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총회, 8시간 격론 끝 ‘동성 커플 축복안’ 통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결혼에 관한 기존 교리는 그대로 유지키로

ⓒ영국성공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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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성공회 총회는 9일(현지시각) 8시간 이상의 격론 끝에 ‘동성 커플 축복’이 포함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동성 축복을 제안하는 것 외에도 “성소수자들을 환영하지 못했던 교회의 실패와, 그들이 교회에서 경험했고 계속 경험하는 피해를 애도하고 회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다만 결혼에 관한 교리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수정안은 많은 제안들 중 유일하게 주교들의 지지를 받아 총회에서 통과된 안건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 수정안에 대한 투표는 주교, 성직자, 평신도 250명의 찬성, 181명의 반대, 10명의 기권으로 통과됐다. 주교들은 찬성 36명, 반대 4명, 기권 2명, 성직자는 찬성 111명, 반대 85명, 기권 3명, 평신도는 찬성 103명, 반대 92명, 기권 5명을 각각 기록했다.

주교의회는 향후 몇 달 동안 ‘사랑과 믿음의 기도’를 가다듬고 독신 생활 등의 이슈를 다룰 새로운 사목 지침을 준비해 7월 총회 전 제출할 계획이다.

통과된 수정안은 치체스터 교구의 앤드류 콘스 목사가 제시했는데, 그는 “예수님은 극단적으로 포괄적이시지만 성과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보수적이시다”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주님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로서 우리는 우리의 문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환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성적으로 금욕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이들을 기쁘게 축복해줄 수 있지만, 우리 중 일부는 이를 고통스러워할 것이므로 예수님께서 성적인 측면에서 죄라고 말씀하신 관계를 축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는 항상 영국교회의 가르침이었고, 우리는 이 가르침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서 모든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에게 빚지고 있다”고 했다.

본안이 통과된 후, 사라 멀럴리(Sarah Mullally) 런던 주교는 “심의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총회 회원들에게 지속적인 일치를 호소했다.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는 “지난 6년은 매우 많은 이들에 의해, 매우 훌륭하게 보내 왔다. 그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스티븐 코트렐 요크 대주교는 “기도는 선택 사항이다. 동성 커플에 기도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루로의 필립 마운스테픈(Philip Mounstephen) 주교는 “수정된 동의안을 지지하는 데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를 지지한 이유는 결혼 교리에 대한 서약이 항상 편안하게 유지되지 않지만 이를 붙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며, 교회의 일치를 위해서였다”고 했다.

마운스테픈 주교는 “저는 교리적으로 속박돼 있다고 느끼며, 그 이상으로 우리가 받은 결혼의 교리를 열정적으로 믿는다. 그것이 구시대적이거나 반계명적이거나 의도적으로 배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선언한 것처럼 이는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 그것의 깊은 성찬적 의미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수정안을 강력히 반대한 런던 교구의 테미토프 아이워(Temitope Aiwo) 주교는 “이것이 나머지 성공회 공동체에 ‘너무 큰 대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여정의 방향이 하나님 말씀의 증거, 권위, 진리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본질적으로 영국성공회를 역사적 공식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방향이라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음주의자들은 토론 전날인 8일, 총회에 이번 제안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옥스퍼드에 위치한 세인트에베교회의 본 로버츠(Vaughan Roberts) 목사 역시 “결혼과 성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을 위해 중재된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큐메니칼 게스트였던 런던정교회 안젤로스(Angelos) 대주교는 “이번 결과는 영국교회를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많은 이들은 축복과 거룩한 결혼 사이의 구분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단순히 기술적으로 들린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리아 관구의 새미 포지 쉐하타(Samy Fawzy Shehata) 대주교는 “영국교회는 동성 결합을 축복하는 ‘한계선’을 넘지 말라”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도들과 초대교회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과 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는 결코 넘지 말아야 할 한계선이 있다. 동성 결합 축복이라는 이 선을 넘으면 성공회 공동체의 75%가 소외되고 에큐메니칼과 종교 간 대화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관습의 이러한 변화는 결국 공동체를 손상시키고 깨뜨릴 것이다. 우리는 영국교회의 전통적인 정통 신앙을 물려받았으니, 부디 성공회의 모교회로서 고유한 지위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 이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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