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목사 “무너진 교회, 언제든 건축 가능… 지금은 이웃 도와야”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튀르키예 ‘안디옥 개신교회’ 소식 전해

▲광림교회 담임 김정석 목사가 12일 주일설교 이후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성도들에게 재난구호기금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는 광림교회에 의해 안타키아 현지에 최초로 세워진 개신교회였다. ⓒ광림교회 유튜브
▲광림교회 담임 김정석 목사가 12일 주일설교 이후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성도들에게 재난구호기금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는 광림교회에 의해 안타키아 현지에 최초로 세워진 개신교회였다. ⓒ광림교회 유튜브

튀르키예(터키)에 발생한 두 차례 강진으로 붕괴된 ‘안디옥(안타키아) 개신교회’를 설립한 광림교회(담임 김정석 목사)가, 무너진 교회의 성도들과 현지 국민들을 위한 재난구호기금 마련에 돌입했다. 김 목사는 2월 6일 강진 발생 이후 첫 번째 주일인 12일, 설교와 별도 공지를 통해 현지 사정을 전하며 성도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안디옥 개신교회(장성호·박희정 선교사)는 광림교회 故 김선도 감독의 기도와 성도들의 관심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된, 안타키아 내 ‘최초의 개신교회’다. 100여 년 된 문화재이자 프랑스 영사관으로도 사용됐던 건물을 매입해 세운 이 교회는, 이번 강진으로 건물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히 파괴됐다.

김정석 목사는 지진 발생 직전 마침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렀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튀르키예 참전용사들을 위로하고자 광림교회가 마련한 행사 참석차 안디옥교회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던 찰나였다.

이스탄불서 출발 직전 소식 접해
안디옥 선교사, 한때 연락 두절도
참전 용사들, 가까스로 참변 면해
현장서 모금한 2만 5천 달러 지원
시리아 난민 품어 온 안디옥교회
무슬림에게 예수의 사랑 전할 때

김 목사는 “참전용사 네 분이 안디옥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떠났었다”며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가 취소됐다고 했다. 폭설로 공항이 폐쇄된 것이라 생각했는데, 들려온 소식은 지진이 났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기 불과 네 시간 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진앙지가 우리 안디옥교회에서 17km 떨어진 곳이었다. 그 반경이 피해가 얼마나 컸겠나. 안디옥 주변과 시리아 땅에 엄청난 재해가 일어났다는 뉴스들을 듣고도 실감하지 못했다”며 “급하게 안디옥에 있는 선교사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얼마 되지 않으니 조촐하게 식당에서 식사하자고 제안을 해 왔었다”며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수고하신 분들에게 살아생전에 정성껏 감사와 위로를 드려야 하기에 좋은 호텔에서 묵도록 해 드렸다. 만약 허름한 호텔에서 모셨더라면 다 무너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안디옥 개신교회 장성호·박희정 선교사가 지진 발생 후 만난 교인들과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광림교회 유튜브
▲안디옥 개신교회 장성호·박희정 선교사가 지진 발생 후 만난 교인들과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광림교회 유튜브

김 목사는 안디옥의 역사성에 대해 “그곳은 바울이 선교여행을 시작한 땅이다. 제1, 2차 선교 모두 안디옥을 거쳐 복음을 전하러 떠난 선교 요충지였다”며 “시리아·요르단 등 많은 나라와 접경에 하나님의 은혜로 프랑스 영사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매입하고, 13세기부터 무슬림 국가가 된 이후 복음이 사라진 이곳에 처음으로 개신교회가 세워졌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전 때문에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왔을 때 그들을 돕고 수용했다. 1, 2층은 사무실과 예배당으로, 3층은 난민 수용소로 사용했다”며 “23년간 이슬람 땅에서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던 아름다운 건물이 지진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수만 명이 죽고 수십만이 매몰돼 있다고 한다. 공항에 갇혀 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장로님들과 대화했다”며 “한국에서 구호품을 마련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여행 경비를 털어 2만 5천 불을 모아 바로 선교사님께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안디옥과 (한인사역자들이 있는) 메르신은 편도 2시간 거리인데, 대피 차량들로 9시간이 걸렸다. 건물은 다 무너지고 생필품은 없고, 금은방 등이 다 약탈당해 혼란 그 자체였던 곳에, 선교사들과 함께 물품을 구입해 2대의 밴에 실어 밤새 달려가 물품을 나눠 줬다”며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3층 건물이었던 안디옥 개신교회가 완전히 붕괴됐다. 오른쪽이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와 인근 지역 모습. ⓒ장성호 선교사 제공
▲튀르키예 강진으로 3층 건물이었던 안디옥 개신교회가 완전히 붕괴됐다. 오른쪽이 무너진 안디옥 개신교회와 인근 지역 모습. ⓒ장성호 선교사 제공

그러면서 “우린 풍요롭기에 옷가지와 물품을 모아 보낼 수 있지만, 이는 (모으는 동안)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기에 경비를 털었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가 ‘부요케 하시는 예수의 생명’인데, 지금이야말로 저 무슬림들에게 부요케 하시는 예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들은 기독교보다 이슬람을 선한 종교라 여긴다. 하지만 멀리 대한민국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용기를 주고 위로할 수 있다면, 이보다 예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 있겠는가. 무너진 교회를 세우는 것은 기도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위로하고 돕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없다”고 독려했다.

▲2000년 광림교회가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영사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회로 사용했다.  ⓒ광림교회 제공
▲2000년 광림교회가 세운 안디옥 개신교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옛 프랑스 영사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회로 사용했다. ⓒ광림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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