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칼럼]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인생에 여러 가지 만남, 여러 번의 만남이 있다. 그 만남으로 인해 인생은 새로운 기회를 만난다.
실패자는 늘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남으로 기회는 새로운 인생을 펼치게 한다. 사랑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연인적 만남에서 새 가족이 탄생되어 파란만장의 인생사가 엮이듯. 첫만남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매일 진흥원을 찾는 수많은 누군가의 방문을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다가가고 있나.
최근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읽으며,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 사람에 대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한 줄의 시 구절은 깊은 성찰을 가져다 주었다. 생각의 전환점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너무도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만나는 그 무수한 사람들, 그 과정에서 바쁘다는 이유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적인 만남들. 그러면서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다시 볼 사람들이 아닌듯 너무도 가볍게 사람들을 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옛 사람들은 작은 인연 하나도 그것이 쌓여 자산이 된다고 보았던 것 같다. 사람이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고, 필연이어서 아니었을까. 사실 지난 수십 년간 사역을 꾸준히 펼쳐 올 수 있었던 것은 만남과 동행이 있어 가능했다. 그 특별함으로 인해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23년 새해는 다시 성숙을 위한 업그레이드된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겨울이란 시간의 과정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말자. 깊어지는 겨울의 시간 속을 통과하며 내면의 성숙을 위해 시 한수, 문학작품 한 편을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삶이 더욱 성숙해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또 다른 나에 대한 고민과 좋은 사람을 만날 계획을 세워본다. 실수를 통해 고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 된다. 내가 먼저 솔직한 모습, 인간적인 모습,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편안하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는 편견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랜 기간 쌓일수록 더 깨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나부터 편견을 없애려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새해에 더 완벽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상대방이 그런 실수를 하더라도 관용하며, 마음의 여유를 기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성찰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실수하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타인에 대해 항상 좋은 감정을 갖고 대하도록 노력하자. 짚신에도 짝이 있듯, 사람마다 맞는 짝이 있다. 싫은 사람과 억지로 친해지려 애쓰지 말자. 인간관계가 많다 보면 좋은 인연뿐 아니라 악연이 생기기도 한다.
모든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 하지 말고, 나와 통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내가 웃어야 거울 속의 내가 웃듯, 사소한 실수나 오해로 뭔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사람과 원수맺지 말고 살자.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 희망이 족할까.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다.
이효상 원장
다산문화예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