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네압볼리 가다 갈리폴리 반도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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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80] 제2차 전도여행(8) 네압볼리(1)

차나칼레 항구에서 페리선 타고
가고 싶던 다르다넬스 해협 건너
지중해-흑해, 아시아-유럽 사이
1차대전 전장터 갈리폴리 반도도

▲갈리폴리 반도 최남단에서 본 다르다넬스 해협 남단과 북부 에게해. 왼쪽 멀리 드로아 지역 육지가 보이고 네압볼리는 오른쪽 방향이다. 2천 년 전 사도 바울의 배는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지나갔다.

▲갈리폴리 반도 최남단에서 본 다르다넬스 해협 남단과 북부 에게해. 왼쪽 멀리 드로아 지역 육지가 보이고 네압볼리는 오른쪽 방향이다. 2천 년 전 사도 바울의 배는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를 지나갔다.

사도행전 16장 11절(드로아에서 배를 타고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말씀대로, 배를 타고 드로아(트로이)를 떠나 네압볼리로 향한 사도 바울은 우선 드로아와 네압볼리 사이에 있는 사모드라게 섬에 들린 뒤 다음날 네압볼리로 간다.

지도를 보면 북(北) 에게해에 자리잡고 있는 사모드라게 섬은 거리적으로 드로아와 네압볼리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모드라게 섬에서 약 40km 동쪽에는 갈리폴리 반도가 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바울은 드로아 항구를 떠나 서북쪽으로 항해하면서 오른편에 나타나는 갈리폴리 반도를 당연히 보았을 것이다. 물론 바울이 갈리폴리 반도를 방문하였다는 기록은 성경에 없고, 드로아를 떠나 네압볼리로 가는 여정을 보더라도 바울은 갈리폴리 반도를 방문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드로아에서 멀지않은 차나칼레 항구에서 페리선을 타고 초등학교 때부터 보고 싶어하던 다르다넬스 해협을 드디어 건넜다. 필자는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국립수산전문대에서 어선 선장 자격을 취득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큰 원양어업 회사에서 5년 동안 상임고문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튀르키예군 갈리폴리 전투 승전기념탑. 갈리폴리 반도 최남단에 있다.

▲튀르키예군 갈리폴리 전투 승전기념탑. 갈리폴리 반도 최남단에 있다.

헬리콥터를 싣고 있는 대형 참치잡이 어선을 타고 남·중부 태평양을 누빈 적도 있으므로, 비록 다른 사람이 선장인 페리선이지만 갑판 위에 서서 필자가 페리선 선장이 된 기분으로 해협을 건넜다. 동부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과 끊임없이 불어오는 해풍은 오랜만에 필자가 바다 사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해협을 사이에 두고 걸쳐 있는 나라이다.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해협의 북쪽은 보스포루스 해협이고 남쪽은 다르다넬스 해협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에는 3개의 다리가 걸려 있는 반면, 다르다넬스 해협에는 오랫동안 다리가 없었으나 2022년 3월에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중심이 되어 차나칼레 항구에서 해협건너 맞은편 갈리폴리 반도에 길이 3,600m의 현수교를 완성시켰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이 차나칼레 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로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보다 훨씬 길다. 다리 공사를 맡은 한국 회사는 여러 하청회사를 두고 다리 건설을 하였다.

금년 2월 초 동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많은 건물이 무너졌다. 그러나 중국 기술로 만든 차나칼레 대교는 아무 손상이 없었다면서, 중국 건설회사의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동시에 중국의 힘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과장된 가짜뉴스로 중국 회사는 건설을 맡은 한국 회사의 여러 하청회사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다르다넬스 해협을 운항하는 페리선. 차나칼레 항구.

▲다르다넬스 해협을 운항하는 페리선. 차나칼레 항구.

한국 측에서 이 가짜뉴스에 항의하자, 중국 정부는 웹사이트에서 이 내용을 삭제하였다. 이야기가 주제에서 잠시 벗어났으나 사도 바울이 항해하던 곳을 묘사하다 보니 이런 내용까지 이야기하게 된 것을 독자제위께서는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4월부터 8개월 동안 영국 연방군과 프랑스군은 갈리폴리 반도에서 오스만 제국(튀르키예) 군대와 혈전을 벌렸으나 크게 패배하였다. 이 전쟁에서 튀르키예는 독일과 한편이 되어 영국, 프랑스군에 대해 싸웠다.

영국은 대규모 부대를 보내 지중해에서 흑해로 들어가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확보하는 동시에 당시 튀르키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오늘날 이스탄불)을 점령하려는 작전 계획을 세웠고 이 작전의 일환으로서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여 동북부 방향으로 진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갈리폴리 반도를 방어하는 튀르키예군은 50만 명이었고 여기에 대해 영국 연방군 47만 명과 프랑스군 8만 명이 적전(敵前) 상륙하여 혈전을 벌였다.

▲페리선 갑판에 선 필자. 쓰고 있는 모자와 상의는 파푸아뉴기니 국립수산전문대 학교 유니폼. 오른쪽에 차나칼레 항구가 멀리 보인다.

▲페리선 갑판에 선 필자. 쓰고 있는 모자와 상의는 파푸아뉴기니 국립수산전문대 학교 유니폼. 오른쪽에 차나칼레 항구가 멀리 보인다.

이렇게 이 조그만 반도에서 100만 명 넘는 군대가 서로 8개월간 싸워 결국 튀르키예군이 승리하였다. 필자는 갈리폴리 반도를 두 번 방문하였고, 이틀 동안 택시를 대절하여 전투 장소를 이 잡듯 답사하였다. 그 내용을 쓰자면 사도 바울과 관련없이 최소 20회 이상 연재해야 하므로 이쯤에서 간략하게 끝내려고 한다.

갈리폴리 반도의 가장 남쪽 언덕 위에는 튀르키예군이 세운 거대한 승전기념탑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르다넬스 해협 남쪽 입구와 북부 에게해가 내려 보인다. 드로아를 떠나 네압볼리로 향하던 사도 바울이 타고 있던 배가 2천년 전 지나간 바로 그 바다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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