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 ‘위드 코로나,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 세미나
스스로 살 길 찾아 나선 성도, ‘주체적 신앙인’ 발전
신앙 컨텐츠 풍성해지고 훈련도 5년 전보다 더 열심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온라인 교육, 미래 10년 앞당겨
온라인 세계만의 문법 있어… 복음의 형태도 새롭게
코로나19는 교회에 ‘리스크’였을까, ‘기회’였을까. 비상 상황이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버텨야 하는지, 아니면 현실로 맞이하고 새로운 세계로 내디딜 것인지는 선택의 영역이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연구소)는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래목회포럼 제19-1차 정기포럼이 2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위드 코로나19, 한국교회의 내부 선교적 과제: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를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선 조 교수와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민화규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가 발제했다.
스마트 성도(Smart Saint) 시대, 신앙 열심은 더 커져
조 교수는 성도들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신앙인으로 변화되고, 신앙생활의 참여가 확대되고 콘텐츠가 풍성해지며, 제도적으로 온라인 학교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코로나가 한국교회에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022년을 전망하며 내세운 키워드 증 하나가 스마트 성도(Smart Saint)였다. 교회가 코로나로 신앙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자 (성도들이) 스스로 자신의 살 길을 찾아 나섰고, 유튜브 등 다양한 통로로 주체적으로 신앙을 발전시켰다”고 했다. 2022년 11월 학원복음화협의회 대학생 의식조사를 보면, 5년 전에 비해 집회, 소그룹, 기도회 참석, 성경통독·암송 등에서 더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 동아리는 더 든든해졌다.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 평신도 단체와 활동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미국 풀러신학대 김세윤 박사와 함께하는 성경공부는 일반 신학교 이상의 교육 수준임에도 70여 명이 꾸준히 참여했다”며 “교회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평신도들의 자발적 모임이 활성화됐다. 평신도들의 욕구는 분명 코로나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수동적 교인이 능동적이 되고, 목회의 대상이었던 신앙인이 주체적 신앙인이 되어 자신의 신앙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목회의 측면에서는 위기일 수 있고, 모이는 것에 열심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으나, 한국교회 측면에서는 외부 어떤 환란에도 스스로 신앙을 세워갈 수 있는 튼튼한 신앙인이 훈련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온라인·디지털 세계의 급격한 진입은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법적 제약으로 일단 교육부 허가가 불가능했을 것이며, 교육부는 교사(校舍)를 떠난 강의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학교로서도 새로운 과정을 만드는 모험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하지만 강제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그 경험이 축적되어 학교의 형태도 전환될 수 있었으며, 적어도 학교의 미래를 10년은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감소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실천신대는 온라인 중심 수업으로 전국 각지 학생들과 심지어 외국 학생들도 적극 참여하는데,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대면수업 때보다 훨씬 높다”고 했다. 교수 입장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해 입체적 강의가 되고, 학생들은 경기도 이천까지의 등하교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학교는 공간 유지, 식사 제공, 냉난방 시설 등 하드웨어 투자를 줄이고, 교육의 다양성에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교회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처음에는 강제적이었던 온라인 환경이 불편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는 많은 장점이 발견됐고, 큰 에너지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많은 행사를 할 수 있으며, 인원 동원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교회별·부서별 온라인 교육과정, 찬양, 예배, 세미나가 공개됐으며, 개인 신앙생활을 위한 성경통독, 묵상, 암송 등 신앙 콘텐츠가 상상할 수 없이 늘어났다.
조 교수는 “온라인은 처음에는 도구요 통로였으나, 콘텐츠가 쌓이고 기술이 늘어나고 경험치도 올라가면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또 다른 세계”라며 “여기엔 이 세계만의 세계관과 윤리, 태도, 문법이 있다. 복음은 이제 새로운 세계에 맞는 형태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율법이 규정하는 교회와 신앙이 아닌, 복음이 주는 자유 가운데 창조해나가는 교회와 신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회가 손 내밀길 기다려선 안 돼… ‘찾아가는 교회’ 돼야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방향’을 주제로 발제한 김한호 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춘천동부교회)는 코로나 기간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인 신뢰를 잃고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실천했어야 할 부족한 섬김을 회복하는 ‘찾아가는 교회’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개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보편화된 이 시대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삭막한 시대를 맞이했다”고 했다. 소외된 이웃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실제로 춘천동부교회가 속한 강원도 춘천시 자원봉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에는 이전 대비 30%의 봉사자가 감소됐다.
그는 “회복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내부 선교적 과제는, 예수그리스도를 닮아 실천적인 섬김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손 내밀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 ‘다른 마을로 가자’고 도전하시며 또 다른 이들에게 찾아가시는 예수님과 함께 ‘찾아가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힘쓴 춘천동부교회는 당회부터 앞장서고 있다. 매년 횟수를 정해 ‘찾아가는 봉사당회’를 진행하며, 지역사회 소독과 방역, 1인 가정 홈 클리닝, 김장 및 도시락, 연탄 배달, 복지기관 위생, 청결, 배식 봉사 등 섬김 영역을 ‘당회’ 차원에서 실천한다.
장애인 섬김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장애인 토요 돌봄학교인 ‘실로암학교’를 세웠고, 돌봄 기관의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발생하는 휴무 공백을 교회서 담당하고 있다. 농촌의 인력 부족 현상을 돕고자 2014년 ‘찾아가는 농촌 교회’를 세웠고, 지역의 작은 교회를 선정해 기도하고 찾아가 예배하는 ‘농어촌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 교회들이 생산하는 지역특산물의 판로를 도시 교회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민관협력을 통한 지역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유관기관과의 소통은 정비된 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교회 섬김이 신속하고 전문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내 행정복지센터, 복지시설과 협력해 섬김을 제공하고, 사회 제도에 정착·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협력하고 있다. 특히 교단과 춘천시 산하 긴급 재난구호 교회로 지정돼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 화재, 사고 등 발생시 권역별 조직으로 지역을 섬기고 있다. 사단법인 동부디아코니아를 발족해 남부노인복지관, 청소년문화의집, 아이돌봄지원센터, 꿈자람나눔터, 꿈나리도서관, 자원봉사수요처 등 복지기관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날 포럼의 좌장은 심상효 목사(대전성지교회)가 맡았고, 이 외에도 민화규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가 발제하고 윤영민 목사(대한교회), 양인순 목사(안중온누리교회), 박명룡 목사(청주서문교회)가 패널로 나섰다. 이상대 목사(서광교회)가 총평을 전했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명예교수)의 마침기도, 박병득 목사(사무총장)의 광고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
포럼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는 “3년이란 세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는 코로나를 두려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의 방향과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