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99] 성혁명과 이교: 프리섹스와 뉴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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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성경은 우리에게 일부일처제와 성적 순결을 요청하며 동성애를 반대한다. 그렇다면 성혁명은, 프리섹스와 LGBTQ를 옹호하기 때문에 그 뿌리가 이단(paganism)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paganism은 occultism, esotericism, heresy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우리말로는 이단(異端), 비교(秘敎), 밀교(密敎) 비전(祕傳) 등으로 번역된다.

이단은 기독교 초기부터 존재했는데, 그것은 영지주의(gnoticism)였다. 이는 그리스 철학이 강조하는 “지혜”(gnosis)라는 개념을 기독교의 한 분파가 받아들임으로 시작되었다. 영지주의는 다신론적 및 혼합주의적이고 신비적인 종교사상이다. 그리고 구원은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서가 아니고 인간의 노력에 의한 것도 아니며, 단지 여러 신들과의 관계에서 주어지는 “비밀의 지식”, 즉 영지(靈知 gnosis)에 의해서라고 말한다. 영지주의는 초기에는 금욕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었지만, 곧바로 인간 본능을 신성시함으로 성적 방탕을 옹호하였고, 성과 악을 상대화하면서 비도덕성을 정당화하는 종교적 사상으로 변질하였다. 그리하여 영지주의는 초기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정죄 되었다. 영지주의는 이후의 여러 이교 및 이단들의 공통적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영지주의는 고대 중동의 이교들과 고대 그리스-로마의 종교 문화에 깃들어 있었다. 영지주의는 초대교회 시대에는 마니교와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로 나타났다. 중세 기독교 시대에는 매직(magic), 점성술, 연금술, 르네상스의 신플라톤주의, 인본주의 등으로 나타났으며, 내내 기독교의 억압을 받아 비밀스러운 조직이 되었다. 19세기의 공개적으로 신지학(theosophy, 神智學)과 강신술(spiritualism; medium-ism)로 나타났고, 20세기에는 섹스 매직으로 악명이 높은 테레마(Thelema)와 위카(Wicca)를 거쳐, 1970년대에 성혁명의 등장과 함께 뉴에이지(new age)로 나타났다.

뉴에이지는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교이다. “사랑과 빛의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로, 개인적 변신(transformation)과 치유(healing)를 통해 새로운 (미래의) 시대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현재 뉴에이지는 잡다한 영지주의 종파들의 중심적 사상을 총괄적으로 부르는 명칭이 되었다. 이제 뉴에이지는 신지학을 핵심으로, 당시 유럽의 전승되어 온 고대 이교 사상들(예를 들어 카인 숭배(The Cain ritual), 브릴(Vril) 사상, 드루이드교(druids), 오딘 숭배(odinists) 등)과 동양의 샤머니즘, 힌두이즘, 중국의 도교와 불교 등 고대 사상들, 그리고 현대의 영성 생태학(sacred ecologists), UFO 종교(외계인 숭배), 인간 잠재력 운동, 사탄숭배(Satanism),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명상기법 등이 교집합된 상태이다.

이교는 다신교적이어서 모두 각기 자신만의 (또는 자기 집단만의) 신을 섬긴다. 단일한 가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신들 간에도 힘이 지배한다. 서구의 대표적 이교인 고대 그리스 종교에서 제우스가 힘이 제일 세기 때문에 지배자가 된다. 결국 종파간에 또는 종파 내에 불평등과 무질서가 존재한다(뉴에이지 음악을 들어 보라. 음정과 박자와 화음의 규범적 룰이 무시되지만, 명상적이고 편안하다).

지난 수백 년 동안의 기독교 윤리적 일신론(monotheism)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 압도적인 산업발달, 그리고 유물론적 세계관 등이 우리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현대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영적 갈구를 해소시키지 못하였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새로운 이교 내지 현대 영지주의, 즉 뉴에이지이다. 뉴에이지에서 신은 다양하다: 매직, 변화된 의식(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 환각 또는 황홀상태), 건강한 자아발달, 본능, 여신, 다중적 평행우주, 여신의 몸인 지구, 등등이다. 다신론인 만큼, 악에 대한 개념이 없고, 의식적 의도와 무의식적 본능적 욕구 사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에게 엄격한 도덕을 요구하지 않으며, 쾌락을 권장하며, 차이에 대해 더 많이 관용한다. 그러면서 그 대가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교는 animism(물활론)으로 자연(nature)을 숭배하며, 따라서 창조자와 피조물 간 구별을 하지 않는다. 자연히 외부 자연뿐 아니라 내면의 자연, 즉 먹기, 섹스, 공격성 등 본능도 신성시한다. 예를 들어 2017년 미국 TV 드라마 에 빌퀴스(Bilquis)라는 ‘섹스와 사랑의 여신’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여신은 남자로 하여금 자신과의 섹스에 예배하게 하는데, 절정기에 달하면 자신의 성기로 남자를 잡아먹는다. 이럼 뉴에이지는 먹기(마약복용), 섹스(신전에서의 성교), 폭력(집단학살, 자해, 소아 희생 등) 등이 혼합된, 극한의 종교적 황홀경을 추구한다.

뉴에이지의 섹스 매직은 우주의 최고인 영적 존재와 교통함으로 영적 깨달음(enlightenment)과 자기발달을 이루고, 행복과 치유를 얻는 방법이 된다. 성스러운 섹스행위는 과거 성적 상처를 치유하고, 육체적 성을 영적 차원으로 높이고, 개인을 변화(transformation) 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례적 섹슈얼리티(sacramental suxuality)는 예배(제의)의 핵심이 된다. 특히 뉴에이지는 프리섹스 시대의 이교에 걸맞게 ‘사랑과 아름다움과 섹스의 여신’을 숭배한다. 이처럼 이교에서는 섹슈얼리티 자체가 신성(sacramental)하다. 그런 영적 기능은 모든 종류의 섹슈얼리티에 다 있을 뿐 아니라, 동성애와 자위에도 있다고 한다. 즉 뉴에이지는 모든 다양한 섹슈얼리티에 대해 평등(equality)과 개방성(openness)을 주장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섹슈얼리티 자체를 신성하다고 보지 않는데, 단지 결혼의 신성(sacrament of marriage)이라는 맥락에서 신성이 인정된다.

뉴에이지도 다른 이교들처럼 섹스 매직을 시행한다. 필자의 눈에는 뉴에이지의 섹스 매직은 힌두교의 탄트라(Tantra), 중국 도교에서의 방중술(房中術), 기타 고래 밀교들의 성적 수행(practice) 등을 차용하고, 계몽주의적 성 개방 사상들과 마스터즈와 존슨의 성치료 기술들을 조합한 기법처럼 보인다. 매우 다신론적이고 혼합적이다. 섹스 매직은 친밀성(intimacy) 및 몸과 마음의 연결(mind and body connection)을 사용하여 의식을 넓힌다고 한다. 이 ‘의식의 확장’은 히피들이 LSD에 의한 확각경험을 의미하는 psychedelism과 일치한다. 또한 남성적 에너지와 여성적 에너지를 하나로 합쳐 강력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도교의 음양사상과 유사하다. 정신분석가 C. G. 융은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원형(archetype)들의 개념과 그들이 합일하는 전체성(wholeness)의 개념으로 현대 뉴에이지 사상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따라서 성혁명과 이교는 공통적으로 20세기 인류의 종교적 내지 영적 변화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성적인 것들이 우상화되고 있는데, 그것은 힌두교의 링가(linga 남근상)로 대표되는 fetishism(물신숭배)이라는 성도착증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리하여 기독교 교리를 의심하는 신자들과 쾌락과 황홀을 추구하는 이교도들과 신성모독자들이 보이는 종교적 추구를 비종교적 영성(non-religious spirituality)이라 부른다. 그러나 영적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영적인 것은 좋은가?”가 아니라 “무슨 영성인가?”를 질문하여야 한다. 악령도 영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듯, 뉴에이지의 핵심은 유대-기독교 전통의 엄격한 도덕적 수월성에 대한 믿음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로마제국을 향해 우상숭배에서 떠나 거룩한 하나님만을 예배하라고 설교하신다.

너희가 음란(debauchery)과 정욕(lust)과 술취함(drunkenness)과 방탕(orgies)과 향락(carousing)과 무법한 우상숭배(detestable idolatry)를 하여 이방인(pagan)의 뜻을 좇아 행한 것이,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베드로 전서 4:3).

현대 사회의 대중에게 뉴에이지 섹스 매직이 말하는 섹스 기술은 상식이 되고 있으며, 또한 상업화되고 있다. 섹스 매직 마법사(Witch)들은 침실에서 섹스 매직에 사용될 초와 향, 부적 등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섹스 매직 관련 블로거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섹스 매직과 오르가즘에 대해 해설하고 질의 답변하는 비즈니스가 성황을 이룬다. 이러한 사업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뉴에이지는 당대 서구문화권의 발달한 과학과 의학을 종교적 영성과 아시아 전통 의학과 혼합함으로, 뉴에이지 과학(new age science)이라는 대안의학을 고안하여 치유 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이교와 영지주의는 다양한 성적 지남(동성애)과 성 정체성(트랜스젠더, 젠더퀴어)이 모두 이성애와 시스젠더와 똑같이 가치 있다고 ‘합리화’해 주기 때문에 LGBT들은 물론 그 옹호자들을 기쁘게 한다. 페미니스트들도 현대 이교를 환영하는데, 그 이유는 이교들이 기독교가 여성을 비하하고, 폭력적인 가부장 제도를 옹호한다고 비판해 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뉴에이지는 여성도 예수의 제자였다는 주장과 어머니-여신의 숭배를 통해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에이지의 영성은 이단일 뿐이다. 이교는 기독교의 도덕적 노예 됨과 죄의식 없이, 본능적 욕구를 실현할 수 있다는 소원 성취적 희망으로 사람을 현혹한다. 거기다 이교는 덤으로 섹스의 쾌락을 통해 신성을 접하고 ‘구원’에 이르게 해 준다고 설명하기 때문에 기독교보다 더욱 관심을 끈다. 그러나 기독교는, 본능은 쾌락을 주더라도 기쁨(joy)는 주지 못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가 인간을 자유케 한다”라고 가르친다.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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