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 최고의 공헌, ‘기독교로의 회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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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함 목사의 플러스 통신] 지성의 열매를 맺기 위해

2월 26일 1주기 맞은 이어령 선생
시대 관통한 지혜, 백성 바람막이
그의 회심, 세속 지성계에 경고등
시학(詩學)으로 신학 영역 넓혔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라고 말하는 이어령 선생. ⓒ크투 DB

▲“우리는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길 잃은 한 마리 양”이라고 말하는 이어령 선생. ⓒ크투 DB

2월 26일은 故 이어령 선생의 1주기 기념일이다. 때마침 추모 에세이와 전집이 잇따라 출간되어 몹시 기쁘다.

출판사 21세기북스는 <신명의 꽃으로 돌아오소서>라는 추모 에세이집과 이어령 전집 24권을 발간했다. 추모집에는 강은교 시인, 김남조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고건 전 서울시장 등의 글이 실렸다. 김승희 시인은 이어령에 대해 한국인으로는 드문 “르네상스적 인간” 이라 했다. 소설가 한수산은 “그는 하나의 계절이었다. 봄이었고 새롭게 찾아오는 계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에세이집 제목은 아마 사물놀이에서 따온 듯하다.

선생은 알다시피 초기작 <우상의 파괴>를 시작으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장군의 수염>, <축소 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등 기라성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 한국의 지성을 세계에 알렸다.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점의 입구를 장식할 정도다.

이어령 선생의 지성의 발걸음은 비단 문학 세계에만 머문 것이 아니었다. 언론, 역사, 문화와 사상 비평, 철학, 창의적 정책개발, 사회참여 등으로 전방위에 걸쳤다. 생전 그는 160권의 작품을 우리에게 남겼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굴곡의 현대사를 지나면서, 백성과 함께 숨 쉬고 아파하고 칼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백성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다. 그의 통찰과 지혜는 시대를 관통했고 때론 시대를 초월했으며 결국 하늘에 감동적인 교훈을 새겼다.

많은 한국인이 그의 글을 보면서 시대 변화를 읽었고 문명의 가치를 발견했으며, 인간에게 주어진 지성과 감성과 의지의 위대함을 깨달았고 존재의 뜻과 의미를 깊은 사색의 세계로 끌어올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인이 낳은 최고의 지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가 이룩한 최고의 공헌은 ‘기독교로의 회심’ 그 자체라고 본다. 혹자는 아직도 그의 회심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거나 심지어 불신의 혹평을 서슴치 않는다. 명확한 증거도 없이 그의 회심을 단두대에 올려놓는 저들의 무모한 용기에 그저 비탄한 심정이다.

이어령의 회심은 우선 세속적인 지성의 세계에 충분한 경고가 되었다. 그의 회심작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숱한 조롱과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지성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영성의 전리품으로 손색이 없다. 그의 신앙 순례는 신학(神學)의 문 앞에 머리를 숙이며 스스로 ‘시학(詩學)’이라 명명함으로서 오히려 신학의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2007년 그의 회심 때 “한국의 인문학이 교회 안으로 통째로 걸어 들어왔다‘고 촌평한 바 있다. 그만큼 그의 회심은 한국교회에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은 긴 암 투병 끝에 마침내 ‘눈물 한 방울’을 그려내며 이생을 마감했다. 그의 ‘눈물 한 방울’은 생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새로운 생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었으며, 진짜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 낸 최고의 기쁨이었다.

그는 그렇게 한국교회에 이색적이면서 신비로운 빛을 심어주고 떠났다. 그의 가르침이 여전히 살아있다. 그럼에도 그 가르침대로 한국교회가 살아내지 못하는 점이 부담스럽다. 그도 그 나름대로 주님의 복음을 증거한 것이었다. 그의 회심을 재료 삼아, 한국교회에 지성의 열매가 맺어지길 소원한다.

▲최더함 박사. ⓒ크투 DB

▲최더함 박사. ⓒ크투 DB

최더함 박사
바로善개혁교회 목사
마스터스 세미너리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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