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은사중지론이냐 은사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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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전통 복음주의와 대화하기 위한 관점에서 은사주의자들이 좀처럼 타협하기 어려운 교단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대상은 특히 칼빈주의를 포함한 개혁주의 계통이다. 개혁주의 정통신학이 은사운동과 손 맞잡기 어려운 이유는 사도시대 이후에는 예언, 계시, 신유 등의 기능이 그 소임을 다 했다고 보는 신학적으로 은사중지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령론 노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외국 신학자들로는 우선 핫지(Charles Hodge)나 워필드(B. B. Warfield) 등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성령 은사의 중단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카이퍼(Abraham Kuiper), 개핀(Richard B. Gaffin), 스토트(John R. Stott) 등의 영향도 역시 이 노선에 힘을 주었다.

은사주의에서는 이러한 은사들의 연속성을 말하지만 개혁주의신학에서는 중지론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의 대화는 시작부터 길이 막히고 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개혁주의 전통에서는 루터(Martin Luther)나 칼빈(John Calvin) 등을 통해 나타난 16세기 종교개혁 사상에 근저를 이루면서 신학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개신교 신학의 뿌리 깊은 기초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큰 중요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의 이후 시대, 이를테면 18세기와 19세기의 부흥운동이나 20세기 오순절운동의 특성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간과하게 될 소지가 있다. 한편, 은사운동에서는 최근까지 현장에 나타나는 성령의 초월적인 역사를 소개함에 있어서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으나, 반면에 개신교 신학의 변함없는 기초가 역시 종교개혁의 말씀 중심의 정신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일깨움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성령의 은사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은사주의자들은 종종 전통 복음주의자들이 지닌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곤 한다. 심지어 그들은 복음주의자들로부터 ‘이단 운동으로 비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양 신학적 입장의 차이로 인해 모처럼 일어난 은사운동이 교계에서 이단으로 정죄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전통 복음주의자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은사주의자들에게도 있다. 은사주의자들은 자기들의 신앙적 확신만 전하려고 애써서는 안 된다. 그러한 확신을 전파함이 전체로서의 교회의 안녕과 질서를 깨뜨리는 요소가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은사주의적 확신이 일반 복음주의 내에서 잘 용해되어 전체 기독교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대화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은사운동의 지도자들은 전통 복음주의로부터 소외 되거나 배척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서로가 양해할 수 있는 대화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 일이다. 은사주의자들과 전통적 복음주의자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이들 간의 차이점이 은사의 유무(有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은사 표현상의 차이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이 중시되고 있다.

종종 은사주의자들에게나 전통 복음주의자에게나 동일하게 일어나는 경험을 서로 다르게 표현함으로서 오해를 사게 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서 예언의 은사에 관해서 본다면, 은사주의자들이 ‘성령께서 이런 예언을 주셨다’고 표현할 때,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은 ‘주께서 이런 감동을 내 마음에 주셨다’고 표현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다만 내용의 범위와 전달의 능력에 있어서의 차이점에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차이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다;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강조점에 관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성령의 사역을 은사주의자와 전통 복음주의자들이 다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표현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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