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95] 미셀 푸코(3) 그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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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정신의학, 특히 정신분석은 정신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과거력을 조사하여, 현재의 정신상태와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이는 바로 푸코의 지식의 계보학적 연구 내지 지식의 고고학적 연구와 비슷한 방법이다. 이제 그의 실제 삶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의 사상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는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양육받았다. 그는 대학입시경쟁으로 힘들게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푸코는 여러번 재수 끝에 1947년 21세 때 프랑스 최고 명문 고등사범학교(the école Normale Supérieure, ENS)에 합격하였다. 그 학생들 가운데는 젊은이 특유의 치기 넘치는 괴짜들이 많았는데, 푸코도 괴짜였다. 그는 우울하고 소외된, 성격이 까다롭고 난폭한, 그러나 학교성적은, 특히 철학 과목에 뛰어난 학생이었다.

푸코는 학생시절부터 극단적인 것을 추구하였다. 예를 들어 고야의 괴기한 그림들, 전쟁장면 그림 등으로 기숙사 방 벽을 장식하였다. 사드후작의 사도마조히즘적 글들(성적 고문으로 변신을 경험한다는)을 좋아하였다. 또한 푸코는 한 아방가르드 배우를 숭배하였는데, 그는 외설, 방언(glossolalia), 분노, 부조리한 마술적 주문 등을 연출하는 배우였다.

그는 종일 혼자 말없이 지내다가 친구들에게 야유를 보낼 때만 말을 하였다. 그는 아무하고나 논쟁을 벌였고 누구든 공격하였다. 심지어 강의실에서 칼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ENS의 의사는 푸코의 자살 시도를 동성애 때문이라 하였다. 당시 푸코는 파리 지하 게이 집회소에서 만난 남자들과 동성애를 하고 있었다. 약물도 남용하였었다. 그는 이런 행동에서 느끼는 스릴과 위험의 느낌을 즐기었다 한다. 그런 행동은 수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천재의 행동’으로 정당화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는 우울증에 대응하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그는 한떄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푸코의 동성애 행동 때문에 1948년 22세 때 그의 아버지는 푸코를 Sainte-Anne Hospital Center에 입원시켰다(푸코를 치료한 정신과의사 Jean Delay는 50년대에 최초의 정신병 치료제인 클로로프로마진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에도 푸코는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였고, 가끔 자살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

성인이 된 후 그의 재능은 성에 관련된 역사적 연구에 집중되었다. 푸코는 이 역사적 방법을 그의 정신병원 입원시 직접 환자로서 경험하였고, 석박사 연구논문 준비과정에서 그리고 특히 정신병원과 감옥에서 심리검사 조수로 실습하는 동안 착안하였을 것으로 본다. 그는 박사학위를 위해 프로이트 정신분석이론, 행동주의 심리힉자 Ivan Pavlov, 인지심리학자 Jean Piaget, 정신병리학자 Karl Jaspers, 로르샤흐 검사법 등에 대해 공부하였다. 실존주의 정신분석가 Ludwig Binswanger를 연구하고 그의 자살에 대한 이론을 존경하였다. 그는 정신병원과 감옥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며 심리검사를 하였고, 뇌파실에서 실험을 도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1952년 26세 때 정신병리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푸코는 나중에 그의 철학적 작업에 쓰인 주요 소재들 즉 광기, 성(섹스), 정신병원, 감옥 등등을 모두 경험한다.

그의 초기 연구는 《정신병과 심리학》(1954)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맑스, 하이덱거, 파블로프, 프로이트, 마가렛 미드, 뒤르껭 등의 사상을 섭렵하는 등 박학에 빛나는 저술이었으나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후의 소위 대표적 저술들 즉 《광기의 역사》(1961), 《클리닉의 탄생-의학적 지각의 고고학》(1963) 《사물의 질서-인간과학의 고고학》(1966), 《감시와 처벌》(1975), 《성의 역사》(총 4권)(1967-2018) 등은 상당 부분 그의 과거 경험에 대한 반응, 즉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시도 같다.

그의 겉으로의 모습은 세련되고 멋졌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사회 비판적인 글과 저술로서 싸르트르 이후 프랑스지성을 대표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진보적 지식인답게 그는 아방가르드 예술 활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이런 모습은 청소년기의 우울증과 대조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그의 평생에 걸친 감정의 주기적 변동이 있지 않았을가 의심된다)

그의 연구는 마침 시대적으로 50-60년대의 인권운동과 성혁명, 68 좌파 학생혁명, 그리고 동성애 인권운동 등과 맞닿았다. 60년대 성혁명 당시 그는 프리섹스와 동성애 옹호활동을 하였고, 당연한 귀결로 그는 다른 진보적 지식인들과 더불어 공개적으로 소아성애를 옹호하였다. 그는 파리에서 일어났던 68 좌파 학생혁명 당시, 폭동의 극단적 난폭성을 목격하고 환호하였다. 70년대에도 또 다른 극단적 경험도 추구하였는데, 예를 들어 1975년 Death Valley에서 LSD 경험을 하면서 감격에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후 동성애 및 인종차별에 대한 인권운동에 열심을 보였다. 당연히 그는 현대 정신의학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자극하였다. 그는 도발적 이론과 활동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렸다.

한편 그의 사생활은 성적 문란, 도덕적 위선, 에이즈로 인한 죽음,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평생 동성애 파트너와 더불어 도시의 게이바를 전전하며, 문란한 동성애를 즐겼다. 그 클라이막스로 그는 1980년 54세때 미국 강연여행 중 성혁명과 동성애로 유명한 도시 산프란시스코에서 동성애와 가학피학적 섹스(sadomasochistic sex, S/M)에 몰두하였다. 그는 게이바 또는 게이 목욕탕에 출입하면서 사드후작의 이론을 실습할 최적의 기회를 가졌다. 그는 S/M의 통증에 대해 창조적이며 새로운 쾌락의 가능성이라고 칭송하였다.

그는 문란하게 (콘돔으로 “보호되지 않은”) 동성애를 하다가 이때 마침 처음으로 산프란시스코에 등장한 에이즈에 걸렸다. 당시 푸코의 행동은 광기, 도착, 통증, 죽음이라는 그의 강박적 사고에 걸맞는 행동, 또는 일종의 자살행위였다는 평가가 있다. 푸코는 이러한 극단적인 경험들이 강력한 창조적 힘을 해방(release)한다고 하며, 이를 무시하거나 치료하려 하거나 감금하면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몸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푸코는 에이즈에 걸린지 4년후 198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죽었다. 그는 자신이 존경하던 니체가 말한바, “천국에 가는 길은 항상 그 자신의 지옥의 육욕을 통해서이다”라는 말을 실천하였다.

그런데 과연 자칭 “일종의 신비주의자”라는 푸코는, 죽음에 직면하여 어떠 했을까? 푸코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친구 Herve Guibert는 나중 회고하기를, 그가 죽을 때 정신 착란과 혼동의 고통스런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에게 과연 죽음 앞에서 죄의식이 있었다면, 아마도 어린 시절 경험한 카톨릭 집안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죽은지 20여년 후, 2022년 기 소르망이라는 동료학자가 푸코가 생전에 소아성애자였다는 (실은 암암리에 알려져 있던) 비밀을 폭로하였다. 즉 그가 튀니지아에서 교수로서 있을 때, 몰래 돈을 주고 소년들을 유혹하여 묘지에서 (프랑스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소아동성애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제 푸코를 옹호하려면 프리섹스, 동성애, 사도마조히즘에 이어, 자살, 소아성애와 소아동성애도 옹호하여야 할 것이다(그런 점에서 그는 빌헬름 라이히, 킨제이, 마르쿠제 등과 공통적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천재적이었지만, 또한 그래서 그의 이론의 교묘함과 개인적 비도덕성은 가히 에덴동산의 금지된 나무 열매 같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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