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은사주의와 전통 복음주의가 함께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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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58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필자의 학문적 연구와 실천적 활동의 중심 주제 중에는 전통 복음주의와 은사주의 사이의 적절한 대화 소통에 대한 것이 있다. 그동안 필자의 조사와 연구에 의하면, 이들 사이의 일반적인 오해는 근본적인 신학적 대립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용어에 대한 개념의 차이, 성령사역에 대한 표현상의 차이점 등에 의해 비롯될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전통 복음주의자나 은사주의자들이 모두들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고자 신중을 기했다. 이러한 나의 노력이 앞으로 양 진영 사이에 높아진 신학적 오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데 하나의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므로 방언, 예언, 방언 통역, 지식의 말씀 등의 오순절운동과 은사갱신운동 등에서 강조하는 은사는 은혜 받은 말씀을 전하는 것과 잘 가르치고 권면하는 목회적 은사를 강조하는 비은사적 복음주의의 강조나 똑같은 성령의 은사의 활용을 말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은사주의자들은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에게 즉각적인 은사를 받을 것을 강조한 나머지 손을 얹어 안수하는 행위보다는, 전통적 복음주의자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은사를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를 안내해 주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은사적 기독교가 일치적 사명을 감당하자면, 다양한 성령론의 공통적 핵심인 하나님 사랑(love for God)을 축으로 한 일치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복음적 영성은 개개인의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 뿐 아니라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의 차원 역시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영성의 질이 강력하고 순수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없다. 교회를 위한 영성이란 일치와 조화의 정신을 떠날 수 없다. 일치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의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를 말하는 것이고, 조화의 정신이란 서로 다른 특성들이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사역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복음적 신학과 신앙의 근저에는 세대주의나 개혁주의사상의 영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은사 체험보다는 회심 사건에 그리고 육감적인 신앙 체험보다는 객관적인 계시에 더욱 강조점을 두는 복음주의신학의 일반적인 노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복음주의자들은 이미 흔들리지 않는 복음주의의 정석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은사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은사주의나 무분별한 은사 사용은 언제나 신학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오순절운동을 포함한 현대의 은사운동은 전통적 복음주의 성령운동 사이의 지혜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는 이들 사이의 혼합적인 길을 모색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전통들이 지닌 지혜를 찾아 각자가 지닌 장점들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은사운동의 지도자들은 성령의 나타남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좀 더 분별력 있는 신학 작업을 통해 한국교회에 덕을 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은사주의적 영성이나 좀 더 온건한 복음주의적 영성이나 성령의 인격적인 인도하심을 중시하는 경향은 점차 짙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뚜렷한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복음적 영성의 핵심이 객관적인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의 정신을 근본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영성생활에 있어서의 인간의 능력과 자연의 질서와 전통 등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검증의 잣대는 언제나 성경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복음적 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며 또 그리스도 중심적인 영성의 구현이 되어야만 한다는 점은 은사주의에서나 온건한 복음주의에서나 모두 귀 기울여야만 할 교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복음적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복음주의자들은 다양한 은사 활용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변함없는 복음주의의 튼튼한 기초, 즉 주관적 체험보다는 객관적 계시로의 하나님의 말씀에, 그리고 육감적 체험과 초자연적 은사의 현현보다는 영혼의 변화에 핵심 가치를 두고 사역하는 것이다. 현대교회의 다양한 영성운동들이 이와 같이 복음적 영성의 변함없는 핵심을 잘 이해하여 그 기초 위에서 일치된 국면에서 성령의 능력과 은사들을 활용하는 힘 있는 교회를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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