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기념 ‘교회인물대상’ 수상… 원로들에게 교회 위한 기도 요청
“일제강점기, 중국 심양에서 목회하시던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촛불처럼 꺼져가는 나라를 위해 울며 기도하셨다. 마치 절벽을 계란으로 깨뜨리려는 것 같았다. 1945년 8월 15일, 그 촛불 같은 기도가 절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내 눈으로 봤다. 원로목사들이여, 한국교회의 모습에 실망치 말고 확신을 갖고 기도해 달라.”
1925년생, 올해로 98세인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가 원로목회자들에게 호소했다. 림 목사는 사단법인 한국원로목사총연합회(이사장 엄신형, 대표회장 송용필, 후원회장 이주태) 주최로 17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스승의날 기념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스승의날기념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문세광 목사, 심사위원장 박장옥 목사, 준비위원장 신동진 목사)는 올해 스승의날 기념 ‘교회인물대상’에 림인식 목사를 선정하고 시상식을 가졌다.
김마리 목사(회의록 서기)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대표회장 송용필 목사의 인사말에 이어 심사위원장 박장옥 목사가 심사평 및 약력을 소개한 뒤 이사장 엄신형 목사가 림 목사에게 시상했다.
“한국교회 비관 말고 기도해 달라”
림 목사는 “본이 될 만한 일을 한 것이 별로 없는데 과분한 상을 주셔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저는 1925년 중국 심양에 가난한 농부들이 농사하는 곳에서 개척해 목회하신 할아버지의 손자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기미년 만세운동 주동자로 감옥생활 후 국내에서 목회할 수 없어 만주벌판으로 가셨다”고 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본 목회자 상은 할아버지다. 매일 새벽 혼자 한국교회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울며 기도하셨다. ‘다른 할아버지들은 울지 않으시는데, 우리 할아버지는 왜 매일 우실까’ 생각했는데, 그 기도가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져가는 한국교회를 위한 기도였다. 당시 해방과 독립은 마치 절벽을 계란으로 깨뜨리는 것밖에는 안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1945년 8월 15일, 절벽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기도였는데 이뤄지는 것을 내 눈으로 봤다”며 “6.25 때 많은 교회가 없어지고 목사님들이 순교당하고 교인들은 다 흩어졌던 한국교회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부흥했다. 그때 할아버지의 촛불 같은 기도가 이뤄졌다는 것을 확신했다”고 했다.
림 목사는 “할아버지는 제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스승이다. 그저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고 싶은 심정으로 자라 왔다”며 “원로목사님들, 지금의 한국교회를 비관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곳은 한국교회뿐이라는 믿음으로, 세계 복음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기도해 달라. 어두운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원로 분들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한경직 목사와 함께 한기총 설립하기도
림 목사는 1925년 만주 봉천(현 심양)에서 태어나 평양장로회신학교 4학년을 수료하고 장로회신학대(장신대)를 졸업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52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아 6.25 당시 839부대에서 군목으로 활동했다. 1947년 평양 창동교회 전도사를 시작으로 본격 목회의 길을 걸어 부산 서북(현 동광)교회를 섬기다 대구 영락교회 담임을 거쳐 노량진교회에서 32년간 담임목회를 했다.
장신대 총동문회장, 평신도교육 대학원장, 숭실대 13~15대 재단이사장, 아세아교회진흥원(원장 한경직) 이사, 맥코믹(Mccormick) 신학교 한미목회센터 한국자문위원장, 맥코믹 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중국심양동북신학교 객원교수, 러시아모스크바장로회신학대 객원교수, 빌리그래함 일본대회 교회성장 세미나 강사 등을 역임했다.
교단에서는 예장 통합 경기노회장, 총회 군목위원장, 전도부장, 교육부장, 서기, 북한선교위원장, 세계선교위원장, 도서·의료선교위원장, 이기풍 선교기념 훈련센터 건축위원장,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건립 추진위원장, 총회 유지재단이사장 등을 거쳐 제68회 총회장(한국교회 100주년)을 지냈다.
연합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를 적극적으로 섬겨 왔으며, 한국교회선교100주년대회장, 서울시연합당회장,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 고문, 한국장로교회협의회장을 역임하고 한경직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세우는 데 함께했다.
이날 시상식은 문세광 목사, 양창부 목사, 신동진 목사가 축사를 전하고 다 함께 스승의노래를 부른 뒤 명예회장 임화영 목사의 기도로 마무리됐다.