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가장 큰 가톨릭 교구 주교 일방적 임명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바티칸 측 “언론 통해 알게 돼… 할 말 없다”

▲중국의 교회 전경.  ⓒ월드와치모니터 제공
▲중국의 교회 전경. ⓒ월드와치모니터 제공

중국 당국이 중국 내 가장 큰 로마가톨릭 교구의 새 주교를 임명했다고 바티칸이 밝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중국 주교회의는 장쑤성 하이먼 출신의 선빈(Shen Bin) 주교를 상하이의 새 주교로 임명했다.

교황청 마테오 브루니(Matteo Bruni) 공보실장은 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교황청은 며칠 전 새 주교를 임명했다는 중국 당국의 결정을 통보받았고, 오늘 아침 언론 매체를 통해 이를 알게 됐다”며 “가톨릭은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가톨릭뉴스 통신사 아시아뉴스는 “중국 주교회의는 선 주교가 이끌고 있으며, 교황청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교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약 200명이 선 주교의 취임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선 주교는 “상하이 가톨릭 교회의 애국심과 사랑의 훌륭한 전통을 계속 계승하고 독립과 자치의 원칙을 고수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바티칸은 2018년 처음 제정된 중국과의 협정을 지난 10월 갱신했다. 이 협정은 정부가 주교직 후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최종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리는 것으로 돼 있다.

당시 교황청 공보실은 “바티칸은 가톨릭 교회의 사명과 중국 국민의 선익 촉진 및 협정의 생산적인 이행과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중국과 정중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첫 번째 계약은 중국 내 교황에 충성하는 지하교회들과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식 교회들 간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체결됐다. 합의서에서 양측은 195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교황을 천주교 최고 지도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주교의 일방적 임명은 바티칸이 “중국이 교황청이 인정하지 않는 교구에 주교를 임명함으로써 양자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나온 것으로, 로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바티칸의 성명에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하이 주교구는 2013년 4월 진 루시앙(Jin Luxian) 주교가 사망한 이후 공석이었다.

교황청은 상하이의 보좌 주교인 마다퀸(Ma Daqin) 신부가 이 교구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그는 지역교회를 다스리는 공산주의 단체인 중국 가톨릭애국회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이유로 2012년부터 가택 연금을 당했다.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국무장관 추기경은 2022년 10월 협정 갱신 후 발표된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 갱신은 주로 중국교회의 일상 생활에 필수적인 측면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단력과 참을성이 있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인간의 법칙에서 완벽함을 찾는다는 환상 아래서가 아니라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도 중국 가톨릭 공동체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합당하고 가치로운 목회자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희망 속에 이러한 여정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 가톨릭 신자의 ‘적은 무리들’이 고요하고 자유한 가운데 복음 선포, 견실한 양성, 성찬례의 기쁜 거행으로 구성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어 팬데믹의 어려운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삶에 대처하며 가장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근면한 사랑의 증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바티칸과 중국의 협정을 비판하는 이들은, 협정 서명 이후 단 6명의 새 주교를 임명한 것은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또 중국에서 기독교인과 기타 소수 집단에 대한 종교의 자유의 제한이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20년 9월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자유 조건은 그 협정이 처음 채택된 지 2년 만에 악화됐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 “바티칸이 협상을 갱신한다면 도덕적 권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미 국무부는 오래 전부터 중국을 종교의 자유 침해를 묵인하거나 가담하는 국가를 의미하는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해 왔다.

60개국 이상의 기독교인 박해를 감시하는 오픈도어는 중국에 9,700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있으며, 그들 중 다수는 미등록 또는 불법적인 지하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5대 공인된 종교단체는 중국불교협회, 중국도교협회, 중국이슬람협회, 개신교삼자애국운동, 중국천주교애국회이다. 5대 공인 종교와 관련된 조직도 감시 및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2018년 공산 정권은 ‘종교의 자유 보호에 관한 중국의 정책과 관행’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문서에서 “중국 내 신앙공동체는 종교를 국지화하는 방향을 견지하고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실천하며 중국의 훌륭한 전통을 발전 및 확장하고 중국의 국정에 부합하는 종교사상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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