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인간은 단지 피조물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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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인간은 단지 피조물이기만 한 것인가?

인간이 범죄하여 하나님의 심판 아래 떨어졌을 때, 하나님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시켜 그들을 구원하셨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찌 창조주가 자기가 만든 피조물을 구원하겠다고 자기 생명을 희생시키는가? 도대체, 인간이 어떤 존재인데, 창조주께서 그런 사랑을 그에게 보여주셨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의구심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근원적으로 추적하면 자연히 해소된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하나님이 그를 지은 후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관계 속에서 비로소 구축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그를 창조하기 전부터 이미 그들을 아셨다(사랑하셨다). “내 형질(形質)이 이루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나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 139:16)”.

“나 여호와가 옛적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기를 내가 무궁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는고로 인자함으로 너를 인도하였다 하였노라(애 31:3).” 이 말씀들은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들이 창조되기 전 ‘영원(永遠)’에 기초됐음을 말한다.

하나님이 그들을 ‘영생(永生) 얻을 존재로 삼으셨다’는 사실 역시, 하나님이 인간을 단지 그의 피조물로 여기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 영생’이기에 그들을 아신(사랑하신) 기원이 영원 전이라는 말이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 “내가 하나님의 아들의 이름을 믿는 너희에게 이것을 쓴 것은 너희로 하여금 너희에게 영생이 있음을 알게 하려 함이라(요일 5:13)”.

하나님이 그들을 ‘당신의 형상(the image of God, 창 1:27)’으로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은 것(창 2:7) 역시, 단지 그들을 ‘그의 반사체(a reflector of God)’만이 아닌 장차 그가 그들과 연합(성령으로 내주)하실 것을 예표한 것이다.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에 거하고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요일 4:13)”,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고전 3:16)”, “너희가 하나님이 우리 속에 거하게 하신 성령이 시기하기까지 사모한다 하신 말씀을 헛된 줄로 생각하느뇨(약 4:5)”.

그런데 그들이 하나님과 ‘연합(聯合)’하려면 그들이 그냥 최초로 지음을 받은 상태로만 있어선 그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그들’이 하나님과 연합하지 아니한 상태에서도 피조물로서 창조주 하나님과 교제하며 여러 축복들을 누릴 수 있고, ‘하나님’ 역시 그들로부터 경배와 영광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 이상은 더 나아가지 못한다.

둘이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넘어 ‘연합’에로까지 나아가려면 파격적인 조치 곧 ‘구속(redemption)’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입으려면 그들이 반드시 죄인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창세전부터 ‘그들의 타락을 예견’했고 또한 ‘구속자 그리스도’를 예비하셨다.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엡 1:3-5)”. ‘구원’이 타락 후 처방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이미 타락 전 처방된 ‘사전약방문(死前藥方文)’임을 보여 준다.

요한계시록 13장 8절 역시 예수님을 ‘창세로부터 살해된 어린양(the Lamb slain from the foundation of the world, KJV)’으로 지칭하며, 인간의 범죄 전부터 그가 ‘어린양 그리스도’였음을 명시했다.

◈구원, 그리스도와의 연합

‘죄인의 구주 그리스도’라는 말은 단지 ‘그리스도가 죄인을 구원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리스도가 죄인과 연합한다’는 뜻도 있다. 이는 죄인이 ‘구원’받기 위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수납할 때, 그와의 ‘연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원이 그리스도의 죽음을 받아들여 된다’를 ‘구원이 그와의 연합을 통해 된다’로 혹은 로 고쳐 쓸 수 있다.

이는 ‘성자 그리스도의 이름’이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한다’는 ‘예수(마 1:21)’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 1:23)’는 ‘임마누엘’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두 이름을 결합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여 우리와 연합 한다’ 혹은, ‘하나님이 우리와 연합하기 위해 우리를 구원 한다’이다.

다음 성경 구절들 역시 ‘구속(redemption, 救贖)’을 받기 위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일어난다고 말씀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요 6:56)”,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20)”.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속(redemption, 救贖)’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와 ‘연합’하는데 까지 나아가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표임을 발견한다. 물론 이 ‘연합’이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인간의 피조물 됨’의 원천적인 지위를 허물어뜨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죄인을 하나님의 심판에서 건져내는 것’만으로는 ‘구원’의 의미가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다는 점도 말하고자 한다. 그가 ‘구속’을 받아 그리스도와 ‘연합’할 때 비로소 그것(구원)의 의미가 구현된다.

(대개 ‘구속(redemption)’과 ‘구원(salvation)’이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둘을 엄밀히 구분하면 ‘구속’은 구원을 받기 위해 ‘죄값을 지불하는 과정적 행위’이고, ‘구원’은 ‘최종적인 완성의 행위’로 본다. 물론 ‘구속’을 받고 ‘구원’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가 그리스도와 연합돼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 그의 구원이 완전히 보장된다. 누가 그를 파멸시키려면 그리스도와 그를 분리시켜야 하는데(그를 그리스도와 함께 멸망시킬 순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을 ‘나무와 가지의 연합(요 15:6)’,‘남편과 아내의 연합(마 19:6)’, ‘머리와 몸의 연합(골 1:18)’에 비유한 것은 둘의 연합이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뜻에서다.

‘머리와 몸’이 분리되면 둘 다 죽는 것처럼, ‘머리인 그리스도’가 ‘몸인 성도’와 분리되면 성도만 죽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도 죽기에 둘의 분리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성도의 가장 완전하고 안전한 구원의 보장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다.

‘크리스천도 지옥 갈 수 있다’며, ‘구원의 불확실성(the uncertainty of salvation)’을 주장하는 이들에겐 ‘그리스도와 자신’을 ‘심판자와 피심판자’로, ‘교주와 그의 추종자’로만 볼 뿐, 여기서 말한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 개념 같은 것은 없다.

그들이 이런 연합 개념을 안다면 결코 그런 허튼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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