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공영방송에 ‘종교 프로그램 방영 의무’ 삭제 추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새 미디어 법안 초안서

▲영국 BBC 건물. ⓒPixabay

▲영국 BBC 건물. ⓒPixabay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열린 찰스 3세의 대관식을 본 지 불과 며칠 만에, 영국 TV 채널에서 종교 프로그램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기독교 교회 예배의 맥락에서 새 국왕의 대관식은 많은 청중을 끌어모았으나, 많은 방송인들은 종교가 이를 다룰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한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최근 제시한 새 미디어 법안 초안은 BBC, ITV, 채널4 및 채널5와 같은 ‘공영방송사’가 종교 프로그램과 같은 ‘핵심 콘텐츠’를 전송해야 하는 의무를 삭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모든 신앙의 종교, 윤리 또는 도덕과 관련된 생각을 자극하고 특별한 프로그램을 촉진하기 위해 형성된 ‘스탠포드 세인트 마틴 트러스트’(Sandford St. Martin Trust)의 토니 스톨러(Tony Stoller) 회장은 “종교를 무시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중심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며 “정부는 중요한 장르의 지속 가능성이 방송 법규를 현대화하는 과정과 공영방송의 미래의 중심에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방송 법안을 현대화하려는 움직임은 환영하지만, 정부의 미디어 법안 초안이 종교 및 윤리 프로그램과 같은 핵심 공공 서비스 방송 콘텐츠의 미래를 보호하거나 보장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공영방송 송출이 느슨해질 경우 교육, 스포츠, 과학, 종교 및 기타 신념, 사회적 문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나 관심사를 포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현재의 의무가 영국 내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문화적 관심 및 전통의 삶과 관심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덜 구체적인 시청각 콘텐츠’ 등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 법안이 시행하기에 너무 모호하고, ‘충분한’ 양이 무엇인지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캠페인 단체인 ‘보이스 오브 리스터 & 뷰어’(Voice of the Listener & Viewer)도 이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단체는 “이 법안은 ‘과학, 종교 및 기타 신념, 사회적 문제, 국제적 중요성 또는 관심 문제 및 전문가 관심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공해야 하는 공영방송 서비스의 책임을 없애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콜린 브라운(Colin Browne) 회장은 “가짜뉴스와 온라인 플랫폼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시기에, 영국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고품질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탠포드세인트마틴트러스트 이사로 임기 10년을 보낸 후 막 물러난 토린 더글라스(Torin Douglas)는 종교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 경영진의 헌신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는 방송 입법을 현대화하고 공영방송의 미래를 위해 강력한 종교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방송되는 ‘파노라마’와 ‘하트 오브 더 매터’ 등 유명 TV 프로그램의 편집자이자 전 BBC 임원인 로저 볼튼(Roger Bolton)이 세인트 알반스 수도원(St. Albans)에서 종교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강조하는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온라인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릴리전미디어센터(Religion Media Center) 이사이자 지역교회 교구교회평의회에 속해 있는 로저 감독이 세인트 알반스의 조 켈리-무어(Jo Kelly-Moore) 원장과 대화를 나눈다. 

행사 주최측은 “공영방송은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수신료 동결과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갇힌 BBC는 예산을 삭감하고 국가 자금의 지원이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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