터와 삶터에서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마이크로 미션’이 더욱 힘있게 이뤄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세계 선교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동안 세계 선교가 완성되면, 우리는 우리 눈으로 재림하시는 주님을 보고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영광스러운 날을 고대하면서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 경험과 지혜, 전문 지식과 물질을 활용하여, 주님께서 우리 각자를 파송하신 바로 그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선교적인 삶(missional life)이 바로 마이크로 미션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 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하였더니!”(이사야 6:8)
정성욱 박사
덴버신학교 조직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