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숭실대서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 개최

▲‘정전 70년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 기념사진. ⓒ김신의 기자
▲‘정전 70년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 기념사진. ⓒ김신의 기자

‘정전 70년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가 20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 예배실에서 ‘정전 70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와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가 주관, 북한기독교총연합회,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선교통일한국협의회, 통일선교아카데미,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실무협의회가 공동주최했다.

먼저 장범식 총장(숭실대)은 “본교는 탁월한 560명의 교수가 모두 그리스도인이다. 교수님들이 다양한 주제로 통일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은 모두 그리스도의 가치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며 “숭실대는 학교를 평양에 재건할 사명뿐만 아니라 복음통일의 사명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환영사를, 최이우 목사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대한민국이 통일될 때, 우리는 ‘하나님이 하셨습니다’고 고백할 것”이라고 개회사를 각각 전했다.

오정현 목사가 영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사명적인 기도라고 믿고 기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이 피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주실 것이라 확신한다”고 격려사를 전하고, 유관지 목사(한국기독교통일포럼 상임대표)가 기도했다.

이어 양영식 성문교회 장로(기독교통일포럼 고문, 통일선교아카데미 초대원장, 전 통일부 차관)는 ‘정전협정 70년,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제목으로 기조강연했다.

양 장로는 “그동안 북한은 주한미군은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고, 남조선을 빼고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유엔 동시 가입은 분열 책동의 길’이라고 강변해 왔지만 이 주장은 힘을 잃고 말았다”며 “1991년 남북한의 동시 유엔 가입 실현으로 정전협정 실질 당사자 4개국 모두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유엔 회원국이 돼 있다. 또한 휴전 이후 다섯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고위급 당국회담을 통해 주요 합의서를 도출하기도 했다”고 했다.

▲기조강연한 양영식 성문교회 장로. ⓒ김신의 기자
▲기조강연한 양영식 성문교회 장로. ⓒ김신의 기자

그는 “특히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한반도 평화 체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를 성실히 이행했더라면 정전 70주년 이전에 평화 체제로 이전됐을 것인데, 이것이 좌초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초강대국 미국이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엄혹한 현실에 다시 직면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반도는 북미 핵 협상의 교착과 제재 강화, 북한의 핵 무력 증강과 전술 핵무기 선제공격 호언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정부 결정으로 중단했던 한미 연합훈련을 최대 규모로 재개했고, 사상 최초로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강행했다. 또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훈련이 실시 중이다. 한편 북한은 전술핵무기 공격을 통해 남조선 정권의 소멸과 군대의 전멸 등 위협적 험언을 쏟아냈고, 핵무기의 대량 생산 계획까지 공공연하게 밝혔다. 우발적 충돌 사고 시 긴급 수습방책 통로였던 남북 직통전화마저 두절됐고, 방북도 탈북도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인간의 생사화복과 역사와 전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무릎 꿇고 다니엘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앞으로 정전 체제를 종식하고 영구적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싱가포르 합의사항의 주요한 세 가지(북미관계의 정상화, 한반도의 비핵화, 정전상태의 평화체제 전환) 사항과 남북관계 개선 발전이라는 네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대면 간접선교 강화, 탈북민 선교와 탈북민 교회 지원, 신세대 ‘연어형’ 통일선교사 양성 과제가 새삼 중시되고 있다. 통일 기도회 모임은 더욱 긴절성을 절감한다”며 “한국교회는 남과 북, 미국과 중국이 쌍무적 대화, 대무적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고, 비방 대신 부드러운 말을 하라는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도록 강권해야 한다. 또 반전·반핵·평화운동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가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 반전·반핵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 기도문을 작성해서 배포해 주시길 건의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이밖에도 “직통전화를 재개통해 우발적 충돌 사태의 미연 방지 및 사후 긴급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취약 계층에 대한 간접 지원 방식을 추진할 수 있다”며 “정전 70년, 남과 북은 서로 허리끈을 붙들어 맨 채 벼랑 끝에서 원수 갚기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 모두 무릎 꿇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전 70년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 현장. ⓒ김신의 기자
▲정전 70년 평화축제 통일 컨퍼런스 현장. ⓒ김신의 기자

이후 정치경제, 사회문화, 목회, 교육 네 가지 영역에서 세션이 마련됐다. 목회 분야에서 ‘복음통일론의 가능성과 과제: 한국교회의 통일담론 재고찰’을 발제한 김의혁 교수(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는 “한반도와 한국사회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 복음통일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통일에 대한 헌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흘러나와야 하며, 복음의 방식을 통해 실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복음통일’이라는 표현은 1990년부터 본격화된 북한선교, 그리고 2000년대부터 나타난 통일선교의 맥락 위에 등장했다. 유사한 표현으로 ‘복음적 평화통일’이나 ‘복음적 통일’이 있다. ‘복음적 평화통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다 의미가 분명하다. 복음통일, 복음적 통일의 경우 축약 버전에 해당한다”며 “그간의 견해에 따르면 ‘복음적 평화통일’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무력이 아닌 복음적 가치인 평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통일, 둘째는 통일의 결과로 온전한 평화가 한반도에 구현되는 것, 셋째, 북한에 복음이 마음껏 전해지는 환경이 조성되어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사건”이라고 했다.

또 “복음통일에 대한 이해와 입장은 다양하다. 이에 따라 하나의 신학적 체계나 사상, 통일에 대한 현실 분석과 방향 제시를 담고 있는 구체적 담론에 이르지 못할 때가 많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통일 환경과 한국 내 통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치밀하게 축적하고, 복음통일론에 대한 신학적 접근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일반 사회 속에서 어떤 식으로 번역되고 소통돼야 할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존 통일담론과 복음통일론은 통일을 이루어가는 동기와 통일을 이루어가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어야 한다. 특히 복음은 하나님의 사랑의 소식이기 때문에 복음통일론의 출발점은 사랑이어야 한다. 또 통일은 당장 열매가 보이는 사역이 아니다. 희생이 동반된 실천이 있어야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복음통일론은 한반도에 용서와 화해, 평화를 통해 하나 됨을 이뤄가는 참된 통일의 상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한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일반 언어와 삶의 실천으로 담아내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음통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따라 사람의 회복, 사람을 향한 통일을 지향해야 하며, 트라우마 가운데 고통받는 이들을 치유해야 하며, 정치적 양 극단을 넘어 하나님 나라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또 복음통일은 일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와 오늘의 시대 속에서 소통하여 복음통일론이 한반도를 회복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 가운데 귀하게 쓰임받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탈영토 통일과 연결국가 네트워크’를 발제한 정대진 교수(원주 한라대)는 “각종 설문조사를 보면 통일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과 지지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며 “분단의 세월이 오래된 만큼 이질성이 심화되고, 더군다나 북한 비핵화라는 거대 이슈의 등장에 따라 평화적 상황 관리 및 공존을 통한 통일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평화에 대한 강조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사회문화 영역에서 평화와 통합의 길’을 발제한 이창현 박사(한반도평화연구원)는 “교류협력을 진행하면서도 북한 사회의 비민주적 체제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남북한은 상호교류와 협력에 있어 국제적 시각과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 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선배 세대의 희생을 통해 지켜온 우리의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번영을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공동체적 가치로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 가치를 통해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 영역에서 평화와 통합의 길’ 변준희 대표(평화바람)는 “통일교육 앞에 ‘평화’가 자리하는 데 7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하나님께서는 어두운 세상에 우리를 빛으로 부르셨다. 교회를 세우신 것은 이 땅을 고치시기 위함이다. 주님 나라 임하시고 주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갈등’과 ‘분열’이 아닌 ‘평화’와 ‘통합’을 위한 교육을 실행해 보자”고 했다.

아울러 김규남 박사(바르샤바국립대 국제관계연구원), 유영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김경숙 박사(연세대학교), 하충엽 센터장(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 오성훈 박사(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 정종기 교수(아신대, 고신총회통일선교원), 함승수 박사(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송훈 박사(명지대학교)가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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