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김재웅 교수, 3가지 방향성 제시
기독교적 건학이념이 강한 사립학교들이 그 특수성을 반영해 보다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특수지고등학교·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이 제시됐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연구소장)와 김재웅 교수(서강대)는 ‘신앙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교계 사립학교 체제’를 주제로 한 연구에서 이를 제안했다. 이 내용은 지난달 28일 사단법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 정기총회에서 발표됐다.
이들은 “종교계 사립학교는 그 설립 목적이 일반 학교와 다른 특수성이 있으며, 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교직원이 교과 수업만이 아니라 종교적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특화된 전체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건학이념 구현의 근간 ‘학교선택권’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는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의 자율성’을 기준으로 일반고등학교를 제외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특성화고등학교, 자율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는 학교선택권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그 중 자사고는 일부 종교계 사학이 채택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와 함께 2025년 일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이들 외에 ‘특수지고등학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4조 제3항에 따라 ‘특별한 사유’로 인해 교육감이 지정하는 경우 학교장이 학생의 지원을 받아 선발이 가능하다. 서울과 6대 광역시, 성남, 수원 등 고교 평준화 지역에서 통학거리와 학교시설 또는 특수한 사정에 의해 예외적으로 비평준화를 인정받았다.
평준화지역의 학생은 교육감이 추첨을 통해 고교를 배정하되 ‘거리나 교통이 통학상 극히 불편한 지역에 있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어 추첨 배경이 곤란한 학교’는 교육감이 ‘특수지’ 고교로 지정해 추첨해 의하지 않고 해당 학교장이 학생의 지원을 받아 신입생을 뽑는다고 규정돼 있다.
삼육고, 종교적 특성에 의해 지정
그 중에서 종교적인 특성으로 특수지고로 지정된 곳이 한국삼육고등학교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산하 학교법인인 삼육학원에 의해 설립됐다. 국내서는 한국교회 대다수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곳이지만, 연구진은 “이 사례를 근거로 종교계 사립학교 중 건학이념에 근거한 교육을 강화하기 원하는 학교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수지고는 후기 학교장 전형 일반고로서 고교무상제에 의해 학비에 대해서는 국가의 전적인 지원을 받으면서도, 입학 선지원을 받아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율성이 보장된다. 박상진 교수는 “종립학교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그 안에 포함된 종교교육의 자유가 두텁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종교계 사립학교를 위한 특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목적고·특성화고’도 대안 가능
‘자사고·외고 폐지’ 개정안 되돌려야
또 한 가지 종교사학이 현 학교체제 속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형태로 특수목적고등학교로의 편입을 제시했다. 특수목적고는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산업계 수요 연계를 위한 고등학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연구진은 여기에 종교인 양성을 위한 종교계열 고등학교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0주 2항에 의하면 특수목적고로 지정받으려는 법인 또는 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에 관한 계획,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계획, 학과를 두려는 학교의 경우 학과 설치에 관한 계획, 입학전형 실시한 관한 계획, 교원배치에 관한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종교계 사립학교가 이를 구체적으로 준비해 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종교계 사학이 특수목적고의 한 형태로 자리잡을 경우, 지금까지 외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가 입시위주의 학교로 변질돼 고등학교의 서열화를 가져온 것과 같은 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를 학생(학부모)이 선택하지만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교육과정 운영 계획에서 종교교육 관련 비율을 높게 설정해 입시위주 교육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종교 사학을 특수목적고로 배치하기 위해선 2025년도 폐지하기로 예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 전 정부가 2020년 2월 25일 의결한 개정 시행령에는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내용이 모두 삭제되고 일반고, 특목고(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영재학교 등 4개 유형으로 단순화시켰다.
연구진은 “종교 사학을 특수목적고의 한 형태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은 현재 종교계 사립학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수목적고로서 종교계 사립학교는 선지원·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부족해 미달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종교 사학의 자율성 확대를 위한 세 번째 방안으로는 특성화학교 안의 한 트랙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발표된 소위 5.31 교육개혁에서 비롯된 특성화고는 직업교육분야 특성화학교와 대안교육분야 특성화학교로 나뉜다. 연구진은 “오늘날 과거 실업계고나 부적응학생, 체험위주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들이 주로 여기에 분류됐기에 인문계 사립학교들은 선호하지 않을 수 있으나, 종교적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특성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가능한 선택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