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 생전 간증… “신앙 가진 후 달라진 두 가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어령 대화록’ 두 번째 도서 <당신, 크리스천 맞아?> 출간돼

믿음, 믿기 전부터 준비하는 것
지혜의, 지식의 끝에 열리는 것
내 역할, 예수 숨소리 들려주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어령 교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어령 교수.

‘이어령 대화록’ 두 번째 도서인 <당신, 크리스천 맞아?>가 열림원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기독교’를 주제로 신문사 및 방송사와 진행한 일곱 편의 대담을 묶은 것이다. 출판사 측은 이 책에 대해 생전 저자가 직접 구상한 차례에 따랐다고 밝혔다.

대담도 있지만, 가벼운 인터뷰도 있고 방송 강연(CTS)과 간증(명성교회)도 있다. 매체는 라디오와 TV, 일반 신문과 기독교 신문까지 다양하다.

마지막 두 편은 본지(크리스천투데이)와 2015년과 2018년 각각 진행했던 두 차례 대담이다. 2015년 대담 내용은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개정 전 제목: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부록에도 수록됐었다.

이어령 교수는 2008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앙 이야기를 되도록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위선으로 흐르기 쉽고 내가 믿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저는 지금까지 무신론자로 살아왔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제가 피조물인 줄도 모르고 창조주 입장에서 살아왔다. 시를 짓고 소설을 쓰면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됐느냐는 질문에 답하긴 매우 어렵지만, 굳이 말하자면 혈육인 딸의 신앙 체험, 그리고 어린 시절 까닭 없이 엄습했던 슬픔과 눈물이 연결된 게 아닌가 한다”며 “돈과 권력을 따르지 않고 일상적인 것을 초월한 가치를 추구해 글을 쓰고 말하고 살아온 삶 자체가 신앙의 문지방에 서 있었던 게 아닌가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례 1년 후인 2008년 명성교회 간증에서는 “젊었을 적에, 지금 보면 섬뜩할 정도로 기독교에 대해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가 먹을 양도 부족한데 뭐 때문에 하나님께 바치느냐고 공격적으로 비난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니, 하나님이 제게 그렇게 시키신 것이었다. 이렇게 지독하게 말하던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모태신앙, 즉 태어나면서부터 하나님을 섬긴 사람이었다면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저처럼 잘난 체하고 안 믿던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을 보면서 그간 내 행적을 잘 아는 친구들은 골똘히 생각할 것”이라며 “우리는 믿기 이전에 이미 믿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고 티격태격하다가 만나는 사람도 있듯, (하나님을) 만나는 방식은 이렇게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어령 교수는 &ldquo;죽음보다 강한 것이 우리에게 있다면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죽음보다 강한 것이 있을 때 죽음을 이겨내고 죽음보다 강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rdquo;이라고 했다. ⓒ베리타스포럼

▲이어령 교수는 “죽음보다 강한 것이 우리에게 있다면 죽음은 두려운 것이지만, 죽음보다 강한 것이 있을 때 죽음을 이겨내고 죽음보다 강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베리타스포럼

2011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는 “지성과 영성은 양립하는 게 아니라 넘어서는 것이다. 지성의 궁극에는 영성이 있다. 영성을 믿는다는 것은 지극히 순수하다는 점에서 지적 호기심과 같다”며 “지적 호기심의 막다른 골목에서 영성을 맞닥뜨린 것이다. 교토에 머물며 혼자 밥 지어 먹으면서 연구소 생활한 것 자체가 이미 종교적 행위였다. 기사, 비서, 가정, 직장 다 버리고 떠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를 믿고 나서 두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는 사랑하는 법, 타자를 배려하게 됐다. 예전엔 기사와 비서를 많이 꾸짖었다. 신경질도 부리고 소리도 질렀는데, 바뀌었다”며 “더 큰 변화는 내 문학관(觀)에서 찾을 수 있다. 생명자본주의를 시작했다. 이전엔 실존주의 관점에서 문명 문화의 패러다임을 읽었지만, 이제는 기독교 신앙과 생명 사상을 토대로 한 예술을 한다”고 소개했다.

2014년 2월 CTS 기독교TV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한 강연에서는 “크리스천은 지혜의, 지식의 끝에 열리는 것이지, 무지한 마술 같은 것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어떤 과학자보다도 더 과학적 성찰을 해야 하고, 어떤 예술가보다도 더 감성적인 예술의 열정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유리벽이 깨지면서 승천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2019년 CTS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은 어떻게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느냐고 한다. 신앙의 힘도 있겠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있다”며 “내 역할은 성서에서 남들이 놓친 부분,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그 부분을 공감함으로써 어린이고 어른이고 병자이고 간에 누구에게든 아주 가까이 있는, 옆방에 있는 예수님의 숨소리를 듣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문인 저술가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열림원에서 출간중인 ‘이어령 대화록’은 1년 전 첫 도서 <메멘토 모리: 너 두고 나 절대로 안 죽어>가 출간됐다. 소천 한 달여 전 나온 이 책은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대화로 엮어냈으며, 코로나19 시대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열림원에서는 지난 1월 이 교수의 아내 문학평론가 강인숙 교수의 <글로 지은 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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