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나는 신이다> (1)
탈종교 편승 넷플릭스 교회 폄훼
사이비 이단과 교회 하나로 묶어
종교적 믿음, 과학적 진보와 함께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시대 유물
드라마나 영화로 우회적 폄훼 후
직설적·노골적 신앙 가치 부정해
◈사이비와 기독교: 이단, 사이비 종파에 대한 반감과 기독교 신앙 자체에 대한 반응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기독교 계열 이단, 사이비 종파들의 악랄한 성폭력, 노동착취, 사기행각에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네 개 집단 교주들과 그들에게 현혹된 이들의 서글프고도 처참한 사연들이 여덟 개 에피소드 내내 이어진다.
이 다큐멘터리는 원래 ‘PD수첩’을 통해 여러 차례 이단, 사이비 종파들에 대해 폭로한 적 있는 MBC에서 기획, 제작하였고, 넷플릭스가 투자와 방영을 맡았다. ‘PD수첩’은 이미 1999년에 만민중앙교회의 목회자 신격화 행태와 사기행각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바 있고,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1999년 JMS 교주 정명석의 조직적인 신도 성폭행 및 성착취 행각에 대해 폭로한 적이 있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지난 2023년에 이 이단, 사이비 종교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1999년과 2023년 현재는 종교, 특히 기독교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1990년대는 한국교회 성장세가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규모로 따졌을 때 전 세계 수위에 드는 메가처치(주일예배에 평균 10,000명 이상 신자들이 참석하는 대형교회)가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등장했고, 대학가 역시 1980년대 학생운동의 열풍이 지나간 뒤 청년 복음화 사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JMS나 만민중앙교회처럼 특정인을 신격화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심각한 결함을 가진 종교집단들에 대한 폭로성 보도가 이루어졌을 때 전반적으로 정통 교리, 올바른 복음을 가르치는 교회들과 이단·사이비 교회들을 분리해서 보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2023년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교회와 목회자들의 비리와 부조리에 실망한 이들 상당수가 교회를 떠났고, 방송가와 학계에는 종교다원주의를 넘어 아예 탈종교화를 부추기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이단·사이비 종파를 넘어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 전체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반응은 정확하게 넷플릭스 측이 의도한 대로라고 볼 수 있다. 이단·사이비 종파와 일반 기독교회를 하나로 묶어 폄훼하는 행태는 지난 몇 년간 넷플릭스가 공개한 여러 작품에서 확인된 바 있다.
해외 편으로는 <메시아>(2020)와 <어둠 속의 미사>(2021)가 있고, 국내에서는 <지옥>(2021), <글리치>(2022), <수리남>(2022)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 모두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구원의 방편을 제시하는 교주들이 등장해 사람들을 현혹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여기에는 종교다원주의, 그리고 그 이후 단계인 탈종교화를 추구하는 넷플릭스의 제작 철학이 진득하게 반영되어 있다. 넷플릭스 작품들 속에서 기독교 신앙을 비롯한 종교적 믿음은 인류의 과학적 진보와 사상적 계몽과 함께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시대의 유물로 그려진다.
넷플릭스의 이런 탈종교화 성향은 치밀한 빌드업 과정을 거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드라마 서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폄훼한 후 시청자들이 이 메시지를 별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나는 신이다>처럼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신앙의 가치를 부정하는 식이다. 이런 추세로 본다면 <나는 신이다> 시즌 2나 이와 유사한 양식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비와 넷플릭스: 탈종교화를 추구하며 기독교 신앙을 폄훼하는 미디어 기업 넷플릭스
물론 <나는 신이다> 같은 다큐멘터리가 갖는 순기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오대양과 아가동산은 해체되어 사라졌지만, JMS나 만민중앙교회는 여전히 일정 수준의 교세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게다가 두 집단 모두 설립 연차가 40년이 넘어가고 한 때는 대단한 규모로 교세 확장을 달성한 적이 있다. 덕분에 각 집단의 추종자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았고, 이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들이 주변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신이다>는 두 집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속아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방영 의도가 단지 이런 경고 기능에만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넷플릭스는 꾸준하게 기독교 계열 이단·사이비 종파들을 드라마에 등장시키면서 기독교 신앙 자체에 대한 희화화를 그치지 않았고, <오징어 게임>이나 <더 글로리>에서는 아예 이기적이고 악독한 가짜 기독교인들을 등장시켜 기독교 신앙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 에피소드 전체는 오로지 기독교 계열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확연한 편파성이 드러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단·사이비 집단이 비단 개신교회로부터만 파생된 것은 아니다. 여타 종파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이비 교주들이 여럿 등장했다.
개신교 계열 이단·사이비 종파들이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비교적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타 종파의 이단·사이비 지도자들 역시 그 위험성의 규모가 작을 뿐, 그들의 영적·도덕적 타락상 역시 질적으로 기독교 계열 사이비 지도자들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만약 진정으로 이단·사이비 지도자들에 의한 선량한 이들의 피해를 막고자 한다면, 기독교 관련 이단 종파만이 아니라 다른 종파 계열 사이비 집단들에 대해서도 조명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거기까지 다큐멘터리 내용을 확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폄훼가 이번 다큐멘터리의 주된 목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확연한 반기독교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이 회사가 미국에 거점을 둔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일찍 탈종교화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깊은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 오랜 세월 그들의 문화를 지배하면서 교회에 부당한 권위를 부여하고 문화적 자유와 상상력을 억압해 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과거 한국 문명을 정체시킨 주범이었던 유교 사상에 대해 깊은 회의감과 경멸심을 품는 것과 비슷하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런 현대적 반감은 특히 진보 계열 정치성향을 가진 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목격되는데, 이들이 바로 넷플릭스가 회사의 주요 고객으로 삼은 이들,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 시청자로 자리잡은 이들이다.
즉 넷플릭스는 영업이익 확보를 위해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회사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익 규모 확장을 위해 회사의 주요 고객들이 가진 이 반감을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주입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나는 신이다>의 제작과 방영은 바로 이런 정서적 배경과 경영상 계산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계속>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