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톨릭 신부 “정부가 가족 이용해 교회 통제 시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국제 종교자유 정상회의 참석해 발언

▲베트남의 하노이 구시가지에 위치한 성요한 성당(St. Joseph's cathedral).   ⓒWanderlust Travel 유튜브 영상 캡쳐

▲베트남의 하노이 구시가지에 위치한 성요한 성당(St. Joseph's cathedral). ⓒWanderlust Travel 유튜브 영상 캡쳐

한 가톨릭 신부가 “베트남 공산 정부가 교회를 통치의 도구로 만들기 위해 내 가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폭로했다.

베트남의 피터 응구옌 반 카이(Peter Nguyen Van Khai) 신부는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3년 국제 종교자유 정상회의’에 참석해 “베트남은 수 년 동안 종교를 규제하는 규정과 법률을 통해, 등록된 종교단체와 교회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평가들은 “작년에 정부종교위원회가 제안한 새로운 규정 초안이 정부가 등록된 종교단체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년 동안 로마에 거주해 온 반 카이 신부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가톨릭 사제로서 몰래 공부를 해야 했던 경험과 모국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전했다.

반 카이 신부는 “공산당 정부는 내가 사제가 되는 것을 금지했고, 수도원에서 공부하는 것을 막았다. 또 내가 교회에서 목회하는 것과 해외 유학도 금지했다”고 전했다.

가톨릭 사제로 임명되기 전 14년 동안 지하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한 그는, 안수받은 후 가족들이 정부로부터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내 부모와 남동생은 경찰에 의해 직장을 잃었다. 그들은 나의 가족들이 국가 기구에서 계속 근무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반 카이 신부는 “우리 교구와 달리 다른 많은 교구에는 40년 이상 사제가 없었다”면서 “우리 아버지가 전체 전례를 제공하며 거의 목사와 같았다. 아버지는 어린이들과 새로운 카톨릭 신자들에게 세례를 줬다. 또 교구민들을 위한 미사 예식도 낭독했고, 사람들을 위해 강론하거나 주교들의 강론을 읽어 줬고, 교회에서 교구민들에게 성찬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고, 많은 고통과 굴욕을 견뎌야 하는 것을 보았다. 난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지하 사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반 카이 신부의 영적 멘토 중 한 명인 동료 가톨릭 사제는 15년 동안 수감 중이다.

반 카이 신부는 “공산당 정부는 더 이상 사제나 주교를 체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산당이 주교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교황청이 주교 후보를 정부에 보내고, 정부가 원하는 사람을 뽑는다. 그들은 주교를 통해 교회와 사제, 가톨릭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거부권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 여당은 교회를 그들의 지배를 위한 도구로 바꾸려고 한다”고 했다.

반 카이 신부에 따르면, 베트남 북서부, 중부 및 남부에서 다양한 소수민족이 종종 박해를 받고 있다. 불교나 민족 애니미즘 배경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당국, 가족, 친구, 이웃으로부터 가장 심한 박해를 받는다.

베트남은 2023년 미국 오픈도어가 발표한 기독교 박해국가 목록(World Watch List)에서 25위를 기록했다.

오픈도어는 “(베트남에서) 로마가톨릭교회와 같은 역사적인 기독교 공동체는 투옥될 수 있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거나 땅을 빼앗는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한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린다”면서 “대부분 가정교회에 모이는 복음주의 및 오순절 교회는 면밀한 감시를 받고 있고, 정부와 사회의 다양한 수준에서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오픈도어는 “많은 개종자들이 소수 민족 공동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당국의 의심을 받고 있다”며 “때로 그들의 집이 파괴되고, 그들은 마을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시의 지도자들은 국제 여론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도시에는 박해받는 소수 집단 구성원들이 반격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원들이 있기에, 도시에 더 많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반면에 지방의 경우, 문화의 발전이 더디고 기독교인을 박해하는 지방 당국에 반대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반 카이 신부는 “미 국무부가 2007년 베트남을 종교자유침해 특별우려국 목록에서 제외한 것이 기독교인 박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미 정부에 “베트남 정부와의 대화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2007년 이후 베트남을 연례 종교자유침해 특별우려국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특별감시국 목록에 포함시켰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종교자유침해 특별우려국 목록에 포함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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