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신학자들, 추모예배 통해 고인의 업적 기려
신뢰받는 학자이자 스승… 개혁주의 신학에 일생 헌신
‘일교단 다체제’로 장로교 연합과 통합운동에 힘 쏟아
유럽 SNTS의 종신회원으로서 한국 신학 세계에 알려
한국 신학계가 故 길송(吉松) 이종윤 목사를 추모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지난 19일 83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고인을 그리워하며, 교단과 교파를 넘어 신학자들이 연합해 20일 오후 4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에서 추모예배를 드렸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의 인도로 드린 예배에서는 찬송과 사도신경에 이어 노영상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전 총장)가 기도한 뒤 박형용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서울성경대학원대학교 전 총장)가 ‘성도의 부활(고전 15:42~49)’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다. 그 다음은 그가 강림하실 때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의 부활”이라며 “그때에 모든 통치와 권세와 능력을 멸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회복시키시고 그 나라를 우리에게 유업으로 주실 때 성도들도 함께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때에는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영광스러운 것으로 부활하실 것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본을 보이신 부활체를 우리도 똑같이 입게 될 것”이라며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감히 이야기할 자들이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그 자녀 분들이다. 승리를 주시고 복된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자”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열심히 성심껏 주의 일을 하자. 이종윤 목사님은 한평생 그렇게 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너무 잘했다’고 칭찬하실 줄 믿는다”며 “마지막이 아닌 것을 잘 알지만, 안타깝고 섭섭하다. 목사님을 이 땅에 보내어 귀하게 사용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그리움을 나타냈다.
추모사를 전한 손봉호 교수(고신대학교 석좌)는 “저의 후배이면서 아주 오랫동안 가까이 교제했던 이종윤 목사님이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1970년대 말 이 목사님이 귀국해 처음 사역한 곳이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였다. 그 때 저는 교무처장, 학생처장, 도서관장, 한철호 박사님 비서 역할까지 맡아 일을 엉망으로 하고 있을 때, 이 목사님이 오셔서 일을 척척 해내는데 옆에서 감탄했었다”고 했다.
손 교수는 “서울 영동교회에서 목회하다 1979년 안식년을 갈 때 1년간 이 목사님께 설교를 부탁했었다. 제가 살던 집에서 머물기도 했는데, 안식년을 마치고 귀국하니 교회가 크게 성장해 있었다. 후임을 부탁하려 했지만 할렐루야교회로 가게 됐고, 영동교회와 가까운데 괜찮겠느냐며 저의 허락을 맡고자 했다. 그 신사도에 아주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훌륭한 설교자였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신학 발전에 큰 역할을 했고 한국교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슬퍼하기보다는 그의 훌륭한 모습들을 우리가 이어받아 닮아가고자 하는 것이 이 목사님을 가장 잘 추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상규 교수(백석대학교 석좌)는 안명진 교수(평택대학교)의 대독으로 전한 추모사에서 “충성스러운 목회자이자 설교가였고, 일생을 한결같이 주님을 섬기셨던 선한 목자였다. 학계에서는 신뢰받는 학자이자 스승이었고, 개혁주의 신학을 천착하고 광포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교회의 교사였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복음주의자들과 연대해 신정통주의나 자유주의, 종교다원주의 같은 혼합주의를 배격하고 한국교회의 건실한 신학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장로교회의 연합과 통합 운동에도 힘을 쏟고, 분열된 교회의 일치를 위해 ‘일교단 다체제’ 방식의 통합론을 제시했다. 공산권 선교, 북한 인권, 자유민주주의 실현 위해서도 열정을 불태웠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앞서 걸어가며 우리를 인도한 여정이었다”고 했다.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소기천 교수(장신대)는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 신학계의 큰 별이 된 이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장신대가 안고 있는 문제로 백방으로 뛰고 있을 때, 자주 만나 손을 맞잡고 기도해 준 사랑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칼빈의 후예로 성경적 정통보수신학을 항상 자랑스럽게 지키며 장신대 교정에 칼빈 동상을 세운 것을 넘어 유럽의 SNTS의 종신 회원으로 한국 신학을 세계에 알린 각고의 노력을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김영한 전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장, 이광희 웨스트민스터대학교 동문회장, 임원택 백석대학교 교수 등이 추모의 말씀과 다짐의 말씀을 전하고, 가족 대표로 홍순복 사모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고인은 국내외 신학계를 이끌며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 백주년기념 한국대회 대표회장,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 대표회장, 세계로잔운동 씽크탱크 위원, 아세아 신학연맹(ATA)이사,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 교회갱신위원장, 한국기독교학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천국환송예배는 21일(토) 오전 7시 서울교회 본당에서 드리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