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생명을 살리는 매거진 ‘그림책 베이직’ 발행 후 1주년을 맞아 현은자 교수는 ‘기독 독자와 평론가는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제목의 글을 최근 게시했다.
지난 2021년 12월호를 창간으로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매거진 ‘그림책 베이직’은, 아름다운 그림책이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그림책 베이직’은 다양한 그림책 서평, 그림책의 세계관, 최근 발표된 국내외 학술논문, 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그림책 읽기, 그림책 하브루타, 이달의 신간 그림책을 소개해 왔다.
그리고 최근, ‘그림책 베이직’ 발행 1주년을 맞아 현은자 교수는 “그동안 ‘그림책의 세계관’ 코너를 방문한 독자들은 이 글들이 ‘그림책 비평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임을 눈치챘을 것”이라며 “기독 평론가로서 나의 첫 번째 관심은 그림책에 투영된 세계관이 기독교 신앙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 교수는 “성경 신자라면 누구나 말씀의 빛으로 모든 생각과 이론을 비추어 판단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진정 성경 말씀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포스트모던 시대사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 때에, 그림책 비평에서도 분별력이 필요함을 자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현 교수는 그림책을 잘 읽어내기 위해 요소를 묘사 혹은 기술, 해석, 판단 세 가지를 꼽으며, “신앙의 관점으로 그림책을 비평한다는 행위가 비기독인과 다른 읽기 기술을 요구하거나 그 안에 신비한 요소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평론가는 다른 어떤 훌륭한 평론가와 다름없이 일차적으로 그림책을 있는 그대로 읽고 묘사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간 그림책 베이직에 실렸던 다양한 책들을 비평하며 “지금까지 논의로 인해 그림책 비평에서 세계관의 탐구가 가장 우선되는 작업처럼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관적 접근에서 내용이 비평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평에서는 당연히 예술적 기교와 인간 경험과의 연관성 측면도 다루어져야 한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경우 그 텍스트가 어린이의 경험을 문자적·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 교수는 “평론가에게도 인간 존재론적 자각과 겸손의 태도가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즉 해석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해석도 전적으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신학적인 용어를 빌자면, 해석의 확실성을 자랑하는 것은 교만의 죄를 짓는 것이며, 반대로 어떠한 해석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태만이라는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 교수는 “하나의 해석만이 옳다는 주장은 대화의 가능성을 닫게 하며, 반대로 독자의 해석을 텍스트의 저자나 텍스트 자체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독자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유한성과 인신론적 한계로 인해 우리의 앎은 언제나 제약을 받지만, 항상 더 좋은 해석은 가능하다”고 했다.
끝으로 “좋은 그림책 평론은 세상과 인간과 삶에 대한 대화를 진전시키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며 “따라서 미술평론가 Barrett이 제안한 것처럼 비평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이 ‘그림책의 세계관’ 코너가 그러한 ‘창조적 이해’의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한편 현은자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가 졸업 후 이스턴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어린이문학교육학회 회장 및 한국 기독교 유아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아동 청소년학과 교수, 사회과학대학 부설 생활과학연구소 그림책 전문가 과정에서 ‘기독신앙과 그림책 읽기’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아동문학보기>, <그림책의 이해>(공저), <그림책과 예술교육>(공저), <그림책으로 보는 아동과 우리사회>(공저), <100권의 그림책>(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