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목회자 부부, 기록적 눈폭풍에 교회 개방해 154명 구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생존자 “대부분 정전된 가운데 교회 불빛에 큰 희망”

▲2022년 12월, 뉴욕주 버팔로에 역사적인 눈보라가 몰아친 가운데 스피릿오브트루스미니스트리에 모여 숙식을 제공 받은 이들의 모습.  ⓒ알 로빈슨

▲2022년 12월, 뉴욕주 버팔로에 역사적인 눈보라가 몰아친 가운데 스피릿오브트루스미니스트리에 모여 숙식을 제공 받은 이들의 모습. ⓒ알 로빈슨

크리스마스 직전 기록적인 눈폭풍이 미국을 강타한 가운데, 어려움에 처한 150여 명을 교회로 초청해 숙식을 제공한 목회자 가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최소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뉴욕주 버펄로에서 ‘스피릿 오브 트루스 어반 미니스트리’(Spirit of Truth Urban Ministry)를 이끌고 있는 알 로빈슨(Al Robinson) 목사의 아내 비비안(Vivian) 목사는 “과거에는 이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네 교회의 문을 열라’고 말씀하셔서 순종했다”고 말했다.

니키 톰킨스-레이(Nikki Tompkins-Ray)와 그녀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악몽이 기적으로 바뀌었다”며 “당신들에게 영원한 빚을 지게 되었다. 당신들로 인해 하나님을 찬양한다”고 감사했다.

이어 “아직도 폭풍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을 둔 버펄로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톰킨스-레이는 눈보라가 몰아치던 12월 23일 저녁 당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그녀는 퇴근하고 가족에게 돌아가던 길이었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렸고, 그녀의 여동생 부부와 자녀들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눈보라 속에 집을 떠났다. 그들은 결국 폭풍우 속에서 그녀를 발견했지만,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도로가 막혔고 응급 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소방서와 경찰서의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었다. 자녀들과 저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차량 안에 계속 있으면 모두 죽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의 딸은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위치를 ​​알렸고, 누군가가 그들의 차량이 갇혀 있는 윌리엄 앤 그린가(William and Greene Street)에서 약 0.5마일 떨어진 115 골드가(115 Gold Street) 인근에 교회가 있다고 말해 줬다.

그녀는 “우리 가족들은 짐을 싸서 이 교회까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갔다. 당시 바람이 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었다”고 했다. 도로 표지판이 눈으로 덮여 있었기에, 그들은 GPS에 의존해 마침내 교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톰킨스-레이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넘어지면 서로를 일으켜 세워 주면서 계속 걸었다. 대부분이 정전돼 어두운 가운데 교회의 불빛을 보았을 때 큰 희망을 느꼈다. 제 딸이 비비안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문을 열어 줬다. 그녀는 우리를 교회로 들였고, 따뜻하게 환대해 줬다. 그리고 침대를 꺼내 줬다. 이곳은 내 사촌이 불과 몇 달 전 장례식을 치른 바로 그 장소였다”면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문을 열어 준 교회가 바로 그 교회란 사실을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피부가 얼어 동상 초기 단계였던 그녀와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3시부터 크리스마스까지 그 교회에 머물렀고, 그곳 목회자들이 이방인들에게 교회 문을 개방함으로써 생명을 구하는 모습을 지켜 봤다고.

그곳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 같은 상황 속에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까지 총 9명 정도였다.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떠날 때쯤에는 약 100명이 넘게 있었다”고 했다. 

▲알 로빈슨 목사와 아내 비비안 갤런 로빈슨 목사.  ⓒ페이스북

▲알 로빈슨 목사와 아내 비비안 갤런 로빈슨 목사. ⓒ페이스북

알 로빈슨 목사는 C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자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불씨가 타오르는 불꽃으로 변화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빛과 사랑을 보길 원한다. 우리는 그분의 손과 발일 뿐이고,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거리와 차 안에서 얼어붙은 이들을 보았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시체를 안고 달리는 차량도 보았다”며 “기절한 줄 알았던 이들을 길에서 구조해서 살리려 했으나, 이미 죽은 상태였다”고 했다.

교회 캠퍼스에서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50대 중반이며, 9명의 자녀와 8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 폭풍이 오기 전 그들은 대규모 가족 모임을 주최할 계획이었고, 약 2주 분량의 식량을 비축해 뒀다. 또 최근 문을 닫은 교회 중독 치료 시설에서 구매한 여러 개의 침대를 보관 중이었다.

로빈슨 목사는 “푹풍이 몰아치는 동안 하나님께서 식사, 침대, 전력의 가용성을 거룩하게 조율하셨다고 믿는다. 정말 놀랍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실제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했다.

이어 “크리스마스에 154명이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감사를 볼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길 기대한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주신 생명의 선물을 받았다. 그 사실이 정말 놀랍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수준의 감사를 드렸다”고 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