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안서 2월 총회에 제출… 주교들, 성소수자에 사과도 할 듯
영국성공회가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유지하되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영국성공회는 18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감독들에게 “동성 커플을 위해 감사와 헌신, 그리고 하나님의 복을 빌어주는 기도”를 제안하며, 모든 교회가 동성 커플을 거리낌없이 기쁘게 환영해 달라고 촉구하는 계획을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랑과 믿음 안에서의 삶’을 위한 계획으로 6년간 ‘의견 청취’를 통해 작성된 이 제안서는, 오는 2월 런던에서 열리는 교단 총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나는 오늘 우리의 제안이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지나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동의한 바가 관대함의 안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했다.
CP는 “추가적 세부 사항이 바로 발표되진 않았으나, 이 제안은 ‘결혼에 관한 교회의 교리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동성 커플을 위한 ‘가장 완전한 목회적 조항’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평생 하나되는 것”이라는 교단의 공식적인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
동성 커플은 여전히 성공회 교회에서 결혼할 수 없지만, 교회 예배 때 헌신 기도, 감사 기도 또는 시민결합이나 파트너십에 따른 축복 기도를 받는 것이 허용된다.
이 계획에는 주교가 “민법상 결혼이나 동거인과 같이 그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단계를 기록한” 동성커플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기도가 포함돼 있다. 성직자들은 기도문을 자발적으로, 교단의 ‘신학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고서와 더불어 성공회 주교들은 성소수자에게 사과의 문서를 발행할 전망이다. 이 문서는 결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자체를 바꿔 달라는 그들의 지속적인 견해에 대한 불일치를 솔직하게 언급하며, 다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동행’하고자 하는 분명하고 강한 열망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안에 대한 세부 내용은 오는 20일 발표될 예정이며, 시노드는 오는 2월 8일에 관련 토론회를 연다.
런던의 주교이자 제안서 작성을 담당한 주교회의 사라 멀럴리(Sarah Mullally) 의장은 성명에서 “이 과정은 모든 면에서 많은 이들의 대가를 지불했고 고통스러웠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우리가 듣고 본 것에 감동을 받았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주교들, 더 광범위하게는 교회 안에서 지속적인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모든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 안에서 삶을 계속해서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페니 모던트(Penny Mordaunt) 하원의원이 최근 영국성공회에 결혼에 대한 교리적 가르침 변경을 촉구한 후 나왔다. 모던트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이 속한 교구의 주교에게 “개혁을 지지하고 본당과 성직자들이 동성 커플을 위한 결혼식을 주례하거나 최소한 축복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 대표이자 총회 평신도 위원이었던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는 18일 성명을 내고 “공식 사과는 ’전환점’이자 영국성공회의 쇠퇴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기독교는 성적 표현이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혼을 위해 유보돼 있다고 가르친다. 다른 형태의 성적 관계는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경은 그것을 죄라고 한다. 영국교회는 이제 성적인 부도덕을 축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총회에서 신도들에 의해 심각하게 거부되지 않는 한, 이는 영국성공회의 쇠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앵글리칸퓨쳐스(Anglican Futures) 수지 리프(Susie Leafe) 이사는 “양심상 이러한 기도를 드릴 수 없는 성직자들을 위해 어떤 조항이 만들어질지 의문스럽고, 예측할 수 있었던 만큼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평등한 시민 결합’을 축복하는 것이 ‘신성한 결혼’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우습다. 앵글리칸퓨쳐스는 이미 신실한 성공회 신자들에게 실질적이고 목회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들이 영국교회의 주교들과 자신들의 관계를 재평가함에 따라, 이 발표는 더 많은 논란을 가져 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