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한 지방에서 여성이 남성 의사를 만나는 것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간행물인 더커런트(The Current)는 아프간 일간지(Hasht-e-Subh)를 인용해, 최근 발크(Balkh) 지방 탈레반의 지도부가 남성과 여성 병원 직원을 위한 별도의 업무 공간을 만들고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가 있는 병실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아슈위니 쉬리바스타바(Ashwini Shrivastava)는 8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탈레반은 아프간 발흐 지방에서 여성이 남성 의사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고 알렸다. 그는 “아프간에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 없기 때문에, 여성 의사도 없다”고 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소속 여성 인권 문제 전문가인, 아프간 출신의 사하르 페트랏(Sahar Fetrat)은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이러한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탈레반의 지속적인 여성 인권 침해를 고려할 때, 기본권과 시설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과 제한 조치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페트랏은 “2021년 8월부터 아프간에서 여성의 권리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탈레반은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빼앗고 여성과 소녀들을 사회적·정치적 영역에서 소외시킴으로써 여성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의 권리에 대한 탈레반의 끊임없는 공격은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 고용, 의료 서비스, 기관 활동을 박탈했다”고 했다.
지난 11월 워싱턴포스트(WP)는 “탈레반 정부가 아프간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더 많은 여성 의료 전문가들의 교육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더 많은 여성 의사를 훈련시키려는 이 같은 노력은 아프간 여성의 중등교육을 금지하는 움직임과 모순된다.
아프가니스탄 34개 주 가운데 24개 주들은 소녀들이 6학년 이사의 정규 교육을 마치는 것을 금지했으며, 의료인이 되고자 하는 많은 여성들은 탈레반이 세력을 장악한 이후 해외로 떠났다.
이에 대해 유니세프의 선임 건강 고문인 포우지아 샤피크(Fouzia Shafique)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산 과정에 등록하거나, 구급대원이 되거나, 예방 접종자로 훈련받으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며 “이제 2년 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없기에 훈련할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수 년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을 점진적으로 감축해 오던 미국은 지난 2021년 나머지 병력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을 빠르게 장악했고,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이 카불 공항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도왔던 미 시민과 아프간인들의 철수를 돕기 위해 약 6,000명의 병력을 일시적으로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