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소리, 우크라 현지 목회자들과 ‘순교 훈련’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전쟁 지역 떠나지 않고, 계속 복음 전할 것 선택

▲순교자의 현숙 폴리 대표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지역과 인근의 전쟁 지역에서 온 교회 지도자들에게 기독교에 근거한 트라우마 회복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순교자의 현숙 폴리 대표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지역과 인근의 전쟁 지역에서 온 교회 지도자들에게 기독교에 근거한 트라우마 회복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먹을 음식과 옷도 있습니다. 우리는 건강합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역에서 사역하는 우크라이나의 목회자에게 ‘외부 세계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현재 목사님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나누고 싶은지’ 묻자 위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와 순교자의소리 사역팀은 지난 11월 말, 보안상 익명을 요청한 위 목회자를 비롯해 러시아에 점령당한 지역과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목회자 8명과 함께 루마니아의 한 장소에서 일주일간 순교 훈련을 진행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훈련에 참석한 목사님들에 관한 사실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극도로 어렵고 위험한 사역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상황에도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그리스도와 복음을 신실하게 전하기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초청했던 목회자 대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루마니아 내에 훈련 장소를 정했지만, 국경 횡단 규제로 4명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숙 폴리 대표는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자동차나 버스, 기차나 심지어 다른 수단을 이용해 아주 어렵게 참석했다. 전쟁 중 비자를 발급받고 여권 검사를 통과하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어떤 목사님은 긴 여정 끝에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왔지만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고, 다른 목사님 두 분은 병이 나서 훈련에 참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전쟁 지역을 넘나들며 힘든 여행을 하는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사도 바울이 고린도후서 11장 26절에서 자신의 여행 경험에 관하여 기록한 말씀이 기억났다. 거기서 바울은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고후 11:26)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 참가한 9명의 사역자들은 핍박과 전쟁 속에서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더 효과적으로 감당하는 전략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증거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훈련 첫째 날에 순교와 박해 신학에 대해, 둘째 날에 기독교적 관점의 트라우마 회복에 대해, 그리고 셋째 날에 성경 각 권에서 순교와 핍박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법에 대해 배웠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14년간 투옥돼 고문당한 뒤 나중에 전 세계에 순교자의소리를 창립한 루마니아의 리처드 웜브란트(Richard Wurmbrand) 목사의 삶이 묻어 있는 여러 장소를 하루 동안 견학한 것은, 이번 훈련에서 가장 의미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먼저 이들은 이번 훈련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목회자들과 함께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Tortured for Christ)이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이는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웜브란트 목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과 함께 웜브란트 목사가 투옥돼 고문당한 주요 장소 두 곳, 질라바 교도소와 구공산당 본부 건물을 방문했다.

▲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CEO와 현숙 폴리 대표가 루마니아의 질라바 교도소에 마련된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순교자의소리는 최근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순교 훈련을 진행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CEO와 현숙 폴리 대표가 루마니아의 질라바 교도소에 마련된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순교자의소리는 최근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순교 훈련을 진행했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또한 공산주의가 몰락한 뒤에 웜브란트 목사의 도움으로 문을 연 기독교 서점도 방문했다. 당시 그 서점은 여분의 책과 성경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공산당이 몰락한 후에 들어선 정부는 근처에 위치한 웜브란트 목사가 예전에 수감됐던 감방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그리스도의 신실한 증인들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군사적 권력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참가자들이 현장을 돌아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 참가자는 감옥에 들어갔을 때 웜브란트 목사님을 비롯하여 루마니아의 성도들이 몇 년 동안 당했을 고난에 대해 생각하자 정말로 몸이 아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어떤 우크라이나 목회자는 ‘이 감옥도 극도로 나쁘지만, 저는 실제로 훨씬 더 형편없는 감옥도 본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에서 사역하다가 심문을 당하고, 옥에 갇히고, 심지어 죽임당한 우크라이나 기독교 지도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힘을 얻은 훈련 참가자들은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가 웜브란트 목사님처럼 신실하게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 한 주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훈련 참가자들이 이렇게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면서 목회 전략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순교자의소리와 상담할 기회를 얻었다고. 현숙 폴리 대표는 “우크라이나는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훈련 참가자들은 루한스크지역이 기독교인을 가장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는데, 루한스크 현지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러시아가 현재부터 2026년까지 훨씬 더 엄격한 통제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훈련 참가자들은 인도주의적 지원품 분배와 전도를 분리해야 하는 또 다른 난관에 직면해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참가자들은 자신들 모두가 외부 단체로부터 대량의 인도주의적 지원품을 받고 있으며, 그 물품들을 비기독교인들에게 배포하며 전도를 위한 ‘땅을 경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경험을 통해, 타락하고 죄 많은 인간이 그러한 시스템을 악용하여 물질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의 훈련에 참가한 목회자들은 인도주의적 지원품이 생산해 낸 것은 소위 ‘빵으로 만들어진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순교자의소리 훈련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목회자들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사역은 직접적이고 분명한 복음 선포 사역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독교인에게 인도적 지원과 복음 전도는 모두 중요한 사역이다. 그러나 믿음은 오직 하나님 말씀을 듣는 데서 오고,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듣는 이에게 믿음의 선물을 주시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사용하시지도 않고 ‘땅을 경작’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으신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개인적으로 이 훈련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훈련 참가자들이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계속 감당할 수 있도록 사역 기금을 제공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 사역자들에게는 매우 다양한 것들이 필요했다. 한 참석자는 이 겨울철에 교회로 돌아가려면 자동차에 스노우 타이어가 필요했다. 다른 참석자는 자신의 교회 집사 몇 명의 생활비를 충당할 돈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역에서는 2014년 이후 많은 목회자를 포함한 기독교인의 절반 가량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훈련 참가자 중 한 명은 집사님 몇 명의 도움을 받아 다섯 교회가 연계된 사역 조직을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집사님들이 발각되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러시아 군대에 징집될 것이기 때문에, 항상 대중의 눈에 띄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 집사님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 지역에 머무르고 있지만, 부업으로 돈을 벌어 가족 부양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다른 단체들이 인도적 지원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순교자의소리는 현지 교회가 직접적인 전도를 통해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사역 기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이 그 신실한 증거로 인해 죽음을 맞거나 투옥될 때 그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기금을 제공하는 사역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 우리의 훈련에 참석한 사람들이 배웠듯이, 인도주의적 지원과 전도를 결합하면 보통 전도의 효율이 저하되고 심지어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의 교회 절반이 피난을 갔고, 아무리 많은 빵도 그들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며 “담대한 증인들이 그곳에서 목숨을 걸고 복음을 선포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믿음에 관하여 들을 수 없다. 순교자의소리는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교회 지도자들을 훈련하고 지원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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