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구해 달라’ 울부짖어”… 구호 펼치는 튀르키예 한인 선교사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한사협 비대위 등 소식 전해와

▲2월 6일 발생한 튀르키예(터키)·시리아 강진으로 무너진 피해지역 모습.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2월 6일 발생한 튀르키예(터키)·시리아 강진으로 무너진 피해지역 모습.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 주도록 기도해 달라”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진도 7.8 규모의 강진으로 두 나라에서 사망자 수만 2만여 명을 넘어선 가운데, 현지에서 사역하던 장성호·박희정 선교사가 11일 긴급 구호 소식을 보내 왔다.

두 선교사가 사역하던 하타이주 안타키아(안디옥)의 ‘안디옥 개신교회’도 이번 강진으로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이들은 다행히 사택이 강진을 견뎌내 생명을 건졌지만, 바로 옆 건물까지 무너지는 등 주변은 처참했다. 안디옥교회는 이들의 가정을 제외한 모든 성도가 튀르키예·시리아인들로 구성된, 현지인들을 위한 교회였다.

성도들 기적적으로 다 생존
지인들 중에는 사망자 많아

▲2월 6일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입은 튀르키예(터키)에서 구호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2월 6일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입은 튀르키예(터키)에서 구호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교인 가정 몇몇을 데리고 긴급히 한인사역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한사협 비대위)가 본부를 꾸린 메르신으로 대피했던 이들 부부는, 이후 매일 안타키아와 메르신을 오가며 피해를 겪은 안디옥교회 교인들의 안위를 점검하고 구호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전화 연결이 된 박희정 선교사는 여전히 호흡이 거칠었다. “처음에 교인 몇 가정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다행히 연락이 됐고, 정말 기적처럼 교인들 중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 하지만 교인 일가의 친척이 사망한 경우가 너무 많고, 지인들 중 아직도 무너진 건물에 깔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은 이들은 거의 노숙을 하다시피 한다. 재난 지원국에서 텐트를 제공했지만, (그것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은) 놀이용 텐트에 의존하기도 하고, 매트리스만 겨우 빼내 와 지내거나 차에서 지내기도 한다. 계속된 여진 때문에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생사를 오가는 구호 현장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교회가 있던 지역은 올드타운이다. 건물들이 오래돼 무너진 곳들이 너무 많다. 구조 인력이 아직 부족해 여기저기서 도와 달라고 울부짖는다. ‘엄마, 아빠가 깔려 있다’고 ‘우리부터 구해 달라’고 구조대원에게 호소하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고 했다.

메르신과 안타키아 오가며 구호
왕복 6시간 거리가 20시간 걸려
식품·의류 등 구호품 실어 날라
“어떻게 사나” 막막해서 울기도

▲장성호·박희정 선교사를 비롯한 한인사역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일 피해 지역으로 구호 물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장성호·박희정 선교사를 비롯한 한인사역자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일 피해 지역으로 구호 물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메르신과 안타키아를 오가는 거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탈출 행렬과 트럭, 구급차, NGO 구호 차량, 언론 차량까지 뒤엉켜, 평소 6시간 정도이던 왕복에 무려 20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두 선교사는 낮에는 구호활동을 펼치고 밤에는 다시 메르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교인과 지인들 모두 차가 파손되거나 없어서 구출하고 있다.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인근 대피 장소로 피신하도록 차로 실어나른다. 메르신에 왔다가 안티오크로 갈 때는 빵, 물, 통조림, 양초, 라이터, 휴지, 담요, 방한용품, 옷, 신발 등 구호물품을 가득 채우고 가고, 돌아올 때는 사람들을 실어 나온다. 메르신조차 이제는 물건을 구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열악한 현지 상황으로 구호단체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도움의 연락이 많이 오고 있고, 기아대책 등 구호단체들과 연락을 주고받지만, 길도 엉망이고 헤매다가 돌아가는 일도 있다. 현지 다른 선교사님들과의 연락을 통해 개인적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부상자들을 구호하고 생활필수품들을 전달하는 것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머물 곳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선교사역 17년간) 동고동락했던 교인들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해서 울기도 한다. 이들이 몇 달이라도 안정을 취하고 머물 수 있는 곳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이 보충되면 렌트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진 피해로 망연자실해하는 튀르키예(터키) 안티오크 주민.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지진 피해로 망연자실해하는 튀르키예(터키) 안티오크 주민. ⓒ장성호·박희정 선교사 제공

그는 기도를 요청하며 “피해를 입은 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을 갖도록 기도해 달라. 기도해 주는 이들과 도움의 손길이 있음에 소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을 저희도 잘 감당하고, 지원된 재정이 필요한 곳에 흘러가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한사협 비대위는 “긴급구호팀을 결성해 피해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마켓을 다니며 필요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4대의 차량이 2팀으로 나뉘어 말라티아와 메르신에 갔다. 길이 멀고 눈발도 거세 어려운 여정”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많은 분들이 긴급구호팀과 통역지원팀으로 신청해 주셨다. 감사하다. 1차에 이어 2, 3차 긴급구호팀도 꾸리고 있다. 통역지원팀은 대기자 명단이 작성됐고, 대사관 측과 협의해 봉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원금은 KWMA와 연계해 Globalhope Korea 계좌를 사용한다. 문의 이태석(카톡아이디 taesuk9924)

TR88 0006 4000 0016 1081 0197 24(SEONG HO CHANG, 리라 계좌)
TR44 0006 4000 0026 1080 3076 58(SEONG HO CHANG, 달러 계좌)
한국 후원 계좌 1005-301-927837(우리은행, 예금주: 재난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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