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죄인이 예수님께로 감, 예수님이 죄인에게로 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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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죄인이 예수께로 감

성경은 예수님이 더 이상 육체로 세상에 계시지 않음에도 ‘죄인이 예수께로 나아간다’는 표현을 썼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요 6:27)”.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송 중에도 ‘예수께로 가면’이라는 제목이 있다. “예수께로 가면 나는 기뻐요 걱정 근심 없고 정말 즐거워. 예수께로 가면 맞아 주시고 나를 사랑하사 용서하셔요 예수께로 가면 손을 붙잡고 어디서나 나를 인도하셔요.”

그럼 죄인이 어떻게 예수께로 가는가? ‘복음 청취’를 통해서다. 죄인이 복음을 들을 때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끌림 받는다. 이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막 1:1)’, 곧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삼위일체)’이다.

죄인은 이 ‘삼위일체 복음’을 듣지 않고선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길이 없다. 죄로 죽어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그에게 나아갈 능력이 결핍된 죄인은 반드시 ‘복음 청취’와 ‘그로 인한 중생의 역사’를 통해서만 예수께로 나아갈 수 있다.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 성도들에게 ‘너희가 복음으로 부르심을 받았다(살후 2:14)’고 한 말도 그들이 ‘복음’으로 ‘그리스도의(구원에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이다. 전도자나 설교자가 죄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설교하는 것은 그를 예수께로 이끄는 ‘하나님의 구원 활동’이다.

그들이 ‘예수님은 당신의 죄를 위해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사람들에게 전할 때 택자가 그것을 들으면, 그에게서 중생(regeneration, 重生)의 역사가 일어나 그리스도께로 이끌린다.

사도 바울이 자신을 ‘중매(中媒)쟁이’ 혹은 ‘복음의 제사장’으로 지칭한 것은 그가 복음으로 ‘죄인을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일을 하는 자’란 뜻이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고후 11:2)”.

“이 은혜는 곧 나로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군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무를 하게 하사 이방인을 제물로 드리는 그것이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받으심직하게 하려 하심이라(롬 15:16)”.

죄인이 복음을 듣지 않고 그의 자력으로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일은 결단코 없다. 만일 누가 어떤 사람에게 복음을 말해주지 않고 그를 그리스도인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필시 그는 ‘인간의 전적 무능’을 부정하는 알미니안(arminian)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전적 무능’은 심지어 복음을 들을 때까지도 택자가 아니면 그 자체로 예수께로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는 대다수의 ‘복음 전도’가 ‘길가에 떨어진 씨(마 13:19)’처럼 ‘소 귀에 경 읽기(to sing psalms to a dead horse, 牛耳讀經)’가 되고 일부에게만 ‘옥토에 뿌려진 씨앗(마 13:23)’이 되어 열매를 맺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전자(前者)는 신학적으로 소위 ‘일반적 소명(general calling)을 받은 자’이고, 후자(後者)는 ‘유효적 소명(effectual calling)을 받은 자’이다.

이렇게 ‘복음을 듣고 예수께로 이끌리는 자들’을 성경은 “아버지께 듣고 배운 사람들(요 6:45)”로 표현됐다. 그리고 이 ‘아버지께 듣고 배운 자’를 또 다른 말로 “아버지에게서 다시 난 자(요 1:12)”, 곧 “거듭난 자(요 3:5)”로, “목자의 음성만을 듣는 그리스도의 양(요 10:4-5)”으로도 표현했다.

이는 아무리 ‘복음’을 들어도 ‘구원에의 부르심’을 받지 못한 자에게 그것은 ‘소 귀에 경 읽기(to sing psalms to a dead horse, 牛耳讀經)’로 그 부르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수님이 죄인에게로 오심

성경은 ‘죄인이 예수께로 나아 간다’는 말과 함께 ‘예수님이 죄인에게로 오신다’는 것도 말씀한다. 곧 그는 ‘자신에게로 나아오는 죄인들을 영접’하실 뿐더러 그가 직접 ‘죄인에게로 가신다’는 말이다.

그러나 두 말은 사실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말이다. 이는 이미 언급했듯 ‘죄인이 예수께로 나아오는 것’도 그(예수님)의 이끄심으로 되고, ‘예수님이 죄인에게로 오시는 것’도 그의 주도로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세리 삭개오(눅 19:1-5), 남편이 다섯인 사마리아 여인(요 4:5-10) 같은 죄인들에게 직접 찾아가셨다(예수 그리스도가 죄 된 세상에 ‘성육신’하신 자체가 이미 ‘예수님이 죄인을 찾아오심’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신이 ‘의인(義人)’이 돼야만 예수님이 자신들을 찾아오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을 의인으로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이런 생각은 예수님이 세리 ‘삭개오’와 ‘마태’의 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유대인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한 말에서도 읽힌다. 그들은 예수님을 죄인들관 아예 상종도 하지 않을 분으로 인식했다(그렇다고 그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믿은 것도 아니다).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서 앉아 음식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와서 예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앉았더니 바리새인들이 보고 그 제자들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마 9:10-11)”, “뭇사람이 보고 수군거려 가로되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하더라(눅 19:7)”.

그러나 ‘죄인의 구주(딤전 1:15)’, ‘죄인의 친구(마 11:19)’이신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하는 것을 당연시 했고, 오히려 ‘자칭 의인’이라 하는 이들을 백안시(白眼視)하며 멀리했다. 예수님의 주(主) 활동 무대가 ‘의인들의 도시 예루살렘’보다는 ‘죄인들의 동리’인 사마리아, 갈릴리, 여리고 같은 죄인들의 마을이었다(마 4:12-15)는 사실에서도 이런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죄인이 그리스도께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에게 가까이 하신다’는 말을‘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죄인에게 무조건 가까이 하신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기에 그 역시 죄인에게 함부로 오실 수 없다. 그가 아무리 죄인이라도 ‘그(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가진 자들’에게만 가까이 오신다. 예수님이 ‘죄인의 구주’, ‘죄인의 친구’라는 말은 사실 그의 죽음이 담보(擔保)된 ‘호칭’이다.

예수님이 죄인에게 오실 땐 반드시 그(예수님)의 ‘죽음’이 담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수님이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 안에 거하나니(요 6:56)”라고 하신 것은 예수님이 죄인에게 ‘그의 죽음을 앞세워’, 곧 ‘그의 죽음을 담보’로 들어오신다는 말이다.

다음 찬송시들 역시 그것을 노래한다. “주님 찾아 오셨네 모시어 들이세 가시관을 쓰셨네 모시어 들이세 우리 죄를 속하려 십자가를 지셨네 받은 고난 크셔라 모시어 들이세(324장)”.

“문 두드리는 손은 못 박힌 손이요 또 가시 면류관은 그 이마 둘렸네 이처럼 기다리심 참사랑이로다 문 굳게 닫아두니 한없는 내 죄라(325장)”.

다른 두 위(성부·성령)과 같이 삼위일체 성자 그리스도 역시 자신의 죽음 없인 죄인에게 오실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자신의 죽음을 앞세우지 않고 죄인에게 오신다면 그것은 불법이다.

사도 베드로가 성도를 일컬어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입은 자들(벧전 1:2)”이라고 한 것은 ‘그가 그들에게 들어오실 수 있도록(그들이 구원받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덧입도록 택하심을 입었다’는 뜻이다.

이는 예수님이 그와 우리 사이에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눅 22:20·고전 11:25)”이라고 했던 말씀의 의미이기도 하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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