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교회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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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선교칼럼] 주일 예배 때는 왜 담임목사 한 사람만 설교하는가?

▲러시아 한 정교회 모습. (본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러시아 한 정교회 모습. (본 사진은 해당 칼럼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러시아 개신교회 예배 현장은 300년 역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예배를 사모하고 말씀을 경청하는 모습을 7시간 예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공동체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며 서로 대화하는 중에 서로 붙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하였다.

또 한 가지 소개할 것이 있다. 러시아 개신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을 보면 매우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짜여진 틀이 아닌 자유함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찬양으로 예배를 시작하고 찬양하는 중에 기도하고, 찬양을 통해 하나님을 경배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함께 한 주일학교 아이들을 축복하여 각 반별로 내보낸 후, 간증자가 나와서 한 주간 은혜의 삶을 나누고 기도한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하는데 대부분은 ‘두세 명’ 정도의 목사가 나와서 말씀을 나눈다. 헌금 인도하는 자는 목사가 아닌데도 사역자로 나와서 5분 메시지를 전하고 헌금인도를 한다. ‘한 사람’ 혹은 정해진 몇 사람이 예배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현장 교회의 예배 형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시작하는 묵상기도도 없고 신앙고백도 없고, 어떻게 설교를 세 사람이 나와서 할 수 있는가? 담임목회자가 설교를 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한국교회 예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세 명의 목회자가 나와서 설교하면 서로 비교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많은 설교를 듣고 복잡하지 않을까 하는 인간적인 염려도 하였지만, 이러한 것은 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장에서 겪는 교회 문화의 다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처음 왜 두세 명이 나와서 설교를 하느냐 질문했더니, 공산주의 시절을 지나면서 수많은 목회자들이 감옥에 가고 죽임을 당하여 설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겪었던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명의 설교자를 키우는 목적으로 행하던 것이 이렇게 관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안정되었기에 담임목회자가 설교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반문했지만, 이미 관습이 되어서 오히려 만족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양한 메시지를 접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설교를 독점하여 한 가지 스타일로 전한다면 매우 단조로움이 발생하며, 설교자가 매우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한다 해도 매번 같은 목소리와 같은 스타일의 설교를 몇 년, 몇십 년 듣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필자는 현장 순회 사역을 통해 러시아 교회를 수없이 방문하고 있다. 멀리서 온 외국인 선교사의 설교 시간인데, 내가 설교한 후 다른 설교자가 나와서 또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다. 내가 손님인데, 내가 오늘 강사인데, 주인공이 아니었구나 하는 사실에 말이다.

요즘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다시 한 번 동원령이 떨어져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나가고 있다. 장교 출신은 우선순위이고, 여성들도 의사나 간호사 출신들이 차출되어 나간다. 수많은 목사들이 전선으로 나갔고 많은 기도 요청이 들어온다. 3-4월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동원되어 나간다.

다시 목회자가 없는 교회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교회는 여전히 건재하고, 탐욕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들의 죄를 회개하며 속히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훈련된 설교자들이 여러 명 있기 때문이다.

예배가 ‘시간’이라는 틀 속에 갇혀 짜여진 순서로 각색되는 것은 깊이 생각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소위 말하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만들어진 순서에 의하여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고, 한 사람의 목회자가 20-30년 설교를 하는 것은, 듣는 입장에서 한편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생각이 든다.

당사자는 개척하여 한 교회를 평생동안 섬겼다는 자랑거리가 될 것이지만, 다른 입장에서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말도 못하고 어느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설교자의 권한을 말이다.

다소 도전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강단은 목회자 한 사람의 단독 현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약 제사장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이룩한 ‘거룩한 존재요 왕 같은 제사장’이 된 시대에는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시대는 변하는데 종교사회는 ‘보수’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구주의’가 된다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챗GPT4 시대를 전혀 따라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고 생명을 구원하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하는 교회로 나가는데 완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을 돌다 보면 이렇게 눈이 열리고 생각이 바뀌게 되는 일도 있으니, 현장이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그래서 너희 진보를 나타내라”는 바울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담임목사가 기득권을 내려놓는다고 권위가 떨어지고 무시당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모습에 더 존경을 받게 될 테니,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더욱 수구적이 되고 종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세르게이, 모스크바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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