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 옆 건물도 붕괴… 연락 닿지 않는 교인들 빨리 찾아야”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튀르키예 지진 피해 ‘안디옥 개신교회’ 사모 긴급 인터뷰

▲강진으로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 광림교회가 2000년 터키 안디옥에 설립했으며, 옛 프랑스 대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이기도 하다. ⓒ장성호 선교사 제공 
▲강진으로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 광림교회가 2000년 터키 안디옥에 설립했으며, 옛 프랑스 대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이기도 하다. ⓒ장성호 선교사 제공 

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강진에 사망자가 7,800명을 넘어섰다. 터키 정부는 지진이 발생한 10개 주에 3개월 동안 OHAL(비상사태)을 선포했다.

하타이주 안타키아(안디옥) 소재하며 2000년도 압구정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 의해 설립된 ‘안디옥 개신교회(장성호 선교사)’도 완전히 붕괴되는 등 처참한 현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장 선교사의 가족은 지진 발생 직후 연락이 닿은 몇몇 현지인 가정을 데리고 긴급히 안타키아를 떠나 메르신으로 이동, 한인사역자협의회(한사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긴급히 꾸린 피난처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장 선교사는 연락이 닿지 않는 교인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을 위한 처소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안디옥교회로 이동한 상황이다.

장 선교사의 아내 박희정 선교사는 7일 저녁 본지와의 긴급 통화에서 지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오니 아비규환이었다. 사택 바로 옆집까지 무너져 있었다”며 “계속된 여진으로 공포감이 컸다. 탈출 행렬이 계속됐고, 모든 곳이 암흑천지였다”고 했다. 이어 “남편은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교인이 그곳에 남아 있기에, 그분들을 두고 나와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안디옥 개신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외국인 금지구역으로, 한국인은 종교비자를 받은 장 선교사 가정이 유일했다. 교인은 모두 터키인 혹은 시리아에서 건너온 난민들로 구성됐다. 그는 “교인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했다. 다음은 박 선교사와의 일문일답.

-현재 어디에 머물고 계신가.

“저희 가정뿐만 아니라 연락이 닿은 교인 몇 가정을 함께 데리고 메르신에 와 있다.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교인들 중에는 10시간 이상 바깥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던 분들도 있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교인들도 있어서 파악이 필요하다.”

-지진 당시 상황이 어땠나. 크게 다치진 않았나.

“새벽 4시경이었다. 그 동안 작은 지진은 몇 번 경험했지만, 이 정도로 큰 지진은 처음이다.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고, 서 있으면 쓰러질 정도였다. 그동안 아이들이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지진이 나자마자 거실 테이블 밑으로 곧장 몸을 피했다. 지진이 멈출 때 전기가 나갔고, 암흑이 됐다. 물건들이 떨어지고 신발장을 비롯해 큰 기구들이 쓰러졌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아비규환이었다. 사택 바로 옆집까지 무너져 있었다. 쓰러진 건물들에 길들이 막혔고, 사람들은 서로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고 아우성이었다. 교회로 달려갔다. 1921년 세운 문화재 건물이었는데 모두 무너져 있었다. 여진이 계속돼 급히 옷가지만 챙겨 나왔다. 다시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비가 내리는데도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대피하면서 맞았는지 멍이 든 곳도 있고, 장 선교사님은 머리 쪽에 작은 상처를 입었는데 돌아볼 경황도 없었다. 지금으로선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3층 건물이었던 안디옥 개신교회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오른쪽이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와 인근 지역 모습. ⓒ장성호 선교사 제공
▲튀르키예 강진으로 3층 건물이었던 안디옥 개신교회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오른쪽이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와 인근 지역 모습. ⓒ장성호 선교사 제공

-메르신까지 가는 길이 어려웠을 텐데.

“(피난 행렬로) 도로에 차가 굉장히 많았다. 주유도 할 수 없고, 전기마저 끊겨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한참을 빠져나온 뒤에야 겨우 주유를 할 수 있었다. 탈출 행렬이 계속됐고, 모든 곳이 암흑 천지였다. 캄캄하고 비 오는 길을 지나서 나중에 인터넷이 연결돼서야, 지진의 진원지가 어디였는지, 저희가 머물던 동네가 얼마나 심각했었는지를 알게 됐다.”

-장 선교사님은 다시 안디옥교회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교회가 무너지고, 주택들도 상당히 무너져 있는데, 그곳에 여전히 아직 교인들이 남아 있다. 그분들을 두고 나와 있을 수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 연락이 되지 않는 교인들을 찾고 쉼터를 만들어, 그분들이 잠시라고 안전하게 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

-걱정이 되진 않나.

“솔직히 빨리 다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곳은 밤이면 암흑천지가 되고, 이미 모든 마켓도 다 약탈당했다고 들었다. 외국인이 없는 곳이기에 쉽게 눈에 띌 수도 있고, 현지인이 동행하긴 했지만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 모른다. 통신도 두절되어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야만 연락이 가능하다.”

-유일한 개신교회라 들었다.

“현지인들이 세운 공인된 교회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반전시 상태였다. 안디옥 개신교회가 있는 곳은 시리아 국경과 40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많은 난민들이 건너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난민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아랍어, 터키어, 영어를 가르치고, 식사를 제공하고, 난민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사역도 했다. 그 중에는 회심자가 생겨 예배를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 지나던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많은 위협도 따랐다. 계란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예배 시간에는 항상 경찰이 배치돼 경호를 받아야만 했다. (무슬림이 98%를 차지하는 국가라서) 사람들이 교회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안디옥 개신교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대사관 건물을 사용해 왔다. ⓒ광림교회 제공
▲안디옥 개신교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대사관 건물을 사용해 왔다. ⓒ광림교회 제공

-성도들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저희가 이곳에서 사역한 것이 17년째다. 교회 건물은 1921년에 세워진 문화재였고, 예배 처소로 쓰인 것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이전엔 프랑스 대사관으로 사용됐다). 처음 몇 년 간은 교회에서 살았다. 한국 사람들이 왔으나 보이지 않으니, 죽은 줄로 알던 분도 계시다. 저희 사택은 난민학교를 위한 클래스룸으로 사용해 왔다.

이곳은 외국인 금지구역에 있어, 한국인은 종교비자를 받은 저희 가정이 유일했다. 교인은 모두 터키인 혹은 시리아 사람이었다. 교인 중에는 아직까지 (사망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지인들 중에서는 건물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건물은 무너졌지만, 아직 교인들과 사람들은 그곳에 남아 있지 않은가. 가능하다면 빨리 교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예배도 계속돼야 한다. 코로나 기간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다시 세워야 한다.”

-메르신에서 광림교회 김정석 목사님을 만났었다고 들었다.

“당초 정전 70주년 기념 참전용사 행사가 현지에서 계획됐던 차였다. 새벽에 터키로 오셨는데 그때 지진이 발생했다. 공항이 모두 파괴되고 마비되어 들어오진 못하고 계셨다. 메르신에서 오셔서 많이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셨다.”

후원계좌:
TR88 0006 4000 0016 1081 0197 24(SEONG HO CHANG, 터키리라 계좌)
TR44 0006 4000 0026 1080 3076 58(SEONG HO CHANG, 달러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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