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오직 당신의 ‘끝없는 용서(마 18:22)’에 근거해 인간의 죄를 해결하신다. 만일 하나님의 그런 용서가 없으셨다면, 인간의 죄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여기엔 ‘원죄를 포함한 과거의 죄’와 ‘미래의 죄’까지를 다 아우른다.
이는 ‘구스인(the Ethiopian)’이 그 피부를, ‘표범(the leopard)’이 그 반점을 변할 수 없듯(렘 12:23), ‘인간과 죄를 분리해 낼 수 없다는 사실’과 ‘죄를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연약성’을 하나님이 아시기 때문이다.
이 ‘용서’가 ‘하나님의 자기희생’으로서 ‘그리스도의 구속’이 따르게 했다. 그리고 택자에 대한 이 ‘하나님의 끝없는 용서’는 ‘그들에 대한 그의 사랑과 긍휼’에 기반한다.
“여호와는 자비로우시며 은혜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자하심이 풍부하시도다… 우리의 죄를 따라 처치하지 아니하시며 우리의 죄악을 따라 갚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늘이 땅에서 높음 같이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 그 인자하심이 크심이로다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아비가 자식을 불쌍히 여김 같이 여호와께서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불쌍히 여기시나니(시 103:8-13)”.
◈‘구속’과 ‘용서’
‘죄의 해결’이 ‘하나님의 끝없는 용서(마 18:22)’에 의존됐다면, ‘그의 용서’는 ‘구속(redemption, 救贖)’에 의존한다. 이는 하나님의 공의상(公義上), ‘죄의 용서(forgiveness of sin)’는 반드시 ‘죄 값이 지불(죄의 구속)’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속액(救贖額)’은 ‘그리스도의 죽음(롬 6:23)’이다. 구약엔 그것이 ‘짐승의 피’로 상징화됐고, 신약엔 그것의 실체인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구현 됐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레 17:11)”.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조상의 유전한 망령된 행실에서 구속된 것은 은이나 금 같이 없어질 것으로 한 것이 아니요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한 것이니라(벧전 1:18-19)”.
‘그리스도의 피’가 ‘단번’에 ‘모든 죄(원죄와 자범죄)’를 속함으로 ‘구속’이 성취됐고, 그 결과 ‘죄 사함’의 은혜가 우리에게 입혀졌다. “율법을 좇아 거의 모든 물건이 피로써 정결케 되나니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그리스도도 많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시려고 단번에 드리신바 되셨고(히 9:22, 28)”.
물론 성경에선 종종 ‘구속(redemption, 救贖)’과 ‘죄사함(forgiveness of sin)’이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구속’ 곧 ‘죄 사함’을 얻었도다(골 1:14)”.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으니(엡 1:7)”.
그러나 엄밀하게 ‘구속’은 ‘죄 사함의 전제(前提)’이다. 하나님이 택자에게 ‘죄사함’을 주시기 전에 먼저 그의 죄를 ‘구속’하셔야 한다. 이 둘의 순차(循次)는 이미 오래 전 하나님의 구원 경륜 안에 들어 있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을 완성해 놓으신 후 죄인들을 향해 당신에게로 와서 ‘죄 사함’을 받으라고 요청하셨다. “내가 네 허물을 빽빽한 구름의 사라짐 같이, 네 죄를 안개의 사라짐 같이 도말하였으니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사 44:22)”.
또 “그 날에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이 다윗의 족속과 예루살렘 거민을 위하여 열리리라(슥 13:1)”는 말씀 역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터질 ‘구속의 샘(a fountain of redemption)’에 그의 택자들(the chosen)이 와서 ‘죄와 더러움’을 씻게 될 것을 예언한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를 대적하며 그에게로 돌아올 생각이 1도 없었을 때, ‘죄사함을 위한 구속’을 완성해 놓으시고 그것을 믿음으로 취하게 하심으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이렇게 우리의 ‘죄 사함’이 ‘그리스도의 대속(the atonement of christ)’에 근거 됐기에 ‘그것’을 ‘은혜’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 사함을 받았으니(엡 1:7)”.
◈‘용서’와 ‘구원’
성경은 ‘심판에서 구원 받는다’ 와 ‘죄에서 구원 받는다’를 상호교호적(相互交互的)으로 사용한다. 이는 ‘심판이 죄’로 말미암았고, ‘죄 사함을 통해 심판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경은 문맥에 따라 어떤 땐 ‘심판(진노)에서 구원 받는다’로, 어떤 땐 ‘죄에서 구원 받는다’로 표현했다.
다음이 그 대표적인 예시(例示) 구절들이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마 1:21)”.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 피를 인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었은즉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서 구원’을 얻을 것이니(롬 5:9)”.
‘하나님의 심판’이 ‘죄’에서 오기에, ‘죄 사함’을 받으면 당연히 ‘죄의 심판에서도 구원’을 받는다.
또한 하나님을 ‘구원자’라고도 하고 ‘구속자(죄 사함을 주는 자)’라고 함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육체가 나 여호와는 네 ‘구원자’요 네 ‘구속자’요 야곱의 전능자인줄 알리라(사 49:26)”. “나 여호와는 네 구원자, 네 구속자, 야곱의 전능자인줄 알리라(사 60:16)”.
하나님은 죄인에게 ‘죄 사함’을 주어 그를 ‘구원’하시기 때문이다. “주의 백성에게 그 ‘죄 사함’으로 말미암는 ‘구원’을 알게 하리니(눅 1:77).”“‘우리 구원의 하나님’이여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를 도우시며 주의 이름을 위하여 우리를 건지시며 ‘우리 죄를 사하소서’(시 79:9)”.
◈하나님의 존재적 딜레마
앞서 언급한 ‘구속과 용서’, ‘용서와 구원’은 모두 ‘하나님의 존재적 딜레마(Being’s dilemma)’, 곧 ‘하나님의 상호 상반된 속성들(영어)’안에서 구현됐다. 그 상반성(reciprocity, 相反性)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나님은 죄인을 위한 ‘구원자(a savior)’인 동시에 ‘죄의 대속물(a ransom for sin)’이 되셨다. 주지하듯, ‘구원자’는 누군가를 죄에서 건지는 ‘주권자(a sovereign)’이고, ‘대속물’은 누군가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한 ‘매개물(a carrier)’인데, 한 분 하나님이 이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가지셨다.
또 하나님이 ‘구원자(a savior)’인 동시에 ‘피(被)심판자(the accused)’가 되셨다. ‘성자(聖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신 것’은 ‘구원자께서 십자가에서 심판을 받으신 것’이다. 이는 그가 ‘피(被)심판자’가 되셔야만 죄인이 구속(救贖)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자신을 주심’은 ‘모든 불법에서 우리를 구속하시고 우리를 깨끗’하게 하사(딤전 2:13-14)”.
그리고 하나님은 ‘채권자(a creditor, 債權者)’인 동시에 ‘채무자(a debtor, 債務者)’이셨다. 그는 죄인에게서 ‘죄삯을 받아내는 채권자’였음에도 스스로 ‘죄값을 지불하는 채무자’가 되셨다. “하나님이 자기 피로 교회를 사셨다(행 20:28)”는 말은 채권자이신 하나님이 스스로 채무자가 되어 교회(당신의 백성)의 죄삯을 지불하셨다는 말이다.
이 모든 하나님의 딜레마(dilemma)는 택자에 대한 그의 사랑에서 비롯됐다. 하나님은 그들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그 딜레마에 빠지셨다. 삼위일체(Trinity, 三位一體)는 이 하나님의 존재적 딜레마의 극치이다. 할렐루야!
※‘죄사함’과 ‘용서’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됐으며, 그때그때 문맥에 맞게 혼용했다. 혼란이 없기를 바란다.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