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1차 전도여행지 ‘버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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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71] 제1차 전도여행(25) 버가(1)

앗달리아에서 20km, 40분 소요
바울, 서기 46년경 이곳서 전도
2-3세기 번영, 지금은 작은 마을
원형 극장, 바울 시대 이후 건립

▲버가 유적지의 고대 건물.

▲버가 유적지의 고대 건물.

안탈리아(앗달리아)의 서점에서 필기용 공책을 사고 거리에 나와서, 버가(Perge 또는 Perga)로 가는 전철을 타려고 전철 정거장으로 갔다.

전철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보는 전철보다 크기가 작은 전동차들이 서너 량 연결되어 있는 경(輕)전철인데, 현지에서는 트램(Tram,전차)이라고 부른다.

승차권을 어떻게 살지 몰라 근처에 있는 젊은 청년에게 물어보자, 그는 승차권 판매기 사용법을 알려주며 자기 돈으로 표를 구입해 주었다. 필자가 승차권 값을 주어도 끝까지 거절하면서, 자기가 주는 선물이라며 튀르키예 여행을 잘하고 가라는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안탈리아 시내 ‘마크 안탈리아(Mark Antalya)’ 쇼핑몰에서 악수(Aksu)역까지는 안탈리아 공항 방향으로 가는 트램을 타고 약 40분 소요된다. 악수는 버가의 오늘날 이름이다. 버가는 안탈리아에서 동북쪽으로 직선거리 20km인데 트램을 타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지 이방인으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아마 전차노선이 빙 둘러 가는지도 모르겠다.

▲버가 유적지 인근 도로의 이탈리안 삼나무.

▲버가 유적지 인근 도로의 이탈리안 삼나무.

하여간 악수역에서 하차한 뒤 버가 유적지까지는 약 1.5km로, 택시를 타고 가든지 걸어가야 한다. 무더운 날씨지만 필자는 주위를 구경할 겸 역 근처 상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서 옆구리 가방에 넣고 천천히 주위를 구경하며 걸어서 갔다.

도중에 도로를 따라서 끝이 뾰족하고 높게 자라는 이탈리안 삼나무들이 만들어 주는 그늘과 바람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여준다. 참고로 지중해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이탈리안 삼나무인 사이프러스(Cypress)를 튀르키예에서는 셀비(Selvi), 그리스에서는 ‘키파리시’라고 부른다.

신약성경에는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배를 타고 사이프러스(구브로) 섬의 바보를 출발하여 버가에 도착하는 내용이 나온다(사도행전 13장 13절). 그리고 이고니온에서 앗달리아로 이동하기에 앞서 버가에 들려 복음을 전하는 내용도 나온다(14장 25절).

기원전 12-13세기에 건설된 버가는 기원전 334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점령당하고, 로마 제국 시대인 서기 2-3세기에 크게 번영하였다. 오늘날에도 버가에 남아있는 비잔티움(동로마) 제국 초기 성벽, 건물, 공중목욕탕, 탑 등 많은 유적을 보면 그 당시 이 도시의 크기와 번영이 충분히 상상된다.

▲버가 유적지. 왼쪽 코카벨렌 언덕밑에 반원형 극장이 보인다.

▲버가 유적지. 왼쪽 코카벨렌 언덕밑에 반원형 극장이 보인다.

사도 바울은 서기 46년경 이곳에 와서 주민들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하였다. 그러므로 비잔티움 시대에 이곳은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로 여겨졌다. 사도 바울 시대에도 크게 융성하였던 버가는 오늘날 작은 마을에 불과하며, 고대의 버가 유적지 인근에는 민가가 거의 없다. 넓은 유적지만 보이는데 육안에 들어오는 유적지가 상당히 큰 것을 보며, 앞서 언급한대로 고대에 크게 번영하였던 버가의 모습과 이곳에서 담대하게 복음을 증거하던 바울의 모습이 상상된다.

버가에 남아있는 유적의 대부분은 초기 비잔티움 시대 것들이나,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은 로마 시대에 만든 반(半)원형 극장이다. 코카벨렌(Kocabelen) 언덕 기슭에 만들어진 이 극장은 초기 그리스식으로 건축되었으나 그 후 로마식으로 개조되었고, 크게 3부분 즉 건물, 공연무대, 계단식 관중석으로 구성되었다.

버가의 반원형극장은 오늘날 튀르키예에 남아있는 로마 시대 반원형 극장 가운데 3번째로 큰 규모로, 관객 12,0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공연무대 건물에 있는 무대 길이는 52m에 이른다.

▲버가 유적지와 로마식 아치 건물의 잔해.

▲버가 유적지와 로마식 아치 건물의 잔해.

노래, 연극 등을 할 수 있는 공연무대 건물은 서기 170-190년 사이 로마식 2층 건물로 만들어졌으나, 그 후 193-211년 사이 3층으로 증축하였다. 3세기에는 검투사와 맹수가 공연무대 건물과 관중석 사이에 있는 반원형 공간에서 싸우는 모습도 보여주어 관객을 즐겁게 하였다.

오늘날 이 극장은 비교적 좋은 상태로 남아 있어 건축 당시 공연무대에 설치하였던 조각상이나 부조(浮彫) 등의 일부도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당시 버가 주민을 포함하여 아나톨리아 고원 주민들이 포도주의 신이라고 여겼던 디오니소스의 부조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늘날 버가에 남아있는 고대 유적 대부분은 비잔티움 시대의 것이므로, 이 유적들은 사도 바울이 버가를 방문하였을 때에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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