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60
1870년대 이후부터 미국의 대중복음전도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서 무디(Dwight L. Moody)를 들 수 있다. 부흥운동가로서 그의 저술 속에는 거룩한 삶과 특히 봉사의 능력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타난다. 웨슬리안-성결 그룹과는 달리, 무디는 성결이 순간적인 체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신앙의 열매라고 보았다. 그래서 성령세례와 성결을 연관시키는 어떠한 종류의 이론도 그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디는 모든 신자들에게는 이미 성령께서 내주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비록 그들에게 성령이 거하실지라도 성령의 능력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믿었다.
무디는 ‘사역을 위한 성령의 은사’(gift of the Holy Spirit for Service)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복음적 용어로서 이른바 ‘능력’을 갖춘 크리스천들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복음주의자들에게 이 용어는 새로운 회심자를 교회로 인도해 낼 수 있는 믿음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것이 능력을 소유했다고 하는 사람에 대한 궁극적인 증거였다.
무디에 의해서 강조되어지던 성령의 능력에 대한 가르침을 신학적으로 체계화한 이는 토레이(Reuben Archer Torrey)이다. 토레이는 성령세례가 명확한 체험이라고 강조하면서, 신자들은 자신이 성령세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혁파적 전통을 따라 죄성이 순간적으로 제거된다고 하는 관념은 거절했으나, 성령의 사역이 죄로부터 정결케 되는 일을 돕는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신자가 성령세례를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열매는 복음을 증거하는 일이라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 무디나 토레이와는 달리, 고든(Adoniram Judson Gordon)은 성령의 가장 중요한 사역이 신자들을 그리스도와 연합케 하고, 또 그들에게 그리스도와 연합된 유익을 깨닫도록 하는 일이라고 보았다. 이 같은 고든의 성령론은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그 중심은 그리스도를 봉사함에 있어서 능력을 얻으며 또한 변화된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에 맞춰져 있다.
모울(Handley C. G. Moule), 마이어(F. B. Meyer) 그리고 머레이(Andrew Murray)와 같은 케직 운동의 지도자들은 1870년대 이후 영국인의 영적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들은 성령의 성결케 하시는 사역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모울은 그의 저서에서 신자는 그리스도의 내주하심의 능력을 의지함으로서 죄로부터 해방 받게 된다고 보았다.
기독교연합선교회(Christian & Missionary Alliance)의 창시자인 심슨(Albert Benjamin Simpson)의 성령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이들은 보드맨과 고든 등의 ‘더 높은 삶’ 노선의 개혁파 성령운동 그룹이다. 그리고 그는 케직의 지도자들과도 믿음과 강단을 활발히 교류하곤 하였다. 예를 들어서 무디와 심프슨이 함께 개최했던 대회에서 마이어, 머레이 같은 케직의 지도자들이 설교하곤 했다.
성결에 대한 심프슨의 입장도 역시 개혁파 ‘더 높은 삶’ 노선과 비슷하였다. 죄성의 정화 차원을 강조한다거나 성결이 신자의 영혼 속에 이루어진 어떤 구체적인 상태라고 보기보다는, 내주하는 그리스도께 대한 헌신과 복종의 삶을 통해 그분이 준비하신 성결의 은혜를 적용하는 것이 곧 성결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그는 성령의 사역과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대속사역 사이의 관계성을 크게 강조를 하였다. 특히 성령의 능력을 통한 신자 안에 ‘내주하시는 그리스도’(indwelling Christ)에 대한 그의 강조가 돋보였다.
이상과 같은 개혁주의적 영성의 기본적인 틀은 ‘그리스도와의 연합’(Union with Christ)와 ‘사역의 능력’(Power for Service)의 모티브를 내재하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19세기 부흥운동의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는 개혁주의 영성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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