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주교, 정부에 ‘신성모독죄’ 남용 억제책 촉구
파키스탄 법원은 신성모독죄로 기소된 기독교인 여성들을 보석으로 풀어 줬다고 밝혔다.
모닝스타뉴스에 따르면, 5월 14일 아리프왈라(Arifwala)의 이자즈 아흐마드 푸르와란(Ijaz Ahmad Phulwaran) 판사는 338달러(약 45만 원)의 보석금으로 무사라트 비비(Musarrat Bibi)와 그녀와 함께 기소됐던 무함마드 사르마드(Muhammad Sarmad)을 풀어 줬다.
올해 45세인 비비와 사르마드는 지난 4월 15일 파크파탄(Pakpattan) 지역의 아리프왈라 테실(Arifwala tehsil) 마을에 위치한 여자고등학교의 창고를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창고에는 종이와 기타 폐품으로 가득했다고. 그 학교에서 비비는 직원으로, 사르마드는 정원사로 일했다.
비비에게는 3명의 딸이 있고, 그 중 2명은 결혼했으며 14살 막내는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다. 비비의 남편 바르카트 마시(Barkat Masih)는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5년 전 사망했다. 공직자 근무 규정에 따라 비비가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다. 그녀는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학교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했다.
비비와 사르마드는 휴지 등을 학교의 한 구석에 모아 불태웠는데, 나중에 일부 학생들은 불에 탄 종이에 꾸란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비의 변호를 맡은 자베드 사호트라(Javed Sahotra)는 “나스린 사에드(Nasreen Saeed) 교장을 포함한 교직원들은 두 사람이 꾸란의 일부 페이지를 고의로 태운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며 “그들은 일부 교사와 학생들의 항의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4일 후인 4얼 19일, 지역의 무슬림인 카쉬프 나딤(Kashif Nadeem)은 경찰 측에 연락해 기독교인 여성이 학교에서 코란의 일부를 불태워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고발했다. 사호트라에 따르면, 나딤은 비비의 이름만 언급했으나, 경찰은 조사 도중 정원사인 사르마드 역시 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딤은 폭도를 동원해 학교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소요를 막기 위해 두 사람을 체포했다. 두 사람은 신성모독법 295-B조에 따라 기소됐고, 결국 파크파탄 교도소로 이송됐다.
신성모독법 295-B조는 “꾸란의 사본이나 추출물을 의도적으로 더럽히거나 손상시키거나 모독하거나 경멸적인 방식 또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는 종신형에 처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키스탄 성공회 아자드 마샬(Azad Marshall) 주교는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신성모독 혐의가 취약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오용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며 “정부에 이를 억제할 정책을 도입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관계자들은 신성모독법의 남용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샬 주교는 “경찰은 두 피고인이 문맹이고 의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님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하고 기소했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신성모독 혐의 자체가 사행 집행장이나 다름 없다”며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샬 주교는 “이곳 파키스탄에서는 신성모독에 대한 고짓 고발이 일반적인 일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신성모독법을 폐지하거나 철폐하는 것이 종교성이 가득한 환경에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국가가 법의 남용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한 학대를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행정부에 몇 가지 권고를 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예를 들어, 의회는 경찰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이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혐의를 조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신성모독과 관련된 초기수사보고서(FIR)는 법원이 이를 인지하기 전, 관련 기관의 허가를 받은 후 기록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신성모독 만큼 심각한 범죄와 관련해 거짓된 혐의로 폭력을 당하거나 교도소에 수감돼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