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목사 “죄는 죄이지만… 우리는 용서할 의무만 있다”

|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용서가 실종된 시대, 용서를 배우려면

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
팀 켈러 | 윤종석 역 | 두란노 | 360쪽 | 24,000원

이 세대는 정말 용서를 배워야 한다. 한때 아름다운 미덕으로 여겨진 용서는 이제 희귀하고 드물기만 한 게 아니라, 그만큼 미덕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지금 뭔가 꼬투리잡힐 만한 일이 있으면 무섭게 달려들어 보복과 응징할 권리를 내세우며 앙갚음하는 게 당연한 시대, 그럴 때 오히려 쏟아지는 대중의 환호와 지지와 칭송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 풍조를 따르던 자들이 은혜로 구원받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행할 때, 용서는 그들의 새로운 본성이 되어야 마땅하나, 실상은 새로운 본성과 싸워 미움과 분노와 비방과 복수로 다시 사로잡아가는 또 다른 본성이(성경이 옛사람이라 부르는 악한 본성이) 용서를 너무도 힘든 막중한 과업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구원받은 사람도 배워야 한다. 용서를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부제)’를.

<용서를 배우다>를 쓴 저자 팀 켈러는 국내에 두루 알려져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저자이자 목사이다. 그는 이 책을 데이비드 폴리슨과 D. A. 카슨에게 헌정했다. 용서에 관한 성경적 통찰을 제공하여 이 책의 기초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준 은사 있는 성경 교사이자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실제로 용서는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과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지혜를 많이 요구하는 주제이다. 성경적 상담학 대가인 폴리슨, 뛰어난 성경학자 카슨이 책의 토대를 쌓았다는 사실은 책을 읽어가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그만큼 풍성한 유익을 누리게 만드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참고로 36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기 원하는 독자는 부록 1-4를 통해 저자가 사용한 핵심 성경 구절과 용서의 원리, 용서를 실천하기 위한 원칙과 화해를 실천하기 위한 원칙 등을 먼저 볼 수 있다.

저자로서 켈러의 뛰어남은 그가 현대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예리하게 분석한다는 데 있다. 그는 애플 티비 인기 드라마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용서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의견도 잘 찾아서 제시한다.

1부에서 켈러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우리가 ‘용서 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고 고발한다. 용서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대에 용서의 원천은 성경에서 찾을 수 있고, 그것의 실질적인 예시는 기독교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참된 의미의 용서는 다른 종교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기독교는 용서가 실종된 인류의 역사 속에 참된 용서가 무엇인지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2부에서는 ‘용서, 왜 해야 하는가’, 3부에서는 ‘용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각각 다룬다. 용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거룩하고 정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 죄에 진노를 쏟으시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대가를 십자가에 달리신 아들 예수님께 대신 찾으셨고, 정작 죄를 지은 우리에게는 용서를 베풀어 주셨다는 데 있다.

하나님은 죄를 간과하거나 슬쩍 넘어가지 않으셨다. 죄의 심각하고 파괴적인 책임을 조금의 부족함도 없이 모두 물게 하셨다. 동시에 하나님은 그 희생을 스스로 감수하셨다. 죄인인 우리가 물어야 할 책임을 하나님이 대신 감당하시고 우리에겐 용서라는 은혜와 자비와 사랑을 베푸신 것이다.

▲팀 켈러 목사(뉴욕 리디머장로교회 설립, CTC 이사장. ⓒ크리스천투데이DB

▲팀 켈러 목사(뉴욕 리디머장로교회 설립, CTC 이사장. ⓒ크리스천투데이DB

팀 켈러는 여러 번 교회가 내부적인 범죄를 다룰 때 정의를 말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 또 잘못 다뤘는지 지적한다.

죄는 죄다. 죄책감과 책임감과 수치심을 무마하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는 건 용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는 것과 같다. 그 결과 가해자도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지 못하고, 피해자도 용서와 화해의 단계로 넘어가는 데 실패한다.

켈러는 또 죄를 범한 상대가 회개하지 않을 때도 용서할 수 있다고 바르게 주장한다. 상대방과 나의 수평적 관계 회복은 회개 없이 불가능하지만,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상대방의 죄에 대하여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에 맡기고, 나는 원망과 분노를 버리고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며 언제든 회개할 때 관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용서를 배우다>를 통해 독자가 가장 크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이웃을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용서해야 할 의무만 있다.

어쩌면 한없이 강압적으로 여겨질 이 명제는 하나님께서 하나뿐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주면서까지 우리를 용서하셨다는 사실 때문에 사랑 없는 냉정한 율법이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 강권하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최고의 법이 된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저지른 죄가(앞으로도 저지를 죄까지 포함해서)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지 안다면, 영원한 용서를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크고 감사한지 안다면, 우리는 1백 데나리온 빚진 형제자매를 용서하는 것이 마땅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용서를 실천한 위인들을 알고 있다. 그들의 용서는 하나같이 더 큰 용서, 더 위대한 용서, 무한하고 영원한 크기의 자비와 사랑과 희생이 담긴 그 용서를 힘입었다.

같은 용서를 받은 자로써 우리가 하나님의 정의가 반드시 이뤄질 것을 믿고 하나님의 사랑이 허다한 죄를 덮을 것을 믿는다면, 우리도 용서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용서할 수 있는 자가 충분히 될 수 있다. 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를 통해 용서를 배우고 실천해 보자.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종교 문맹 시대, ‘기독교 문해력’ 제안합니다”

2024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한국대학선교학회(회장 이승문 교수)·한국기독교교양학회(회장 이인경 교수) 공동학술대회가 ‘고전으로서의 성서, 교양으로서의 기독교’라는 주제로 19일 오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개…

1인 가구

초핵가족화, 5060 고독사, 비혼 출산, AI, 마약…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김향숙)에서 2024년 연말을 맞아 올해 가정 이슈 관련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 1. 초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앞당겨져 대한민국은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해 ‘초핵가족화’라는 새로운 가족 구조 변…

김상준

9주년 맞는 ‘원크라이’ 김상준 사무총장 “나라 위한 기도회, 위대한 유산”

‘국가 위한 기도’ 문화 되살려야 그리스도인 최고의 방법은 기도 내년 우크라 인근 방문 기도 예정 원크라이가 2025년 9년째를 맞아 1월 3일 오전 11시부터 평촌 새중앙교회(담임 황덕영 목사)에서 개최될 뿐 아니라, 국내외 집회를 잇따라 열며 지경을 더욱 확대…

탄반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5차 기자회견

탄핵반대범국민연합 “계엄, 야당의 폭정과 독재에 대응한 것”

탄핵반대범국민연합(탄반연합)이 18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4차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치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며 헌법재판소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탄핵반대범국민연합은 지난 12…

박한수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세상은 진리와 거짓의 영적 전쟁터”… 홀리브릿지네트워크, 7천 용사 세운다

3040 목회자 중심으로 리더 양성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 질서 수호 사회 변혁할 교회/기관/단체 연합 홀리브릿지네트워크 선교회는 3040세대의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질서를 수호할 강한 교회를 세우고, 사회 각 영역에서 변혁을 일으킬 …

서울신학대학교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제1기 웰다잉 Well-Dying 최고위 과정

“신학대에서 개설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

천국 입학 준비, 잘 안 돼 있어 죽음 생각과 대화 피하는 현실 당하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을 국내 신학대 최초로 개설된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원장 하도균 교수) 제1기 기독교 웰다잉(Well-Dying) 최고위 과정 종강예배가 12월 1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