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89] 급진 페미니즘의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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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제2파 페미니즘 시기 동안 여러 종류의 급진 페미니즘들이 등장하였다.

막스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은 사유재산 제도가 도입되면서 등장한 계급사회 때문에 생겨났다고 본다. 남성들이 생산 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게 되면서 자본주의나 제국주의가 생겨났고 그 결과 여성억압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이 해방되고자 한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공산주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socialist feminism)은 막시즘이 여성 억압의 경제적인 원인만을 말한다고 비판하고,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합작으로 여성 억압이 생겨났기 때문에 한 쪽만 폐지해서는 성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급진이론, 막시즘, 젠더이론 등등 여러 페미니즘 이론들을 통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생물학주의 레디컬 페미니즘은 임신/출산 등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이 여성 억압을 만들어내었다고 보고, 생물학적 차이가 극복될 때 완전한 평등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의 인권”으로서 생식권과 낙태권을 주장한다.

무정부주의적 페미니즘(anarcha-feminism)은 가부장제와 여성 역할이 강제적 위계 때에 여성억압이 생겨났다고 보고, 탈중심을 주장하며 정부-국가를 공격한다. 무정부주의 자체가 원래 페미니즘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성 긍정(sex-positive) 페미니즘은 성적 쾌락을 긍정하면서, 매춘, 포르노, 가학피학적 섹스, 소아성애 등을 용인하였다. 이 때문에 다른 페미니스트들과 격렬한 논쟁이 야기되었다.

환경(생태) 페미니즘(Ecofeminism)은 젠더개념을 인간과 자연세계와 관계와 비교하며, 녹색정치(green politics)와 지배자가 따로 없는 인류평등주의적 집단사회를 지지하였다. 자연파괴를 여성 억압과 같다고 보고, 남자의 억압에서 여성과 어머니 지구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낙태와 트랜스젠더리즘을 옹호하였다.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은 트랜스여성의 해방(정치)을 주장하는 페미니즘이다. 확대하여 트랜스남자, 젠더퀴어, 간성자 까지 페미니즘 운동에 포함시킨다. 이들은 트랜스여성을 진정한 여성으로 보지 않는 페미니스트들과 충돌하였다.

이러한 여러 급진적 집단 사이의 갈등(흔히 feminist sex wars라고 한다)으로 제이파 페미니즘이 약화되면서, 90년대 초에 제3파 페미니즘이 시작되었다. 이는 X 세대와 초기 Y 세대가 90년대에 이르러,  제2파 페미니즘 운동이 실패하고 있음을 깨닫고, 인권운동의 전통은 이어받으면서 새로 일으킨 페미니즘 운동이었다. 이는 펑크음악과 페미니즘과 정치를 통합한 운동으로 시작되었으며, 펑크운동이 주장하는 기성 권위의 반대, 개인적 자유, do-it-yourself의 윤리 정신 증진 등을 기조로 삼았다. 새로운 세대로서 의사소통을 위해 블로그나 e-zines 등을 사용하였다. 이차 운동 말기에 등장한 상호교차주의(intersectionality)를 활발하게 실천하였다. 특히 LGBT의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을 추구하였다.

차이의 페미니즘(difference feminism)은 정신분석학, 해체주의,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이론 등이 제공하는 통찰을 페미니즘의 목적에 맞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평등보다는 차이를 말하는 페미니즘의 흐름이다. 이들은 여성의 육체, 생식 기능, 성 기관들을 찬양한다. 이들은 과거 평등주의 페미니스트들(예를 들어 보브와르, 베티 프리단, 파이어스톤 등)이 ‘남성의 업적과 가치 기준들’을 여성들이 성취하여야 하는 규범으로 삼았다는 것, 여성들 특유의 욕구, 이해관계, 여성의 몸과 성욕 등을 무시했다는 것,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생물학적 본성이 아니라 문화적 구성의 결과이기 때문에 변화될 수 있다는 것 등을 주장했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아지는 권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자유로워지는 권리를 원한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후기구조주의적 해석을 사용하여, 페미니스트 담론을 비판하고, 현대 사회에서는 페미니즘 운동이 무의미하거나 획일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젠더 평등은 이미 이루어졌다고도 말한다.

후기구조주의 페미니즘은 정신분석, 언어학, 막시즘, 후기구조주의 등 여러 철학의 인식론과 통찰을 페미니즘에 접목하였다. 가장 중요한 주장은 젠더는 언어를 통해 구성(construct)된다는 주장이다. 핵심적 철학자는 쥬디스 버틀러이다. 그녀의 핵심 개념은 '젠더는 어떤 사람이 행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행성(performativity)이다. 예를 들어 드랙처럼 행위를 반복 모방 수행하면 그것으로 젠더가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전 페미니스트들이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를 구분한 것을 비판하고, 생물학적 섹스도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급진적 주장을 하였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데올로기적 주장으로 대단히 난해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포스트 페미니즘(post-feminism)은 2, 3차 운동의 모순과 결핍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비판한다, 여성해방이 성취되었으므로 페미니즘 자체가 불필요하게 되었다고도 하고, 페미니즘이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며 이미 그 효력을 잃었다고도 한다.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여성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기존의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을 더욱 공고히 만들면서 여성들의 입지를 오히려 좁게 만들었다고 보고, 따라서 여성으로서의 차이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한편 절대적 젠더 평등이 필요한지 또는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제4파 페미니즘은 2010년대 초에 등장한, 개념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페미니즘이다. 제3파 페미니즘의 연장으로, 주된 관심사는 여성을 위한 정의, 여성 혐오 반대, 거리와 직장 학교캠퍼스에서의 성추행과 폭력에 반대, 젠더 평등 추구 등이다. 대표적 운동이  #MeToo
운동이다. 제3파 여성운동에 이어 유색인종 여성과 트랜스여성 등 전통적으로 주변화된 사회 계층의 페미니즘이 또 다른 주요 관심사이다. 이들 세대의 특징은 페이스북, 트윗터, 인스타그람,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들 다양한 “세속적” 페미니즘에 비추어, 기독교적 페미니즘(Christian feminism)은 어떻게 가능한지, 다음 칼럼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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